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재정난 프랑스 대통령, 엘리제궁 와인 경매

딸기21 2013. 5. 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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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나라 프랑스가 재정난 때문에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와인셀러조차 채우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좀더 ‘적당한’ 가격대의 포도주들로 술창고를 채우겠다며 엘리제궁에 보관돼 있던 고가의 와인들을 30일 경매에 부쳤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부터 31일까지 이틀 동안 드루오 경매회사를 통해 팔릴 와인은 엘리제궁이 갖고 있는 와인 1만2000병의 10%인 1200병이다. 가격대는 15유로(약 2만2000원)에서 2200유로(약 322만원)까지 다양하다. 


엘리제궁에 와인셀러가 만들어진 것은 1947년 뱅상 오리올 대통령 때다. 드루오 경매회사측은 “엘리제궁 와인이 경매로 팔리는 것은 66년만에 처음”이라며 “이번에 나온 와인들은 최적의 장소에 최적의 조건으로 보관돼있었음이 확실한 만큼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이 와인들을 구입하면 프랑스 5공화국 역사와 연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전역과 미국, 러시아, 중국에서 온 와인 애호가들이 고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와인 전문가 앙브루아즈 드 몬티니는 AP통신에 “이미 파리 시내 유명 레스토랑들이 경매에 나올 와인 정보를 얻으려 경매회사측에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제궁 와인셀러. /르몽드


경매에 부쳐질 와인들은 프랑스 전역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것들로, 버건디나 보르도가 주를 이룬다. 350유로 대 샴페인도 몇 병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오래된 것은 보르도 지역의 유명 와이너리 샤토 라투르에서 생산된 1936년산 포도주이고,가장 비싼 것은 1990년산 페트뤼 보르도와인으로 2200유로에 이른다. 프랑스공화국 대통령’이라 쓰인 고풍스런 나무 상자에 담긴 5병들이 코냑 세트도 경매에 나온다.


엘리제궁은 이번 경매로 25만유로(약 3억6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돈으로 좀더 저렴한 가격의 와인을 구입해 다시 셀러를 채우고, 남는 금액은 엘리제궁 예산에 집어넣을 계획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1년여 전 취임할 때부터 “(특권층이 아닌) 평범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와인 경매에는 ‘화려한 취향’을 과시했던 전임자 니콜라 사르코지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엘리제궁 와인 경매는 처음이지만, 2006년 파리 시에서 베르트랑 들라누에 시장이 5000병을 팔아 100만유로 가까운 수익을 시 재정에 보탠 바 있다. 올초엔 디종 시가 와인을 경매에 부쳐 15만유로를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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