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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스노든, 부즈 앨런 그리고 '안보의 민영화'

딸기21 2013. 6. 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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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안당국의 시민 감시를 폭로한 것은 정부와 계약한 민간업체 직원이었다. 그를 고용한 부즈앨런 해밀턴은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둔 대형 컨설팅회사다. 겉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미 정부와 인적·재정적으로 얽혀 있는 사실상의 정보기관이다. 부즈앨런은 민간보안회사들이 정부와의 계약이라는 형식으로 어떻게 시민감시에 관여하는지, 시민들은 안보라는 명분 아래 어떻게 민간기업에 사생활을 엿볼 권리를 내주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개인정보수집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로 드러난 지난 9일(현지시간), 그를 고용했던 부즈앨런 해밀턴의 마이크 매커넬 부사장은 “정부의 모든 조사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A)은 같은 날 법무부에 수사를 요청했다.



국가안보국은 미 정부 산하 여러 정보기관 중 해외 통신감청 전문기구다. ‘국가정보국장’은 국가안보국을 포함해 연방정부 산하 16개 기관의 정보를 수집·총괄하는 사람이다. 

부즈앨런의 매커넬 부사장은 국가안보국장과 국가정보국장을 모두 거친 인물인데, 그의 회사 내 전임자가 바로 클래퍼 현 국가정보국장이었다. 국방부 정보관료 출신인 클래퍼가 이 회사 부사장으로 일하다 2007년 정부로 돌아가면서, 정부 정보기관의 수장이던 매커넬과 자리를 바꿨다. 미국 정부-기업 간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였다. 이들 뿐 아니라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정보기관의 요직에 앉아있던 인물들이 줄줄이 이 회사를 거쳤다.

 

CIA 본부와 인접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본사를 둔 부즈앨런은 9·11 테러 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진행한 보안부문 민영화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11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간 매출 약 60억달러 중 99%가 미 연방정부와의 계약에서 나온다. 그중 16%는 미 육군과의 계약이다. 

99년의 역사를 가진 부즈앨런은 2008년 두 회사로 나뉘었는데, 보안산업을 담당하는 ‘부즈앨런 해밀턴’은 부시 전대통령 일가와의 밀착관계로 유명한 칼라일 그룹이 지분을 가져갔다. 이 회사 직원 2만4500명 중 5분의4 가까이가 정부 보안관련 업무에 종사하며, 그 중 49%는 ‘1급 기밀’에의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이라고 CNN은 전했다. 스노든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부즈앨런은 11일 스노든을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도마에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과 유럽 시민단체들이 미 정부의 또다른 정보감시 프로그램인 ‘스위프트’의 사생활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스위프트 운용에 부즈앨런이 관여하고 있었다. 2007년에는 미국 저널리스트 팀 셔록과 시민단체 ‘데모크라시 나우’가 이 회사와 미 정부 간 회전문 인사 실태를 살롱 지에 폭로했다.

 

같은 해 연방정부와 부즈앨런의 수의계약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즈앨런은 지난해에도 연방정부와 57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는 등 승승장구했다. ‘안보의 민영화’ 속에 민간기업이 미 국민들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의 통신내역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감시자를 감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가디언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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