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동아시아 역사와 일본- 변두리에서 역사를 보라

딸기21 2006. 5. 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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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사와 일본
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편. 동아시아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대만 같은 나라들은 이리저리 얽혀 있어서 역사 문제를 얘기하기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이 동아시아 나라들이 얽히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식민지 시대의 일도 아니고, 유사 이래의 일이거나 혹은 몽고 시대의 일이거나 그보다 더 뒤에 명나라 때의 일이거나 임진왜란 때의 일이거나 국공내전 때의 일이면서, 현재의 일이기도 하다. 
이 동네, 우리 동네 복잡한 문제는 때로는 ‘청산’의 대상이기도 하고 때로는 ‘규명’의 대상이기도 한데 그 문제들이 국경선에 일치해서 입장이 갈리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는 국가도 있고 국가가 아닌 집단(대만의 본성인, 일본의 오키나와인과 아이누, 아시아 일대의 조선족과 사할린 한인들 등등)도 있고.... 그러니 역사를 이야기하려 하면 문제가 복잡하기 짝이 없다. 

이 책은 고대 황하문명에서 2004년 북핵 6자회담까지, 기나긴 시간대를 아우르는 역사서다. 펴낸 이들이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로 되어있고 제목 앞에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쓴’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일교조(일본의 전교조) 선생님들이 들려주는 동아시아 역사’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저자들이 실제로 모두 일교조에 소속돼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복잡한 동네에서(세상에 복잡하지 않은 동네가 있으랴마는) 국가나 민족의 틀로 역사를 이야기하다보면 숱한 사람들이 그 틀에서 배제되고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차별에 이어 학문/담론에서도 차별당하는 결과가 되고 만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런 함정을 피하면서 ‘글로컬’한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동아시아’ 담론을 끌어왔는데, 문학성이 없어서 읽는 재미는 좀 떨어지지만 내용 중에는 재미난 것들이 많았다. 동아시아 문제를 민족/국가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거의 절대적인데, 생각의 틀을 바꿔보는 데에 유용하다. 이런 종류의 책 중에선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주변에서 본 동아시아’라는 걸 아주 재밌게 읽었더랬다. ‘주변에서~’는 다종다양한 주체들의 입장에서 동아시아 문제를 다뤘고, 이 책에서는 연대기를 베이스로 동아시아 주변부(지리적 주변부가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주변부)의 문제를 다뤘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인지 뭐시긴지 하는 책을 펴내서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서울대의 이영훈 교수라는 작자를 필두로, 그나물에 그밥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국사의 신화를 넘어서’라는 책을 냈었는데 그 책도 문제틀은 이 책이나 비슷한데, 작자들이 얘기하는 내용이 단순히 내 맘에 들고 안 들고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보기엔 꽤나 ‘위험’하기까지 한 것들이어서 섬뜩했었다. 동아시아를 얘기한다 해서 모두 똑같은 얘기를 하는게 아니고, 내셔널리티의 틀을 거부한다 해서 모두 자유롭고 비판적인 것도 아니다. 아무튼 이 책은 일본을 중심으로 서술하고는 있지만 어렵잖게 동아시아 주변부의 얘기를 펼쳐놓고 있어 읽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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