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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막 가는' 이유는...서민정치로 국민 지지 받는 아마디네자드의 배짱 때문

딸기21 2005. 11. 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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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활동 재개 선언 (2005.11.3) 


이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보수파 정권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자"는 발언으로 유엔의 비난을 받았던 이란은 국제사회의 비판과 서방의 압력에 아랑곳 않고 핵문제, 대외관계 등에서 독단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서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이란의 반미-반서방 행태에는 거침이 없다. 


핵 활동 재개 


이란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핵 활동 중단 압력에도 불구하고 다음주부터 이스파한 핵시설에서 우라늄 전환활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테헤란 주재 서방 외교관들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피하기 위해 유엔 사찰단에 파르친 군사시설 방문 등을 허용하면서, 동시에 이스파한의 핵시설 가동을 재개하는 등 양면 작전을 구사할 방침이라고 AP통신 등이 외교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8월 이란이 이스파한 우라늄 전환을 재개키로 한 뒤 이사회에서 이란 비난 결의안을 내놨으나 유엔 안보리 회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란의 이중적인 조치는 "우라늄 농축은 계속하겠지만, 핵 이용은 어디까지나 평화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서방 외교 안 한다 


전임 무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정부가 서방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과 달리, 아마디네자드 정부는 핵 문제를 비롯해 대외관계에서 `내 갈 길을 간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석유장관직에 측근인 사데크 마흐술리를 지명했다. 마흐술리는 혁명수호군 장교를 지낸 이슬람 강경파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지난 8월 자신의 측근인 알리 사이들루를 석유장관에 지명했다가 적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마즐리스(의회)에서 거부당했다. 이후 공석으로 남겨뒀던 이 자리에 이번에 또다시 비전문가인 측근을 지명한 것이다. 마즐리스가 인준을 해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핵심 요직인 석유장관에 서방과의 인연이 전혀 없는 강경파를 앉힐 경우 에너지 외교가 더욱 껄끄러워질 것임은 분명하다. 


이란인들이 1979년 미대사관 점거사건이 일어났던 테헤란 시내 옛 미국대사관 건물 앞에서 2일 반미, 반 이스라엘 집회를 벌이고 있다. AP


동시에 이란 정부는 서방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외교관 40여명을 이날 한꺼번에 경질해버렸다. 마누셰르 모타키 외무장관은 올 연말 대사와 재외공관장 등 고위외교관 40여명의 임기가 만료될 것이라고 마즐리스에 보고했다고 관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어느 나라 대사들이 바뀌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실용주의 외교를 주도해온 영국 주재 대사 등이 경질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 타임스는 이란 정부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 최대 규모의 외교관 숙청을 단행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같은 날 테헤란 시내 옛 미국대사관 건물 부근에서는 1만여명이 참가한 반미-반이스라엘 집회가 열렸다. 영국항공(BA)과 영국석유(BP) 사무실이 입주해있는 건물에서는 두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폭발물질이 터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아마디네자드 속셈은 


거침없는 반미 발언, 그나마 우호적이었던 유럽과의 관계까지 싸그리 무시하는 행보, 국민들의 반미-반이스라엘 정서를 부추기는 정책, 다국적기업들의 발을 묶는 에너지 노선. 이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당선 때부터 보수강경화는 우려됐었지만 집권 뒤 석달 동안 보여준 모습은 예상을 압도한다. 미국의 압박과 국민들의 반미감정 사이에서 불안정한 줄타기를 하기보다는 이슬람을 기치로 내부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독자 행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은 국민적인 지지다. 그는 외부에는 이슬람 강경파로 알려졌지만 내부적으로는 빈민 구제와 부(富)의 평등한 분배 등을 내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 `서민 대통령'`자존심 강한 정부'라는 인상으로 보수파는 물론이고 젊은층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전임 하타미 정권 시절 `개혁'을 명분으로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친서방 외교를 펼치면서 이란 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계층간 갭이 커진데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란 대통령, '배짱'의 근원은 '국민' (2005.11.7) 


지난 8월 집권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핵 갈등, 반(反) 이스라엘 발언 등으로 서방의 대대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란 내에서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전격적인 대선 승리 이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국제무대에서의 고립을 자초하는 듯한 그의 속셈은 무엇이고, 대외관계 악화 속에서도 내부 다스리기에 성공하고 있는 저력은 무엇일까.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정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지난 6월 대선에서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내세워 모든 외신들의 예측을 뒤엎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후 그가 펼친 일련의 정책들은 철저히 `서민층 공략'에 맞춰져 있다. 대장장이 아들로 서민 출신임을 내세운 그는 최근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면서 국영기업 주식을 빈곤층 가구에 할당해주는 계획을 승인했다. 관영 IRNA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 승인된 이 계획은 빈곤층 가구가 국영기업 주식을 매입한 뒤 20년에 걸쳐 장기 상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가 자산을 빈민들에게 매각하는,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민영화 조치다. 



