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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가을, 홍콩] 트램, 더블데커, 봉고차들

딸기21 2000. 10. 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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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m

저더러 홍콩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야경'과 '트램'이라고 하겠습니다.
트램은 홍콩 섬 북쪽을 오가는 2층 열차입니다. 요금은 홍콩달러로 2달러, 현재 환율로 치면 우리 돈으로 300원 정도 합니다. 저는 아침에 이걸 타고 센트럴에 나가서 밥을 먹고, 또 놀다가 호텔에 돌아올 때에도 이걸 애용했습니다. 일단 뭐가 좋냐면, 2층이라는 겁니다. 또 하나 트램의 특징은, 에어컨이 없다는 점이라고나 할까요. 다시 말해 열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도시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이 트램 2층에서 보면 땅바닥에 붙어서 다니는 빨간 택시들이 꼭 게처럼 귀엽게 보입니다. 거리의 건어물 가게나 행인들이 다 보이죠. 트램은 아침 6시30분부터 밤 11시30분까지, 즉 거의 하루 종일 운행합니다. 
근데 한가지 이상한게, 사무직으로 보이는 괜찮은 복장의 사람들은 거의 트램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겁니다. 주로 할아버지와 아줌마들이 타는 것 같더군요. 출퇴근 시간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Ferry

아시다시피, 홍콩에는 홍콩섬을 비롯해 섬들이 많습니다. 섬과 섬 사이, 섬과 본토 사이를 오가는 것은 페리선입니다. 저는 구룡반도와 센트럴(Central)을 오가는 스타페리만을 이용해봤는데요, 스타페리는 2층으로 돼 있는데 아래층은 1.7 홍콩달러이고 위층은 2.2 홍콩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왕복 600원 정도 밖에 안 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두 번씩 놀이삼아 타고다녔습니다.
스타페리를 타면 홍콩섬에서 구룡반도의 번화가인 침샤추이(Tsim Sha Tsui)까지 가는데 한 5분 정도 걸립니다. 아주 짧은 거리죠. 한강을 건너는 거랑 비슷할 겁니다. 이 페리선에도 역시 에어컨은 없습니다. 홍콩 사람들은 건물에다가는 에어컨을 씽씽 틀면서 이상하게도 지하철을 제외한 다른 교통수단에는 에어컨 인심이 박하더군요.
센트럴의 스타페리 부두 옆에는 마카오나 란타오같은 주요 섬들로 가는 배들도 있습니다. 마카오를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면 좋았을텐데, 못 가본 게 좀 아쉽군요. 또 스타 페리 외에도 홍콩섬 동쪽과 구룡반도를 잇는 호버페리라는 것도 있습니다.

☆ City Bus

홍콩 사람들의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인 2층버스(더블데커)입니다. 저는 주로 트램을 타고 다녔기 때문에 버스를 많이 타지는 않았지만 유용할 때가 딱 한번 있었습니다. 바로 스탠리(Stanley Beach)에 다녀올 때였습니다. 스탠리는 홍콩섬 남쪽 끝에 있기 때문에 트램을 타고는 갈 수가 없거든요.
홍콩섬의 최고 번화가인 센트럴의 버스 터미널에서 6번 버스를 타면 스탠리까지 가는 동안에 홍콩섬의 거의 대부분을 구경할 수가 있습니다. 홍콩섬의 서쪽 내륙을 잠시 통과한 뒤에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리펄스 베이(Repulse Bay)나 딥 워터 베이(Deep Water Bay)를 거쳐 스탠리까지 갑니다. 요금은 편도 8달러 정도구요. 시티버스에는 에어컨이 달려 있습니다. 2층 맨 앞쪽에 앉아서 여행을 했는데, 그것도 트램 못잖게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감탄해마지 않았던 것은 시티버스 운전기사들의 놀라운 운전실력입니다. 홍콩섬은 도로가 대단히 좁은데다가 도로 가운데에 트램 선로가 놓여있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차들이 이리저리 끼어들 만한 공간 자체가 없습니다. 따라서 버스들은 항상 차선을 잘 지킵니다. 또 차를 세울 때 정류장의 보도블럭에 바싹 붙여서 정차를 하고, 앞에 있는 버스에다가도 바싹 들이댑니다. 그런데 그 운전실력이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2층 맨 앞에 앉아있으면 아찔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더우기 홍콩 시민들은 횡단보도 신호등을 아예 안 지키거든요. 저 역시 그걸 금새 배워서 빨간 불 파란 불 모두 무시하고 다녔는데 이 버스들은 행인의 엉덩이를 거의 스칠 듯이 지나가곤 합니다. 정말 대단한 차들입니다.

☆ Maxicab과 Public Light Bus

맥시캡은 '택시'라는 이름의 봉고차이고, 퍼블릭 라이트 버스는 '버스'라는 이름의 봉고차입니다. 둘다 똑같이 우리나라의 마을버스처럼 생겼습니다. 맥시캡은 타보지는 못했습니다. 12인승인데, '택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무데서나 내릴 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퍼블릭 라이트버스는 16인승인데, 스탠리에서 애버딘(Aberdeen)으로 갈 때 이걸 탔습니다. 근데 이것도 말만 버스이지 대충 정류장 비스끄무리한 데에서 손을 흔들면 인심좋게 세워줍니다.

☆ MTR과 Airport Express, 택시

MTR은 지하철입니다. 이건 일부러 안 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지하철은 있는데 뭐하러 거기가서까지 지하철을 탑니까. 
Airport Express는 첵랍콕 공항과 구룡, 홍콩섬을 이어주는 고속전철입니다. 공항에서 센트럴의 종착역(Hongkong Station)까지 23분이 걸리는데 편하긴 하지만 운임이 90달러(13500원)로 비싼 편입니다. 그렇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택시는 모두 아랫도리가 빨간 색입니다. 요금이 비싸다고 해서 안 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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