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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일으킨 엘시시, 이집트의 '킹메이커'에 만족할까

딸기21 2013. 7. 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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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압델 파타 엘시시(58)를 국방장관에 임명했을 때만 해도, 이렇다할 경력도 없고 대중적 인지도도 낮은 50대의 엘시시가 이집트를 좌지우지할 인물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엘시시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이집트의 킹메이커로 부상했다. 

 

엘시시는 무르시 정권에 ‘최후통첩’을 보낸 지 이틀만인 3일 무르시의 축출과 헌법 효력중지를 선언했다. 불과 며칠 새 벌어진 이 무혈쿠데타의 과정에서 엘시시가 보여준 모습은 주도면밀하고 카리스마 넘쳤다. 군 내에서조차 이렇다할 경력이 없고 야전사령관 출신도 아닌 엘시시는 무르시가 흔들리는 사이 치밀하게 군과 자신의 위상을 높였다. 



엘시시가 미국 군사학교에서 공부할 때부터 그를 알고 있었던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나 중동전문가들은 엘시시가 모든 세력을 벗으로 삼으면서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스타일이라 전하고 있다. 미 군사전문가 로버트 스프링보그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엘시시는 치밀하게 상승을 준비해왔을 것”이라면서 “미국 체류 시절의 그는 이슬람적인 성향이면서도 미군 고위인사들에게 신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스스로는 신심 깊은 무슬림이고 무르시를 비롯한 무슬림형제단 측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민족과 국가에 대한 군부의 충성’을 강조하며 세속주의의 보루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지난해 11월 무르시 지지자들과 반대파가 헌법 초안을 놓고 충돌했을 때 ‘중립’을 강조한 것이 그 예였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대통령 축출로 군부통치가 끝난 뒤 위상이 추락할 수 있었던 이집트 군부가 되살아난 것도 엘시시의 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조그비 여론조사에서 군부는 국민 94%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정치세력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엘시시가 무르시에 반대하는 ‘아랍의 봄’ 혁명세력은 물론이고 옛 무바라크 정권 지지자들로부터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엘시시는 군중들이 모여 있는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 헬리콥터로 국기를 뿌려 시위대의 감정을 고조시켰다. 군부가 반무르시 흐름에 깊이 개입했다는 뜻이다.

 

엘시시는 무르시를 쫓아낸 뒤 전면에 나서는 대신 아들리 만수르 헌법재판소장(67)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정국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4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만수르는 법관 출신으로 1992년부터 헌법재판소 부소장으로 있다가 지난 1일에야 소장이 됐다. 만수르가 실권을 쥔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으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의 ‘관리자’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알자지라방송이 “지난 며칠간의 대규모 집회에서 만수르의 사진을 들고 나왔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보도한 것도 그의 낮은 인지도를 보여준다.

 

향후 정국에서 엘시시와 함께 핵심인물이 될만한 사람은 야권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지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71) 정도다. 경력으로만 치면, 엘바데이보다 화려한 이력을 지닌 사람을 찾기 힘들다. 


이집트 외무장관으로서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시절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에 참여했고, 1980년부터 유엔 관료로 일했다. 1991년 걸프전 때에는 이라크와 미·유엔 간 협상을 중재했다. IADA 사무총장을 하면서 이라크 사찰을 총괄했고, 2005년에는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카이로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에, 아버지도 이집트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유명인사다.

하지만 이 화려한 경력이 그에게는 그대로 독이 되고 있다. 30여년간 국외에 있다가 2010년에야 귀국했기 때문이다. 반무바라크 혁명을 이끌었고 이번 무르시 퇴진 시위에서도 야권 시위의 중심에 있었지만 여전히 ‘이집트 밖에서 온 이집트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대선 전까지 정국을 수습할 과도정부 총리로 거론되고 있지만 엘바라데이가 대권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는 알수없다. 일단 엘바라데이는 무르시 축출을 환영하며 엘시시가 주도한 군부의 ‘정국 로드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결국 관건은 정국의 키를 쥔 엘시시가 킹메이커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킹’이 되려고 할 것인지다. 엘시시는 성명에서 ‘강력하면서도 다원적인 정부’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 기독교 세력 등이 망라된 연립정부라는 틀을 얘기한 것이지만, ‘아무도 전권을 쥐지 않는’ 정부를 지향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만수르를 내세워 대선을 실시하고, 자신의 뜻에 맞는 지도자를 당선시켜 대리인으로 삼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대선이 치러질 경우 조직력과 자금력에서 야당들을 앞도하는 무슬림형제단이 다시 승리할 수도 있다. 엘시시는 이를 우려한 듯, 무르시 축출 뒤 무슬림형제단 지도부를 모두 체포하거나 연금시켰다. 알아흐람은 경찰이 무슬림형제단 간부 300여명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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