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빈라덴 사살, 아프간전 끝날까

딸기21 2011. 5. 2. 18:21
728x90
-오사마 빈라덴이 사망했다고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다고 미국시간 1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오바마는 이날 백악관에서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성명을 발표, "빈 라덴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에서 미군의 작전으로 사살됐다"고 밝혔습니다. 


오바마는 미군이 빈 라덴의 시신을 확보했고, 작전 과정에서 미군이나 민간인의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빈 라덴의 사망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대한 성과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사살하게 됐는지.

제거작전에 약 9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미 정부당국이 지난해 8월 빈라덴이 파키스탄 내 은신처에 있다는 단서를 확보했고요. 백악관이 보고를 받은 뒤 작전에 들어갈만큼 믿을만한 정보라 판단했겠죠. 

이 정보를 놓고 몇달동안 확인을 했고, 3월 이후 다섯차례에 걸쳐 백악관에서 안보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오바마가 작전개시를 승인한 것은 지난달 29일. 작전이 시작된 것은 파키스탄 시간 30일 새벽입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아보타바드라는 곳에 빈라덴이 숨어 있었는데, 먼저 헬기를 이용해 은신처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미군 특수부대 요원들이 투입돼 지상에서 약 40분간 공격작전을 펼쳤습니다. 작전에 투입된 미군 헬기 4대 중 1대가 지상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추락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미군은 자기네 사망자는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작전 과정에서 빈라덴 아들을 비롯해 남성 3명, 여성 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빈라덴의 주검은 어떻게 됐나요.

뉴욕타임스와 AP통신은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서, 미군이 이미 빈라덴의 주검을 수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어떤 정황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빈라덴의 시신을 탈취하기 위한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였겠죠. 
이슬람권은 장례를 사망 직후 곧바로 지냅니다. 기후가 더운 지역이 대부분이어서 생긴 풍습인데, 대개 숨진지 하루 안에 매장을 해버립니다. 그런데 빈라덴의 시신을 매장할 경우 그곳이 테러범들의 성지가 되거나 더 큰 분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겠죠. 미국으로 옮겨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아마 시신을 수장했다면, 이런 분란들을 차단하기 위해서일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은 크게 환영했겠군요.
 
오바마 공식 발표가 있을 거라는 사실이 미국 언론들을 통해 미리 예고가 됐죠. 그러자 백악관 정문 앞에 수백명이 모여서 미국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면서 밤늦게까지 "유에스에이"를 외쳤습니다. 
9·11 테러가 일어난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서도 시민들이 모여 다시한번 촛불을 켜고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일부는 빈라덴 죽음을 기뻐하며 경적을 울렸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빈라덴 사살을 계기로 전세계 미국 공관이 이슬람 극단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긴급 경계령을 내렸습니다.


 
Americans celebrate outside the White House after hearing the news of bin Laden‘s death [Reuters]



 
-그럼 아프간전은 이제 끝나는 건가요.

오바마는 빈라덴 사살이 확인되자마자 조지 W 부시 전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알렸다고 합니다. 
오바마 입장에선 아마 취임 이후 이보다 기쁜 소식은 없을 겁니다. 오바마는 집권 이래 내내 부시가 벌려놓은 두 전쟁 뒤치닥거리 하느라고 바빴죠. 이라크전은 지난해 미군 전투부대를 빼내면서 일단 종료선언을 했는데, 아프간전은 이미 베트남전 기간을 넘어 미국의 최장기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이었죠. 지금 벌써 9년 반이 됐습니다. 아프간전은 미국에는 그야말로 수렁이었죠. 
오바마는 취임 직후부터 아프간전의 목표는 “빈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을 뿌리 뽑는 것”이라고 강조했었습니다. 아프간 전체를 다시 세우는 게 목표가 아니라 빈라덴만 잡으면 그걸로 끝내겠다면서 목표치를 제한시킨 거였는데요. 그러면서 계속 출구전략을 가동해왔는데, 이제 빈라덴을 사살했으니 출구를 찾은 셈이 됐습니다. 미국민들이 환영을 하는 이유도, 빈라덴의 사살 자체보다는 이제 전쟁을 끝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아프간이 아니라 파키스탄에서 사살됐단 말이죠.
 
그 부분은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파키스탄에 들어가서 작전을 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까요. 아프간은 미군이 주둔하는 전쟁터이지만 파키스탄은 아닙니다. 

Map

파키스탄 현 정부는 이슬람세력의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죠. 지난번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부도 그렇고, 현재의 아시프 알 자르다리 정부도 그렇고, 파키스탄 정권들은 미국의 원조와 이슬람세력의 반미 압박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미군이 파키스탄 영토에 들어온 사실이 지난해 한 차례 드러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아프간과 밀접한 국경지대에 미군 정보부대원들이 들어왔던 거였습니다. 이번엔 공공연히 들어와서 작전을 한 것이니, 반미 이슬람주의자들이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파키스탄 측은 미국의 강력한 압박 때문에 아마도 빈라덴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줬을 것이고 또 사살작전에도 협력을 했을 겁니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은 당분간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빈라덴을 없앴으니... 국제테러리즘이 사라질까요. 알카에다 등 움직임은 없는지.

알카에다와 파키스탄 탈레반은 오사마 빈라덴 사망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보복공격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일단 알카에다는 큰 타격을 받겠죠. 
하지만 알카에다에서 빈라덴의 위상은 이미 진작부터 상징적인 존재 정도로 내려앉았고, 2세대들이 조직을 꿰차고 있다는, 즉 ‘후계구도’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그동안에도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나 알카에다는 전세계의 유사한 테러조직들에 자금과 기술을 제공해주는 독특한 프랜차이즈 방식의 테러 모기업 같은 조직이었습니다. 자생적인 테러조직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또한 빈라덴이 사라졌다 해도 이슬람권을 테러의 온상으로 만든 구조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알자지라는 “빈 라덴의 죽음이 테러리즘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