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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소요, '마이너리티 충돌'로 가나

딸기21 2011. 8. 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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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소요사태가 벌써 엿새 째...
 
10일 새벽 버밍엄에서 상점을 약탈하려던 것으로 보이는 흑인 남성이, 경비를 서고 있던 파키스탄 청년 3명을 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만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버밍엄은 아시아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중 하나인데 소수민족 간 충돌과 복수극으로 자칫 비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유학생이 런던 북부 해크니에서 폭력배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라고 하면, 대개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계와 파키스탄계입니다. 이들은 영국 내에서 소수민족으로서 카리브·아프리카계(즉 흑인들)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차별 등에 맞서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1992년 로드니킹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흑인 소요 때 백인 경찰의 횡포에 격앙된 흑인들이 한국계 상점 등을 공격했던 일이 연상되는데요. 지금 영국 치안당국은 10일부터 런던에 1만6000여명의 경찰관을 집중 배치해 치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만으로는 안심하지 못한다면서 터키계와 아시아계 이민자 공동체들이 자경단을 꾸려 순찰을 돌고 경비를 서고 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약탈을 하려는 흑인 청년들과 아시아계가 부딪친 건데, 그러다가 보복이 벌어지거나 하면 인종간 갈등으로 비화될 수가 있다는 겁니다. 

안타까운 것은, 토트넘, 해크니 같은 지역들이 영국에서도 ‘소셜믹스(계층 간 사회통합)’의 모범을 보여주는 지역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계층 간, 인종 간 잘 섞여서 살던 곳들이었는데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놓고 주로 저소득층인 마이너리티들 간에 경쟁이 심해지면서 통합이 깨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뉴욕 같은 미국 대도시나 프랑스 파리 등지에는 소수민족·저소득층들이 몰려 사는 슬럼 성격의 도시 외곽지역이 있어서 계층·계급간 주거지역 구분선이 명확했던 데 반해 런던은 사회적 통합이 그 정도로 깨져 있지 않았는데 이번 사태가 그 균열을 심하게 만들 지도 모른다고 현지 언론들은 우려했습니다.

Britain's rioters: young, poor and disillusioned /AP 
UK riots: Birmingham‘s Muslims and Sikhs debate response to tragedy /가디언 

The consensus among most - after half an hour- was that a planned march should not take place, in part because it would be disrespectful to the families of those who died. Not everyone agreed - and it was impossible to know whether dissenters would break away later in the night and, in breach of the general will, seek retaliation.

However community relations in Birmingham play out in the days and weeks to come, the meeting at Dudley Road will serve as evidence of a determination among many not to allow the violence to spiral.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안일한 인식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건 범죄일뿐이다. 단순명료하다.” 어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발표한 성명입니다. 소요에 가담한 사람은 폭도들이므로, 진압하면 될 뿐이지 정치적 사회적 구조적 모순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라는 뜻으로 들리네요(30여년 전 광주 시민들을 폭도라고 쉽사리 지칭했던 것도 생각나고요).
캐머런이 이런 성명을 낸 건, 이번 소요가 더욱 확산되고 많은 이들이 폭동에 가담한 사람도 이해가 간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걸 경계하기 위해서였겠죠. 하지만 상황 인식이 몹시도 안이하다는 비판이 큽니다. 이미 영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 점점 커져가는 빈부격차, 인종적 차별, 이민자 정책의 문제점 등 여러 요인이 깔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캐머런은 지난 2006년에 청소년 범죄에 대해 연설할 때에는 “범죄의 배경과 이유와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바른 소리를 했었는데, 정작 자기가 집권하고 일이 터지니 나몰라라 하는 양상입니다.

또한 캐머런 정부는 적자를 줄인다면서 경찰 예산을 대폭 줄인 바 있습니다. 만일 이번 사태를 '범죄'라고만 본다 하더라도 그 범죄에 대처할 역량을 줄여놓은 상태였다는 거죠(우리도 수해방지 예산 줄였다가 물난리 나고서야 이건 천재다, 불가항력이다 하는 걸 봤는데 캐머런의 문제의식도 그 비슷한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캐머런, 급기야 미국에 '소요진압 방법' 조언을 구하고 나섰다니... 초큼 거시기하군요 -_-

 
이 와중에... 이란과 리비아는 캐머런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0일 기자들에게 “생각이 다른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억압하는 영국 경찰을 비판한다”고 말했습니다.
2009년 이란 대선 부정선거 항의시위 유혈사태 때 특히 영국이 이란을 맹비난했죠. 테헤란 주재 영국대사관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란 당국이 영국대사관 직원 9명을 체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뒤끝이 남아서 이란이 영국 정부를 비아냥거리는 것 같습니다.
서방의 공격을 받고 있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도 영국 비판에 동참했습니다. 카다피 측 대변인 격인 리비아 외교장관은 “영국 시민들이 정부를 거부하고 있다는 걸 알수있다”면서 “정통성을 잃은 캐머런 총리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은 영국 국민들이 탄압받는 상황에서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카다피 정권이 받고 있는 공격과 압박이 부당하다는 항의 표시겠죠.

또 하나, 요즘 세계 어디서나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얘깃거리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입니다.

소요사태 가담자들이 트위터를 이용해 결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이 범죄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서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계정 정보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영국 감청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 전문가들은 경찰과 함께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한 통신을 추적해 약탈행위를 주도한 범죄 용의자들을 쫓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사회경제적 모순이지만, 약탈·방화로 인해 폭동으로 치달은 데에는 갱조직 등 조직적인 범죄집단의 개입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영국 언론들 분석이고요. 영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범죄집단의 개입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탈 주모자들이 주로 블랙베리폰의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했던 걸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그 통신서비스를 중단시키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반론이 크고요.

트위터 측은 계정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당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데일리메일 등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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