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에덴이여 영원히

딸기21 2005. 9. 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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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에덴동산을 되살려라."

성경의 창세기는 `두 강 사이의 땅'에 아담과 이브가 살던 에덴동산이 있었다고 했다. 후대의 언어인 아랍어로 `아람 나하라임' 즉 `두 강 사이의 땅'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메소포타미아라 불렀다. 오늘날 이라크 남부 이란 접경지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가 모여드는 늪지대가 그곳이다. 성서고고학자들은 '마시랜드'로 불리는 이 늪지대에 에덴동산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물빼기 정책으로 늪지대는 불모지가 되어버렸으며, 마시랜드의 상실은 금세기 최악의 환경재앙으로 꼽혀왔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유엔환경계획(UNEP)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잃어버린 늪지대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UNEP는 23일 에덴동산을 되살리려는 `에덴 어게인(Eden Again) 프로젝트'를 통해 사라져가던 늪지대는 힘겹게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UNEP가 공개한 마시랜드의 메마른 땅(2002년)



잃어버린 낙원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물과 바닷물이 섞여 형성된 마시랜드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면적이 2만㎢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짠물 늪지였다. 원주민인 마단(마시아랍)족은 5000년 넘게 이곳에 거주하면서 나무 배 위에 갈대를 엮은 집을 짓고 독특한 생활방식을 이어왔다. 한때 인구 40만 명을 웃돌기도 했던 마단족은 물위에 살면서 벼농사를 짓고 낚시와 물소 사냥을 하며 살아왔다.

이들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1991년 걸프전이 터지면서부터.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바그다드를 공습하자, 남부의 시아파 아랍족들은 후세인에 맞선 봉기를 일으켰다. 그러나 전쟁은 조기에 종결됐고 후세인의 대대적인 보복전이 펼쳐졌다. 시아파가 마단족 거주지인 늪지대로 도망치자 후세인 정권은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늪지대를 없애는 작전에 돌입했다. 늪에 터전을 두고 살아온 마단족에게는 애꿎게 들이닥친 재앙이었다.

후세인은 92~93년 늪지대에 댐을 만들고 운하를 파고 둑을 쌓았다. 늪지대에 네이팜탄과 화학무기를 퍼부었다는 의혹도 있다. 주민들은 후세인을 추종하는 민병대가 늪에 독극물까지 풀었다고 주장한다. 초유의 자연파괴 작전의 결과 늪지는 760㎢ 규모로 줄어들었고, 마단족은 난민이 되어 국경 넘어 이란으로 도망쳤다. 2003년 무렵 늪지대에 남아 예전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마단족은 알 하위자와 알 하짐 일대 2만 명으로 줄었다. 92년 미군과 영국군이 이라크 남-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지만 자치를 얻은 북부 쿠르드족과 달리 마단족에게는 국제사회의 도움도 미치지 못했다.









늪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마단족


"에덴을 되살리자"

마단족의 고통에 눈길을 준 것은 환경단체들이었다. 인류 전체의 자연유산인 늪지의 소멸이 인공위성 사진으로 확인돼 유엔에 전해지면서 2001년부터 마시랜드 살리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환경운동가들은 이대로 가면 2008년에는 늪지대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UNEP는 `이라크늪지감시시스템(IMOS)'을 만들고 민간기금인 이라크파운데이션 등과 함께 에덴 어게인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발전 세계정상회의'는 이라크 늪지대 복원을 어젠다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2003년 후세인 정권 몰락 뒤 복구 작업이 본격화됐다. 복구단체들은 둑을 부수고 늪지대에 물을 끌어들였다. 이라크 새 정부도 마시랜드복원센터를 세우고 복구에 나섰다.

UNEP는 최근 메마른 염토로 변했던 습지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복구된 것은 70년 면적의 3분의1 정도인 3500㎢. 원래의 모습을 찾으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물과 초목은 3년 새 크게 늘었다. 여름철에는 증발로 수량이 줄긴 하지만, 늪의 수위도 70년 수준의 50%까지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이 1100만 달러를 제공하는 등 각국의 복구 지원도 늘었다.

마단족은 물론, 늪지대에 발을 들여 본 적이 없는 이라크인들에게도 에덴 어게인프로젝트는 평화와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 새 정부의 압둘 라시드 수자원장관은 "후세인의 습지 고갈작전은 반 인도주의 범죄였다"며 3년 내 습지가 70년의 80%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클라우스 퇴퍼 UNEP 사무총장은 "마시랜드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며 늪지대 복원이 평화를 바라는 이라크인들의 염원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물과 함께 살아가는 또다른 사람들- 티티카카호의 우로 인디언



지구 반대편 페루의 티티카카호에도 마단족처럼 물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또한 개발 붐과 정부의 원주민 개조정책 때문에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위협받으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BBC방송이 최근 소개했다.

페루와 볼리비아 접경지대에 있는 티티카카호는 해발고도 3800m의 고원에 위치한 `세계 최고(最高)의 호수'다. 면적 8140㎢, 깊이 270m의 이 호수에는 타키리섬, 솔섬 등 여러 섬들이 있지만 특히 눈길을 모으는 것은 우로스라는 인공섬이다. `토르토라'라는 갈대로 만든 집들이 엮여있는 이 섬은 세계에서 찾기 힘든 `떠다니는 섬'. 하나의 단일한 섬이 아니라 40개 가량의 작은 인공 섬들이 한데 뭉쳐 떠다니는 독특한 형태 때문에 유명해졌다. 섬 하나하나가 10~40여 가구로 구성된 마을들이다.

우로스섬 주민들인 우로 인디언들은 잉카제국 시절 호수 주변 알티플라노 고원에 살았었지만 16세기 스페인 점령군에게 쫓겨 호수로 들어갔다. 뭍의 인디언들이 유럽인들의 노예로 전락한 이후에도 이들은 지금까지 인디언 전통문화를 고수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티티카카호를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정부 정책과, 빈민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진행되는 원주민 생활개량 방침 때문에 최근 들어 갈대섬을 빼앗기고 억지로 육지에 끌어올려질 처지가 됐다. 1990년대 이후 계속된 개발 때문에 우로 인디언들은 하나둘씩 갈대섬을 떠났으며,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은 구경거리 신세를 감수해야 하게 됐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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