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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야스쿠니 '전격' 참배

딸기21 2005. 10. 1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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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7일 오전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연말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계획 취소를 검토하는 등 한·일간 외교갈등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NHK위성방송의 생중계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10분쯤 도쿄(東京) 구단시타(九段下)의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 참배소 앞에서 합장하고 묵념한 뒤 약 1분 만에 참배를 마치고 돌아갔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이날부터 열리는 가을 대제 개막에 맞춰 이뤄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집권 이래 매년 한차례씩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으며 이번이 5번째다. 마지막 참배는 지난해 1월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한국·중국 등 이웃나라들의 반발과 ‘정교분리원칙’ 등에 대한 국내의 논란 등을 의식해서인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참배형식을 취했다. 지난해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참배했던 것과 달리 평소와 같은 양복 차림이었고, 일반 시민들이 참배하는 하이덴(拜展) 앞에서 간단히 묵념만 했다. 참배도 두번 손뼉을 치고 절을 하는 이른바 ‘신도(神道)형식’이 아닌 묵념 한번으로 대신했다. 이날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하자 주변에 몰려있던 시민들은 큰 박수와 환성으로 맞이했다.

이번 참배는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군국주의화 경향을 우려해온 주변국들의 반발을 다시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 총리가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 것에 반대하며 참배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에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는 총리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도(共同)통신은 이번 참배로 한·중 양국과 일본 간의 관계가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의 고이즈미 비판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관련, "일본 전쟁범죄의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계산된 모욕"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신문은 "고이즈미 총리는 현대적인 개혁가를 자처하면서도 공공연히 일본 군국주의의 최악의 전통을 신봉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일본이 명예롭게 21세기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20세기의 역사를 직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야스쿠니는 단순히 일본의 전사자들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일본이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저지른 일들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지적하고 "이곳을 참배한 것은 일본 전쟁범죄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을 모욕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에는 군국주의화 경향을 진심으로 우려하는 이들이 없다"고 꼬집으면서 "야스쿠니 방문이 자민당 내 우익들로부터는 찬사를 받겠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이런 그룹들의 환심을 사려 하지 말고 억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항의 표시로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의 중국 방문을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7일 이를 일본측에 공식 통보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고이즈미 총리는 중국과 아시아 인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함으로써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파괴했다"며 "일본측은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에서 비롯된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외무성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일 외교관계에서 교착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중국 내 반일 여론으로 인해 19일 열릴 예정이었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협의도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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