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꼬마 푸세의 가출

딸기21 2004. 11. 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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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푸세의 가출 Le Coq de Bruyere 

미셸 투르니에 (지은이) | 이규현 (옮긴이) | 현대문학 | 2002-11-27



투르니에의 에세이를 꽤나 읽었는데, 정작 소설은 보지를 못했다. 오늘날 투르니에 할아버지가 귀여운 잘난척쟁이가 될 수 있게 해준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라든가 '마왕' 같은 책들을 좀 읽어야겠거니 생각만 했었다. 


소설 읽는게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누군가가 이 단편집부터 읽어보란다. 귀여운 제목이다, '꼬마 푸세의 가출'이라니. 곱슬머리 프랑스 꼬맹이가 가출하는 모습, 그러니까 '꼬마 니콜라' 같은 모습이 제목에서부터 연상이 된다. 그래서 나는 머리속에 점찍어둔 이미지대로, 재치와 촌철살인 번득이는 가벼운 동화성 우화집을 생각하면서 책을 들었다. 요런, 날개 없는 가벼운 빨간표지, 보통의 소설책보다 조금 작은 판형. 책 생김새도 제목처럼 귀엽다.

한데 전혀 귀엽지 않았다. 책의 내용, 묶여진 단편들, 초장부터 기를 팍팍 죽인다. 아담家- 아담의 집안이라니. 하느님이 '이놈, 떽!' 하실 내용이다. '꼬마 푸세의 가출' 정도는 귀염성있는 고급판타지로 봐줄 수도 있겠지만(이 단편의 제목을 단편집 전체의 제목으로 만든 것은 국내 출판사의 결정이었던듯), 이런저런 단편들이 대부분 심상찮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때로는 엽기적이고 때로는 발랄한데, 나긋나긋 말랑말랑한 콩트 따위는 없다. 투르니에 할아버지, 철학 공부하다가 교수시험 떨어져서 직업전선에 나섰다더니 역시나 에세이에서 언뜻언뜻 내비쳤던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구나(누가 언제 장난이랬나)...

재미있었다. 이제 안심하고(뭘?) 투르니에의 장편들에도 도전해볼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