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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24년 차르' 꿈꾸나

딸기21 2011. 9. 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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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결국 내년 대선에 다시 나오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 여권 후보로 출마하기로 했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46)이 대선 입후보를 제안하는 형식이었는데요. 2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메드베데프가 “내년 대선 후보로 블라디미르 푸틴을 지지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푸틴이 이를 수락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푸틴이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2월4일에 러시아 총선이 실시되는데, 푸틴이 전당대회에서 “총선 때에는 메드베데프가 당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메드베데프는 당 이끄는 역할을 맡아라, 대통령은 다시 내가 한다, 라는 걸로 들립니다.



-내년 대선 끝나면 메드베데프와 자리를 바꿀 거라고 하는데. 

대선에서 푸틴이 이기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습니다. 극도의 언론 탄압, 야당 탄압을 자행하면서 대항세력을 억눌러온 것도 있지만 푸틴 시절 경제가 좋았다는 점, 그리고 푸틴이 가진 카리스마 등 개인적인 요인들 때문에 푸틴의 대중적 지지기반은 여전히 확고하다고 합니다.
 푸틴은 “대선 뒤에는 메드베데프가 내각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기가 다시 대통령을 하고, 그 때부턴 메드베데프가 지금 자기 자리인 총리로 온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푸틴이 몇년을 집권하게 되는 건가요? 

푸틴은 1999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총리가 됐습니다. 그해 말에 옐친이 건강 때문에 뒤로 물러나면서 잠시 대통령 대행을 했고요. 이듬해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어 2008년까지 8년을 집권했습니다. 4년 총리하면서 상왕 노릇을 하고 있으니 지금까지 12년을 군림하고 있는 셈입니다.
 

러시아 헌법상 대통령은 2연임까지 가능하고, 중간에 휴지기만 있으면 중임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조항 때문에 푸틴이 잠시 총리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나오는 건데요. 2008년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는 헌법을 고쳐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렸습니다. 그 때부터 푸틴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분석됐었지요.
 내년에 푸틴이 재선되고 연임을 하면 12년간 대통령이 되는 겁니다. 장장 24년을 집권하는 것입니다. 스탈린이 1929~53년까지 24년 동안 철권통치를 했는데, 푸틴이 그 기록에 도전하게 되겠군요.

푸틴이 대통령 됐을 때 47세였고, 지금 59세입니다. 앞으로 12년 집권,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 푸틴 차르(황제)라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합니다.


[구정은의 오들오들매거진] 120살까지 총리를? 
[구정은의 오들오들매거진] 조종사 푸틴 
[김향미의 산문형 인간] 푸틴의 쇼쇼쇼!  


-메드베데프가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듯하더니.. 결국은 푸틴의 2인자 자리에 만족한다는 건가요. 

이번 전당대회에서 메드베데프는 “푸틴에게 대통령 후보를 제안한 건 심사숙고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둘 사이에 역할분담 타협이 이뤄졌다는 얘기같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푸틴이 장기집권하고 메드베데프가 2인자로 파트너 역할을 하는 구도입니다. 메드베데프는 아직도 젊습니다. 푸틴이 앞으로 12년을 더 권좌에 앉는다 쳐도, 메드베데프는 12년 뒤 58세에 불과합니다. 그 때를 노릴 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푸틴은 옛소련 정보기관 KGB 출신. 정치적 기반은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스부르크이고, 그곳 인맥을 측근으로 기용해왔습니다. 푸틴이 그렇게 키운 측근이 메드베데프다. 러시아의 외화벌이 돈줄이자 푸틴의 지갑 노릇을 해온 게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가즈프롬이라는 회사입니다. 메드베데프는 푸틴 대통령 시절 제1부총리 겸 가즈프롬 이사회장을 했습니다.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이 되자, 푸틴은 총리 출신으로 역시 상트페테르스부르크 출신이고 자기 측근인 빅토르 주브코프를 가즈프롬에 보냈습니다.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부총리, 가즈프롬 이사회장 자리를 푸틴과 그 측근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는 셈입니다. 

-러시아 민주주의에는 큰 후퇴 아닌가요. 

옛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라는 나라가 탄생한 뒤 형식상 정권교체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르바초프에게서 옐친으로, 옐친에서 또 푸틴에게로 권력이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푸틴은 옐친이 낙점한 인물이죠. 푸틴이 2000년 집권할 무렵 인기가 높았는데, 체첸 독립을 주장하는 반군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서 러시아 내에서 얻은 인기였습니다.
 

그 뒤에도 푸틴의 행보는 다수의 힘으로 소수를 억압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두 억누르는 것이었습니다. 모스크바의 극장에서 체첸 반군이 인질극을 벌이자 반군들을 사살한다며 민간인인 인질들도 다 죽게 만들었던 일도 있습니다. 남부 자치공화국들에서 분리 목소리가 나오면 군대를 보내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애당초 푸틴 치하 러시아의 통합과 경제적 부흥은 독재라는 땅 위에 쌓아올린 성이나 다름없습니다. 

-푸틴이 다시 집권하는 게 오히려 러시아의 안정에 좋다는 분석도. 

러시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러시아엔 좋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푸틴 지지자들은 1990년대 말 디폴트에까지 몰렸던 러시아를 살리고 경제부흥을 가져온 지도자라고 말합니다.
 

푸틴은 집권한 다음에, 올리가르흐라고 불리던 신흥재벌들에게 칼을 휘둘러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후 푸틴은 사정권력을 멋대로 휘둘러 자기에게 반대하는 기업들은 파산시키고 언론도 비슷한 방식으로 탄압하거나 입맛에 맞게 조종했습니다. 또 소수민족에 대한 러시아계의 적대감을 교묘히 활용하고 극우민족주의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움직이기도 합니다.
 반 개혁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정치가 장기적으론 러시아에 독이 될 거라고 보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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