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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안 형제단, 그리고 미국 검사들의 죽음

딸기21 2013. 4. 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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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안계의 혈통을 계승하며 유대인과 유색인종의 피가 섞이지 않게 하라.” 70여년 전 독일 나치당의 선전이 아니다. 지금도 미국에서 버젓이 활동하는 백인 우월주의 집단들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약칭 AB, 혹은 약칭을 따서 ‘앨리스 베이커’,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원투(알파벳 첫번째, 두번째 글자라는 뜻).’ 미국 인종주의 조직 ‘아리안형제단’을 부르는 이름들이다. 1964년 만들어진 이 조직은 미국 전역에 2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데, 그중 대부분은 감옥에 수감돼 있다고 한다.


미 연방수사국에 따르면 미국 내 수감자의 1%가 아리안형제단 멤버이고 재판이 끝난 살인사건의 20%가 이들이 저지른 것이다. 살인, 마약밀매, 강도, 교도소 내 성매매 등 온갖 악행들이 이들의 범죄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조직원들은 자기들끼리 ‘혈족’, ‘가족’, ‘위원회’ 따위를 만들어서 협력하고 또 경쟁한다. 조직원들은 ‘AB’, ‘SS’ 등 나치 심벌을 흉내낸 문신을 새긴다.


허핑턴 포스트의 기사


범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조직이 미국에서 논란이 된 것은, 이들의 범죄일 가능성이 있는 살인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

희생자는 텍사스주 코프먼카운티의 검사 등 3명이었다. 지난 1월 이 카운티 검사 마크 하세가 검찰청사로 출근하다가 주차장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고 숨졌다. 동료 검사인 마이크 맥렐런드는 이 사건 뒤 “반드시 범인들을 찾아내 최고형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는데, 1일 맥렐런드마저 아내와 함께 집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코프먼카운티는 아직도 카우보이 모자를 쓴 농부들이 드넓은 목초지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농촌이다. 작년과 재작년 단 2건씩의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뿐인 한적한 곳이기도 하다. 카운티 전체에서 가장 크다는 테렐 시의 인구도 1만6000명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곳의 지명은 미국 최초의 유대인 하원의원인 데이비드 코프먼의 이름에서 나왔다. 


카운티 검찰은 1일 업무를 중단했으며 수사·재판에 관여하는 공직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코프먼카운티 판사 브루스 우드는 “내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데, 안전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두 명이 목숨을 잃은 뒤 코프먼카운티와 미국 내 인종주의 집단 문제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다. 카운티 경찰과 주 경찰·검찰은 물론, 연방수사국까지 나서서 두 사건의 연관성과 범인들의 행방 등을 수사하고 있다. 

아직 두 사건이 동일범 소행인지, 몇명이 어떻게 저질렀는지 확인된 것은 없지만 미국 언론들은 아리안형제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검사가 모두 이 단체를 수사하면서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특히 하세는 조직원 2명을 기소한 그날 살해됐기 때문이다. 맥렐런드는 아리안형제단원 30여명을 수사해 기소한 상태였다.


미국에서는 아리안형제단 외에도 ‘아리안 네이션스’, ‘나치 로라이더스’, ‘공공의 적 넘버원’ ‘쿠클럭스클랜’같은 인종주의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달 발생한 콜로라도주 교도소장 톰 클레먼츠 살해사건도 이런 조직들과 관련있을 수 있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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