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프란치스코 새 교황, 교리엔 보수적이나 사회이슈엔 진보적

딸기21 2013. 3. 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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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77)이 13일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을 제266대 로마 가톨릭 교황에 선출됐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빈자들의 친구’로 불렸던 아시시의 성자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딴 ‘프란치스코’를 택했다.


로마 교황청은 세계 각지에서 온 추기경들의 비밀회합(콘클라베)에서 5차례 투표 끝에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새 교황에 선출됐다면서 오는 19일 즉위 미사가 열린다고 발표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흰 옷을 입고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군중들에게 ‘우르비 엣 오르비(바티칸과 세계의 신자들에게 보내는 축복)’를 건넸다. 교황은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한다”면서 “동료 추기경들이 로마의 새 주교(교황)를 찾기 위해 세상 끝까지 갔던 모양”이라며 농담 섞인 인사를 건넸다. 



Newly elected Pope Francis, Cardinal Jorge Mario Bergoglio of Argentina waves 

from the steps of the Santa Maria Maggiore Basilica in Rome, March 14, 2013. REUTERS/Alessandro Bianchi


프란치스코는 미주 지역에서 배출된 첫 교황이자 첫 예수회 출신 교황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서기 8세기 시리아 출신 교황 이후 유럽 외 지역에서 약 1300년만에 처음 선출된 교황이기도 하다. 


교황은 이탈리아계 이민노동자 가정 출신으로 동성애와 낙태, 사형제 등에 강경 반대하는 등 신학적인 입장에선 보수적인 성향으로 알려졌다. 반면 빈곤과 불평등을 비판하는 등 사회·경제적인 문제에선 개혁적인 면모를 보여 보수파와 개혁파 추기경들 모두의 지지를 두루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을 지내면서 빈민들과 늘 가까이 지냈으며 버스를 타고 작은 아파트에 살아 ‘청빈한 사제’의 대명사로 꼽힌다.

 

교황을 배출한 중남미는 물론 세계가 환영과 축복을 보냈지만, 프란치스코의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사제들의 성추문으로 얼룩진 가톨릭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바티칸의 관료주의·부패와도 싸워야 한다. 새 교황이 77세 고령이라는 점에서 교황청이 개혁보다는 안정과 ‘시간 벌기’를 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의 새 수장이 된 교황 프란치스코는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교구장을 맡고 있다. 

 

새 교황은 지난 2005년 바오로2세 선종 후 열린 추기경들의 비밀회합(콘클라베) 투표에서는 베네딕토16세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이번 선출 과정에선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았었다. 당초 유력한 교황 후보로 꼽히지 않았던 그가 추기경들의 마음을 얻은 데에는 중도보수적인 입장과 무난한 성격, 라틴아메리카 가톨릭에 대한 배려, 청빈하고 겸손한 이미지 등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교황은 사형제도·낙태·안락사·동성애에 강력 반대하며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지만 사회정의와 빈곤문제 등에선 개혁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교회 내 보수·개혁파 양측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bbc방송 등은 전했다. 일례로 교황은 2007년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에서 “우리는 지금 최악으로 불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으며 비참함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빈곤 문제를 질타한 바 있다. 


평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서민, 빈민들과 함께 해온 것으로 유명한 그는 빈부격차와 불공정한 부의 분배를 늘 비판해왔다.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도 그의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빈자들의 은인으로 불리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신자들이 가장 따르는 성인이지만 정작 역대 교황 중에선 그 이름을 딴 사람이 아직 없었다. 새 교황이 이 이름을 고른 것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청빈한 사제’가 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란 이름으로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바티칸 공식 인물정보에 따르면 1969년 예수회 사제로 서품됐고 고국인 아르헨티나와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예수회는 16세기 수도사 로욜라가 세운 수도회로 전원 남성 수도사들로만 구성되며, 전 세계에 1만90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프란치스코는 1992년 주교가 된데 이어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교구장 겸 추기경이 됐다. 좌파 성향인 해방신학의 영향력이 큰 라틴아메리카 안에서 아르헨티나 가톨릭은 유독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가 아르헨티나 가톨릭의 수장이 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1970~80년대 군사독재정권이 저지른 고문·학살, 이른바 ‘더러운 전쟁’ 당시 가톨릭의 과오에 대해 사죄하는 것이었다. 아르헨티나 교회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함에도 불구하고 독재정권에 맞서지 못한 채 숱한 인권유린 행위를 사실상 묵인,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프란치스코는 이 문제를 공식 사과하고 교회를 둘러싼 오명을 씻기 위해 애썼다. 또 2001년 경제위기 와중에는 정부의 시위대 강경진압에 공개적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런 면모들 때문에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새 교황을 둘러싼 걱정 어린 시선도 없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77세의 고령이라는 것. 전임 베네딕토16세가 78세에 즉위했다가 결국 건강문제로 사퇴했는데 바티칸이 다시 고령의 추기경을 선택한 것은 ‘개혁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가톨릭이 10년 넘게 사제들의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려 위기를 맞았는데도 이를 수습하고 적극적인 개혁에 나설 인사보다는 중도적이고 무난하고 논란 없는 인물을 고르는 데 급급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프란치스코는 과거 한쪽 폐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지만 정확한 건강상태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그동안의 활동으로 봤을 때 특별한 이상은 없어 보인다는 관측 정도다. 하지만 바티칸 안팎에선 그의 즉위기간이 베네딕토16세 이상 길어지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로마에 올 돈으로 빈민을 도와라”


영국 가디언은 14일 새 교황 프린치스코의 면면을 소개하면서 ‘새 교황에 대해 알아야 할 몇가지’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추기경으로서 아르헨티나 부에로스아이레스의 대교구장을 지내면서도 관저 없이 지내며 대중교통을 타고다녔다는 점, 로마까지 와서 축하하지 말고 그 돈으로 빈민을 도우라 했다는 점 등이 눈길을 끈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10대 시절 수술을 받아, 50년 넘게 하나의 폐로만 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철도노동자의 아들이다

▶신부가 되기 전 화학을 전공했다

▶현대 들어 유럽이 아닌 지역에서 배출된 첫 교황이다

▶동성애 커플의 입양에는 반대하지만 전임 교황과 달리 콘돔 사용에는 찬성한다

▶2001년 요양시설을 찾아가 에이즈 환자들의 발을 씻겨주고 발에 입을 맞췄다

▶모국어인 스페인어 뿐 아니라 이탈리아어, 독일어도 유창하게 말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교 관저 대신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자신이 교황이 되더라도 로마로 축하하러 오는 대신 그 돈으로 빈민을 도우라고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말했다

▶지난 2005년 교황 선출 때에 베네딕토16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스페인어로 된 <천국과 지상>이라는 책을 냈다

▶교리 면에선 보수적이지만 미혼모 자녀를 축복하지 않는 사제들은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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