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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트리폴리에... 베르나르 앙리 레비도 동행

딸기21 2011. 9. 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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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축출 뒤 서방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것 같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습니다. 나토 고위 관리들과 함께 트리폴리에 간 모양입니다.


일부 프랑스 언론들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함께 방문할 거라고 했는데, 뒤에 나온 BBC 보도에 캐머런 얘기가 빠진 걸로 보아 사르코지가 깜짝 방문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지 엘리제궁은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리비아 과도국가위의 무스타파 압둘 잘릴 위원장은 “이들 지도자들은 안전하게 지낼 것”이라면서 현재의 리비아 상황이 위기를 벗어나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현지시간 목요일 트리폴리에 사르코지가 있을 것 같다고 했으니, 곧 있으면 사르코지 사진들 외신에 뜨겠네요. 치안병력 160명이 사르코지를 따라다니며 호위할 거라고 합니다.
 


Senior Nato leaders head to Libya for talks /BBC


사르코지 일행은 트리폴리를 먼저 방문해서 과도국가위원회 측 대표들을 만나 향후 재건과정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어떻게 도울건지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나서 반군의 발판이 됐던 리비아 제2도시 벵가지로 이동할 거라고 합니다. 

리비아 혁명의 상징으로 부상한 벵가지의 자유광장에서 아마도 사르코지가 연설을 할 계획인 것 같습니다. 사르코지가 계속 리비아 사태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고 해왔고 과도국가위 측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죠. 사르코지는 재선을 위해서라도 세계적 지도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할 텐데, 서방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벵가지 자유광장에서 연설을 한다면 위상을 과시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르코지가 리비아를 갈 때 철학자를 데려간다는군요.

베르나르-앙리 레비와 함께 간다는데... 자크 아탈리라든가, 레지스 드브레라든가, 유명 지식인들이 과거 미테랑 시절이라든가 사회당 정부 때 정치 일선에 나선 적이 없지 않지만, 사르코지는 그 비슷한 행보를 보인 적이 없거든요. 오히려 스캔들에다가, 모델 출신 유명한 부인과의 재혼 등등으로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이미지였는데 철학자와 트리폴리에 동행한다니 눈길을 끕니다.



2011년 6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을 방문한 레비 /사진 위키피디아



이유가 있습니다. 레비는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국민들을 향해 발포하고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할 때에 정부를 상대로 “인도적 차원의 군사개입에 적극 나서라”고 목소리 높여 주장했던 인물이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나토의 리비아 공습을 주도한 데에는 레비의 그런 주장이 실제로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평소 '행동하는 철학자'로 자임해왔던 사람답게 레비는 이미 
지난 3월 내전이 시작될 무렵 벵가지로 날아간 바 있습니다. 그 때 반군지도자들을 만난 뒤에 프랑스로 돌아와 “역사는 반군 편에 서 있다”면서 프랑스가 반군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습니다. 직접 사르코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리비아 사정을 설명했다 하고요. 

지난 4월에 리비아 주요 부족장들이 카다피 퇴진을 요구했다는 기사들이 나왔는데, 부족장들의 선언을 서방에 알린 것도 레비였습니다. 뒤에 반군 지도자들과 사르코지가 만난 것도 레비의 주선을 통해서였던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르코지는 반군 지도자들을 엘리제궁에 불러 만난 뒤 과도국가위를 리비아의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적극 개입에 나섰습니다.

레비는 알제리에서 태어난 유대계 프랑스인입니다. 정치적으론 좌파 쪽에 가깝지만 자국민을 핍박하는 독재정권에 대해서는 서방이 군사개입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미국 부시 정권의 이라크 공격에 찬성하기도 했고요. 아마 이번 리비아 사태에 대한 입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 같은데요. 

어쨌든 우파 정치인인 사르코지와 나름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레비의 관계는 재미있네요. 정치적 스펙트럼은 다를 지라도 중대한 사안이 터졌을 때에는 정치적 좌우 구도를 떠나서 조언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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