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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에 강타당한 마을, “봉쇄 때문에 굶어죽을 판”  

딸기21 2014. 8. 1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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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죽음의 잔해들이 흩어져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숨진 사람들에게 투약됐던 약봉지가 빈 집에 흩어져 있고 생리식염수 포장용기가 진흙탕에 나뒹군다. 약은 듣지 않았고, 감염자들이 병원으로 실려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이 집에서는 10명이 숨졌고, 저 집에서는 아이 3명과 어른 1명이 숨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아내를 에볼라에 잃은 노인 한 명이 외롭게 남아 있다. 옆집에서는 7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모를 잃은 6살, 7살 어린 자매는 집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마을 학교 교사 셰쿠 자야(35)는 “일가족 17명이 사망한 집도 있다”고 전한다. “너무 많은 이들이 죽었다. 이 마을을 버리고 떠나고 싶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12일 전한, 에볼라에 강타당한 시에라리온 동부 은잘라 응기에마 마을의 풍경이다. 주민이 500명 남짓한 이 곳에서만 61명이 에볼라로 사망했다.

 

물론 아직 살아 남은 이들이 있지만 마을은 마치 얼어붙은 듯했다. 어두컴컴한 집들에는 희생자들의 옷가지와 신발이 널려 있다. 라디오도 간혹 눈에 띄지만 켜지 않은 지 몇 주는 된 것 같다. 최근 한 달 동안에는 신규 감염자가 없었음에도,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남긴 공포는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에라리온에서는 에볼라로 반 년 새 300여명이 숨졌다. 정부는 군대를 배치해 전염병의 확산을 차단하고, 발병지역을 봉쇄했다.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이 지역은 집중 검역대상지로 분류돼 비포장 도로 대부분이 차단됐다. ‘에볼라 존(Ebola Zone)’으로 선포된 지역의 넓이가 1만㎢에 육박한다. 지역 지도자들은 “전염병으로 죽지 않는다면 음식이 모자라 죽어야 할 판”이라고 호소한다. 지역 지도자 데이비드 케일리-쿰버는 “길을 막아버리는 사람에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에볼라 사망자보다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한 라이베리아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세계 최빈국 시에라리온의 ‘강력한 검역’이라는 것은 현지 주민들의 사정을 무시한 채 진행되기 일쑤다. 정부도, 국제 보건기구들도 에볼라가 퍼지는 것을 막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염병 확산을 막을 보건인력과 자원 투입은 적은 채로 발병 지역을 봉쇄하는 데에 급급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은잘라 응기에마 지역의 경우에도 정부의 방역조치가 취해진 것은 이미 감염자들이 숨진 뒤였다. 하지만 정부는 봉쇄에만 치중했을 뿐 실질적인 방역에는 실패했다. 사람들이 숨져 나간 집들에는 감염자들이 쓰던 물건이나 옷가지가 그대로 널려 있지만 어떤 후속조치도 없었다. 에볼라 검역작업을 돕고 있는 교사 제임스 바이온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감염자들의 물건들을 불태우라고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너무 많이 희생돼, 올해에는 곡물 씨앗을 뿌리기조차 힘들 것 같다고 주민들은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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