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치도리초,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딸기21 2004. 3. 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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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이 살게 된 곳은 도쿄 남쪽 오오타구에 있는 '치도리초'라는 마을입니다.

도착한 날, 하네다공항에 내리는 순간 따사로운 햇살-- 순전히 위장이었습니다. 이 도쿄라는 곳은, 봄에는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대형 마트에 가니 '꽃가루 대책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 또한 춥습니다. 올봄이 특히 더 춥다는 모양인데, 기온은 서울보다 높겠지만 여기 집들은 난방이 안 되거든요. 우려했던 바대로, 몹시 추워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잘 때는 전기장판, 낮에는 대충 지내고, 저녁에는 마루(로 쓰고 있는 방)에 히터를 틀어야 해요.

 

집은, 제 생각보다는 넓고, 맘에 들어요. 오래된 집이니- 싼 맛에 산다고 봐야죠 ^^;;

제법 건전한 넓이의 마루(로 쓰고 있는 방)와 역시 건전한 크기의 다다미방(안방 겸 침실이자 유일한 방), 살벌한 마루, 고양이 이마만한 목욕탕과 고양이 코딱지만한 화장실이 있지요. 그래도 방과 마루가 모두 남향이어서 낮에는 견딜만 합니다.

 

도착해서 가구(라기보다는 작은 집기들)와 가전제품 사러다녔는데, 비오고 바람불고 고생스러웠어요. 테레비하고 냉장고 들어오니깐 정말 살것같더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는 자전거 없이는 하루도 생활이 안 되거든요. 자전거가 내 인생에 뛰어들어왔다! 쿵야! 뭐 그런 거랍니다, 저한테는. 근처에 '시마추'라는 대형 할인마트가 있는데, 거기서 저랑 아지님이랑 차 한대씩 뽑았어요. 8800엔이니까 저가품이라고 봐야죠. 둘이 그거 끌고 다녀요. 집에서 가까운 '치도리초역'이 있지만 거기는 동네전차가 다니고, 시내 나가려면 동네전차로 3정거장 떨어진 '카마타'라는 곳의 큰 역에 가야 해요. 자전거 타고 카마타역까지 20분 정도 걸려요. 거의 오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상당히 듭니다. ^^

 

,,수요일에는 꼼양이 보육원에 갑니다. 아침에 7시반쯤 일어나서 아지님과 꼼양 밥 차려주고, 자전거로 꼼양 보육원에 데려다줘요. 일본사람들은 대체 왜들 그렇게 꼬치꼬치 지시를 내리는게 많은지 -_- 보육원 준비물이 한보따리입니다. 심지어, 보육원 수첩에 매일매일 생활을 기록하는데, 수면시간은 빗금으로 표시해라, 이 수건에는 이 위치에 고무줄을 달아와라, 웃도리에는 어디어디에 이름을 쓰고, 바지에는 어디어디에 이름을 쓰고... 이건 보육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본사람들 다 그런 것 같아요. 화요일에는 오전 10시에 근처 쿠가하라라는 마을에 있는 '일본어 싸쿠루(circle)'에 가서 일본어를 배우는데, 거기 선생님은 저한테 '볼펜으로 풀지 말고 연필로 풀어라' 이런 것까지 친절하게 -_- 일러주더군요

 

꼼양을 보육원 보내고 나서 간간히 일어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그래요. 이제 이너넷이 생겼으니, 간신히 조성해놓은 면학분위기가 당분간 흐려진다고 봐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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