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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까요?

딸기21 2014. 3. 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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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크리미아(크림)반도를 지난 1일 ‘무력점령’했습니다. 러시아 흑해함대 병력이 크리미아 자치공화국 정부청사들을 에워쌌고, 공항과 기차역 등 주요 시설을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열쇠를 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인 듯하네요. 시리아 사태에서도 그렇듯 이번에도 미국과 서방에겐 선택지가 별로 없는 반면, 크렘린은 여러 지렛대를 갖게 됐습니다.


푸틴이 의회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받았고, 그러고 곧바로 크리미아를 장악했으니 우크라이나 사태는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됐습니다. 크렘린이 2008년 조지아를 쳤듯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사실 우크라이나로서는 속수무책이겠지요. 크리미아를 사실상 점령하면서도 러시아군은 총 한 발 쏠 필요 없었습니다. 러시아 땅에서 우크라이나 땅으로 바뀐지 올해로 꼬박 60년이 됐지만 여전히 크리미아는 러시아 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크리미아 반도의 인구 60% 가량은 러시아계이며, 우크라이나계는 5명중 1명에 불과합니다. 주요 항구인 세바스토폴은 2042년까지 흑해함대에 임대됐습니다. 카차, 그바르데이스카야의 공군기지에는 러시아 전투기와 군용기 161대가 있고, 주변 우크라이나 영해엔 러시아 군함 388척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 주둔 규모는 2만5000명에 이르는 반면 우크라이나 군대는 3500명에 불과합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상황

2월26일 친러 무장세력, 크리미아 자치공화국 청사·의사당 점거

2월28일 러시아군, 크리미아 반도 이동

3월 1일 러시아 의회,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내 군사력 사용권한 부여

러시아 군, 크리미아 반도 통제권 장악

우크라이나 정부, 군에 전면 전투태세 명령

3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


우크라이나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시나리오를 운운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행여라도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마하일로 쿠친 합참의장은 임명된지 겨우 사흘 지났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무기는 1970년대에 생산된 옛소련제 탱크와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은 대공시스템 정도에 불과합니다. 1991년 독립 이래 20여년간 경제적으로 내리막을 걸었던 우크라이나는 국방부문의 기본적인 유지·관리도 제대로 해오지 못했습니다.

서방의 군사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들 것같습니다.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2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의논한다고는 합니다만... 미국 우파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러시아 전문가 리언 애런은 CNN에 “모두가 알고 있고 푸틴도 아는 명백한 사실은, 우크라이나 때문에 미국이 전쟁을 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푸틴의 마음먹기에 달린 셈이로군요.


크리미아 점령으로 일단 ‘무력시위’를 하긴 했으나, 현재로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공격을 벌일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BBC방송은 러시아가 옛소련권 국가들을 다루는 데에는 3가지 단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첫째는 강도높은 압박 발언, 둘째는 경제적 보복 위협, 세째는 무력 과시입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이 3단계를 모두 밟았지만, 절제되고 계획된 대응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크렘린은 푸틴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일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보호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고만 발표했습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키예프의 새 정부가 급진주의자들을 배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을 압박하는 발언이지만, 아예 새 정부를 부정하지는 않았네요.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교차관도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에 추가파병한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푸틴으로서는 급할 게 없겠지요. 우크라이나로 가는 에너지 공급줄을 쥐고 있고, 채권이라는 경제적 압박수단도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크리미아라는 유용한 지렛대까지 하나 더 갖게 됐습니다.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변수들도 적지 않다. 흑해 연안은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로, 섣불리 군사행동에 나섰다가는 러시아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됩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속박돼 있지만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무역 중개지이자 러시아 자본의 주요 투자처이기도 합니다.

2008년의 조지아(당시에는 그루지야라고 불렀죠) 공격 때와 비교해봐도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당시에는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를 공습했지만, 러시아가 키예프를 공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6년 전 공격의 빌미는, 그루지야가 자기네들 내부의 자치공화국이던 친러시아계 남오세티아, 압하지아를 핍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는 분쟁 중이던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를 손쉽게 조지아의 영향권에서 떼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가 나서서 크리미아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키예프로부터 분리시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친러시아계가 내전이라도 벌여 분리독립 혹은 러시아로의 귀속을 선언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보시려면... 우크라이나 시위와 유혈 사태 진행 과정


크리미아의 친러시아계 총리인 세르게이 악쇼노프는 크리미아가 러시아에 귀속될지 우크라이나에 남을지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요구하면서 러시아에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크렘린은 "악쇼노프의 요청이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푸틴이 당장 무모한 군사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진영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새 정부와 서방으로부터 이권을 침해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얻어내려 할 공산이 커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야당지도자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가 조만간 푸틴을 찾아갈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네요. 정작 티모셴코 측근들은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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