딸기가 보는 세상

카터와 방북하는 '디 엘더스'란?

딸기21 2011. 4. 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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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디엘더스(The Elders)’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방북길에 올랐습니다.
방북단을 이끄는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이미 남북 화해의 전령으로 활동해온 지 오래입니다만, 카터와 함께 하는 '디엘더스'는 아직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일 겁니다. '디엘더스'는 어떤 조직(?)일까요? 

디엘더스는 세계를 걱정하고 더 나은 세계를 바라는 원로들의 모임, 말 그대로 어르신들의 모임입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았거나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국제사회의 원로 대접을 받는 분들이 모여서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거죠. 

주로 분쟁지역을 방문해 중재하거나 관심을 촉구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데요. 2007년에는 세계 10억명 인권선언 캠페인 같은 일도 했고요. 인권, 평화, 환경보전 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의를 위해 일합니다. 


 
이 모임의 '회원'은 다들 쟁쟁합니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마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1980년대 레바논 내전을 중재해 휴전으로 이끈 라크다르 브라히미 전 알제리 외무장관, 데스몬드 투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주교처럼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들이 많고요.

이 밖에 인도 여성노동자들의 대모로 불리는 여성운동가 엘라 밧, 그로 브룬트란드 전 노르웨이 총리, 종속이론가로 명성을 떨쳤던 페르난도 엥히케 카르도수 전 브라질 대통령, 그라사 마셸 전 모잠비크 교육장관, 매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원은 10명이고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가 명예 회원으로 소속되어 있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는 초창기 멤버였다가 2009년부터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라이언에어를 운영하는 버진갤럭틱의 최고경영자이자 자선활동가인 리처드 브랜슨, 영국 뮤지션 피터 가브리엘, 인도 에사르그룹의 샤시 루이아 회장 등은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고요. 

이 모임이 출범한 계기는 만델라 할아버지의 생신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만델라에게서 시작되어 만델라의 뜻을 이어받기 위한 모임인 셈인데요. 
해마다 만델라 생일인 7월 18일에는 지구 평화를 염원하는 여러 행사들이 벌어집니다. 2007년 만델라의 89세 생일 때에는 ‘만델라를 위한 90분’이라는 친선 축구대회가 열려, 아프리카 출신 스타플레이어들이 총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세계 원로들이 케이프타운에 모였답니다. 코피 아난, 지미 카터 등등은 물론이고 축구황제 펠레, 중국의 리자오싱 전총리 등이 디엘더스를 결성했습니다. 회원 중 그라사 마셸은 만델라의 부인입니다. 모잠비크의 사모라 마셸 전대통령 부인이었는데 남편이 숨진 뒤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나중에 만델라와 재혼했습니다.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각료이기도 했고요. 만델라의 부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여성 운동가로서 디엘더스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디엘더스는 그동안 몇가지 이니셔티브들을 설정해서 활동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키프로스 분쟁 중재입니다. 

키프로스는 지중해의 섬나라죠. 터키와 그리스가 대리전을 벌여서 이 섬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북키프로스는 터키가 점령하기도 했고, 내전으로 유혈사태가 심했습니다. 디엘더스는 2008년 10월부터 네 차례 이 섬나라를 방문해 남북간 화해와 평화정착 과정을 도왔습니다. 

키프러스를 방문한 디엘더스. /사진 디엘더스 홈페이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권, 안보가 보장되는 국제인권구역을 만들자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프리카 남수단 분리독립 투표가 실시됐는데요. 남수단 투표 감시·지원도 했습니다. 

이 밖에 짐바브웨 인권 캠페인, 버마(미얀마) 정치범 석방 촉구 같은 것들이 디엘더스가 관심을 쏟아온 지역 이슈들입니다. 글로벌 이슈로 핵무기 근절 운동, 여성들과 소녀들을 위한 평등권 캠페인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디엘더스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카터 전 대통령의 역할이 컸던 것 같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도 인연이 깊죠. 카터재단을 세우고 세계 평화와 인권의 전도사 역할을 해왔는데요. 그래서 북한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북하게 된 거라고 합니다. 

카터 전대통령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엘더스라는 그룹으로서 초청을 받은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북간 공식 대화가 중단된 시점에 긴장을 풀고 관련국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데에 방북의 의미가 있다는 거죠.


방북 일정은 길지는 않습니다. 

홈페이지에 한글 보도자료까지 올려놨던데요. 4월 24일 베이징 방문을 시작으로 26일부터 28일까지 평양 방문, 28일과 29일에는 서울에 오는 일정입니다. 세 지역에서 고위당국자, 민간대표, 학계전문가, 외교관들을 만난다고 합니다.
이번 방문에서 디엘더스는 북한 식량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입니다. 카터 전 대통령 외에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그로 브룬트란드 전 노르웨이 총리, 매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 방문단에 포함돼 있습니다. 

카터는 1994년 핵 위기 무렵에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끌어낸 바 있고요. 지난해 8월 미국인 아이잘론 곰즈가 억류돼 있을 때도 두 번째 방북길에 올라 곰즈를 미국으로 귀환시킨 바 있죠.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은 코소보 분쟁과 인도네시아 분쟁을 중재해 2008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사람입니다.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재직중 최초로 티베트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아티사리는 “남북한 간 불신과 의혹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대립 상황을 방관하다가는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국제기구의 대표단도 아니지만, 카터의 말대로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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