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2012 태국] 아유타야, 부처님 발바닥을 보다

딸기21 2012. 5. 1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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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니와 둘이서 방콕 여행 다녀왔어요, 지난 달에. 사진과 함께 글 올려야지 해놓고 게으름 피우다 보니 어느 새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려고 하네요. 이것은 남들 일하고 공부할 때 신나게 놀고온 자들의 자랑질이자, 마흔 두 살 엄마와 열 한 살 딸이 함께 보낸 봄을 기억하기 위한 여행기입니다. 


출발은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밤 10시 넘어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떠났습니다.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방콕 시간 일요일 아침 7시 쯤. 택시요금 바가지 옴팡 뒤집어쓰고 카오산 거리에 가까운 람부뜨리 빌리지 인(Rambuttri Village Inn)으로 갔습니다. 아고다를 통해 미리 예약해뒀고요(2008년 발리 여행할 때부터 호텔 예약에 아고다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ㅎㅎ)


아고다 사이트에 몇몇 한국 여행객들이 적어둔 대로, 호텔은 불친절. 하지만 없어도 되는 것은 다 없되 있어야 할 것은 그래도 다 갖춰진 호텔, 무엇보다 우리에겐 수영장이 중요했기 때문에... 요니의 요구에 따라 수영장이 있는 호텔로 잡다 보니 람부뜨리를 첫 호텔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호텔 스태프들은 불친절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아침 8시에 체크인이 되었으니 OK.


한잠 자고 10시 쯤 일어나 동네 한 바퀴. 바로 옆에 왓 차나 쏭끄람(Wat Chana Songkram)이 있습니다. 별로 대단한 볼 거리는 아니었는데, 나중에 방콕 시내 곳곳에 붙은 축제 홍보 현수막을 보니 쟁쟁한 사원(Wat)들 사이에 엄연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어서 오히려 신기하게 생각됐답니다. 결정적으로 사진이... 사진이... 안 나와서... 엄떠여... 


이것은 왓 차나쏭끄람이 아니라... 그 절 옆 주차장 옆에 있는 중국 절... ㅠ.ㅠ


원래 저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어디 가기 전에 자료를 찾아봅니다. 주로 울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을 다녀왔기 때문에 생긴 습성이기도 하고, 원래 뭐 하나 하려면 자료준비에 죽자고 달려들어 리스트 만들어놓는 버릇이 있기도 하고... 그래서 보통 외국 가기 전에는 CIA World Factbook 전부 긁어다 한글자료로 만들고, 다녀볼 곳과 중요한 내용들 찾아 기록해 둡니다. 여행지(라기보다는 출장지)에 가서는 '이런 거 다 기억할 필요가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고유명사들 열심히 외우는 편인데...


그런데 이번엔 전~혀 아무 준비 없이 갔습니다. 그 흔한 방콕 여행, 태국 여행 책자나 지도 한 장 안 들고 갔습니다. 공항이나 호텔에 관광지도 있겠거니... 하면서 말이죠. ㅎㅎ 너무 무대책이다 싶게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이었고, 실제로 도착한 뒤 호텔에서 받은 방콕 관광지도로 열흘 가까운 기간을 버텼습니다! 나중에 이 지도는 너덜너덜해져서 꿰매야 할 지경이 됐는데, 지금은 기념 삼아 도쿄 우리집 유리창에 붙여놨답니다 ㅎㅎ


지도 들고 왓 차나 쏭끄람 지나 카오산 로드 지나, 랏차담농(Ratchadamnoen) 대로를 거슬러 그랜드 팰리스 쪽으로... 그랜드 팰리스의  Phra Borom Maha Ratcha Wang 입니다만, 대략 길어서... 그랜드 팰리스로 통칭. 