앞서 아마디네자드 정부는 고유가 덕에 쏟아져 들어오는 석유수입으로 `사랑펀드'라는 이색 기금을 만들었다. 13억 달러(1조300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이슬람 지도자 이맘 레자의 이름을 따서 `레자 사랑펀드'라 명명됐다. 석유 수입금으로 이 펀드를 조성해 젊은이들의 취업과 결혼, 주택구입 자금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실업과 주택난은 이란 젊은이들의 최대 고민거리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의 자원은 이란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며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의 개발 참여를 제한하고 오일달러의 균등 분배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랑펀드는 석유 수입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좌절한 젊은층의 지지를 끌어 모으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고안됐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외부에는 이슬람 강경파로만 알려졌지만 내부적으로는 빈민 구제와 부(富)의 평등한 분배 등을 내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 `서민 대통령'`자존심 강한 정부'라는 인상으로 보수파는 물론이고 젊은층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전임 하타미 정권 시절 `개혁'을 명분으로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친서방 외교를 펼치면서 이란 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계층간 갭이 커진데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친구와 적을 구분하라 


미국과의 갈등 속에 국제사회에서 고립 일변도로 가는 것 같지만, 실제 이란의 행보는 그렇지 않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들과의 적대를 불사하면서도 전통적인 우방국들과의 관계는 강화하고 있다.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이란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이 마음대로 제재를 가할 수 없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지난달 IAEA 이사회에서는 제3세계 국가들이 대거 이란을 편들어 서방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란은 러시아, 중국, 인도에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관계를 굳혀왔다. 미국이 밉게 보는 시리아에도 석유를 공급하고 있고, 1980년대 오랜 전쟁을 벌였던 이라크와도 화해했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주변 아랍국과 껄끄러운 관계였지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거침없는 반미 발언은 이슬람권 저변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팔레스타인 등 반미 정서가 높은 지역 주민들은 그의 반미, 반이스라엘 발언에 찬사를 보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쟁 이후 반미감정이 극대화된 이슬람권에서 이란 대통령의 `용감한 발언'이 친미 아랍국 수장들의 저자세와 대비되면서 환영받는 것이다. 


미국이 가만있을까 


그러나 이란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을 상대로 한 의도적인 도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서민 정치를 지향하는 아마디네자드 정부의 정책은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의 이해관계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새 정부는 에너지산업에서 서방 기업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미국이 꺼려하는 나라들로의 자원 수출을 늘리고, 석유판매 수익은 개혁-개방이 아닌 내부결속에 주로 투입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는 미국이 가장 꺼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란에서는 1951년 무하마드 모사데크 총리 정권이 석유산업 민영화를 추진했다가 2년 만에 미국이 배후지원한 쿠데타로 실각하고 친미 파흘라비(팔레비) 왕정이 들어선 역사가 있다.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최근 이란이 석유결제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사담 후세인이 석유결제화를 유로로 바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석유결제화 변경은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에 대한 엄청난 도발이 되는 셈이다. 이란은 석유매장량 세계 3위, 천연가스 매장량 2위의 자원대국이며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와 모두 맞닿는 유일한 국가다. 이란의 독자 행보에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할지가 주목된다. 



■ “핵은 갖되, 무기는 안 갖는다” 이란의 이중 노선 


이란이 6일(현지시간) 유럽국들에 핵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관영 IRNA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란측 핵 협상 대표인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최고회의 의장은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파트너들에게 서한을 보내 협상 재개를 요청했다. IRNA통신은 라리자니 의장이 서한에서 EU 3국 외무장관들에게 "건설적이고 논리적인 협상"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서한을 전달하는 것 같은 직접적인 방식으로 유럽 측에 핵 협상 재개를 요구한 것은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취임 이래 처음이다. EU는 7일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란 핵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은 또한 미국과 유럽국들이 핵무기 실험 장소로 지목해온 테헤란 교외 파르친 군사시설을 유엔 사찰단에게 개방했다고 밝혔다. 이스파한 핵시설의 우라늄 전환 활동을 강행하면서 동시에 유엔 사찰단에 군사시설을 공개한 것은 핵 개발이 평화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극단적인 반 이스라엘 발언 이후 악화된 국제여론 속에서 최악의 고립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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