하지만 날은 덥고... 우리는 싸롱도 호텔에 두고 안 가져왔고... 태국의 주요 시설들, 즉 박물관이나 왕궁이나 사원은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소매 있는 옷에 긴 바지나 치마, 혹은 싸롱을 입어야 합니다. 그거 알기에 예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산 바띡을 굳이 가지고 갔건만 호텔에 두고 나오는 이노무 기억력... 


더군다나 넘 덥다고 그랜드 팰리스 앞 커피숍에서 노닥거리다 보니 이미 시간은 오후를 지나가고 있었고... 그런저런 이유로 그랜드 팰리스 구경은 일단 뒷날로 넘기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수영하고, 람부뜨리 골목에서 쇼핑하고... 그리고 다시 수영하고, 7시쯤 저녁먹고, 밥먹고 배불러진 뒤에는 타이마사지 받고... 엥? 이렇게 써놓으니 첫날 스케줄은 관광도 아닌 것이... 뒹굴뒹굴 노닥거리며 지나갔군요 ㅎㅎㅎ


방콕의 자유로운 분위기, 너무 서양인 관광객이 많아 오히려 안쓰럽다는 느낌마저 드는 그 분위기, 시끌벅적한 카오산을 첫날부터 마구마구 사랑하게 됐지만 이 분위기에 대해서는 담에 쓰도록 하고... 


대망의 둘째날, 무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왜냐? 전날 아유타야 당일치기 여행을 예약해두었기 때문에... 


아유타야는 1351년 ~ 1767년 타이에 존재했던 강성한 왕국이었으나 지금은 태국의 한 주(州)일 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버마 양식의 거대한 탑. 스투파(Stupa)라고 하지요, 동남아&남아시아 불교의 거대한 이런 탑들.  이 탑은 과거 버마가 강성했을 때 쳐들어와서 세운 겁니다만, 뒷날 이 지역 아유타야의 지배자들이 확 성질내며 부숴버리는 대신에... 무너지면 재건하고 공들여 관리하여 지금껏 후손들 먹여살리는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는... 이 탑의 이름은 쩨디뿌 까오 통(Chedi Phu Khao Thong)입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이런 모습... 그런데 이날 우리 안내해 준 가이드 아저씨는 증말이지 영어발음이 후드드... 물론 저의 리스닝도 후드드한 수준이긴 합니다만, 아저씨 좀 심하셨쎄여... 


올라가서 보면 이렇습니다. 사진 표백 좀 했어요, 구름 끼어서 잘 안 나왔거든요. 


탑 중간에 불상을 안치해 둔 기도실이 있습니다. 고개 수그리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러하듯이... 경건한 자세를 취하는 미스터리 소녀...


내려다보면 까마득... ㅠ.ㅠ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방콕 여행에서 피해야 할 탑들이 많더이다.


이 탑의 특징은 높다는 것... 그러므로 주변이 360도로 잘 보인다는 것...

그런데 저희는 준비 없이 간 여행답게, 카메라도 즈질 똑딱이에 아이폰 뿐이라 사진들이 그리 좋진 않아여...

궁금하신 분은 웹사이트에서 파노라마 뷰 감상해보세요 ^^


그 다음 행선지는 바로 근처에 있는 왓 로카야수타람(Wat Lokayasutharam). 와불이라고 하죠. 누워계신 부처님. 방콕의 그랜드 팰리스 부근에 어마어마한 금부처님 한 분 누워계신데 이 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할 거고요. 


왓 로카야수타람의 와불은 칠이 모두 벗겨져서 그리 알흠다워 보이지는 않네요. 옛날옛날 어떤 거인이 감히 부처님 앞에서 자기 몸뚱아리 크다고 잘난척하다가, 부처님이 몸을 부풀려 "욘석아 니가 이래도 잘난척 할래"하며 혼쭐을 내주었다 합니다. 이 부처님은 그 일화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


부처님 발바닥...



이번에도... 절하는 소녀... 


이렇게 탑 구경과 부처님 구경을 한 다음에 또다른 사원으로... 여긴 불상이 그득~ 했습니다. 어느 절인들 안 그런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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