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빈라덴도 밀려났나

딸기21 2005. 11. 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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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국영TV가 공개한 이라크 여성 테러범 사지다. (AP Photo/Jordanian TV)


“나는 폭탄테러범”


한 이라크 여성이 13일(현지시간) 요르단 TV에 출연, 지난 9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발생한 호텔 연쇄 폭탄테러에 가담했었다며 `공개 자백'을 했다.

"올해 35세인 사지다 알 리샤위"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여성은 요르단에 접경한 이라크 알 안바르주 라마디에서 왔다고 밝히고 자신이 남편과 함께 암만 시내 폭탄테러에 가담했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서쪽에 위치한 라마디는 이라크 수니파 저항세력의 거점이다. 사지다는 맨 처음 폭발이 일어났던 라디손 SAS 호텔 연회장에 남편과 함께 들어가 테러를 감행하려 했으나 자신이 두르고 간 폭탄띠가 터지지 않는 바람에, 남편의 자폭 직후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요르단 정보당국은 이라크인들이 잠입해와 테러를 저질렀으며 부부 테러범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었다. 국영TV는 사지다의 공개 자백과 함께, 그가 플라스틱 커버로 덮인 폭탄띠를 허리에 두르고 있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당국은 사지다 부부와 또다른 이라크인들 2명 등 총 4명이 연쇄폭탄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지다는 테러가 일어났을 당시 호텔 연회장에는 여성들과 어린이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한 표정으로 말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사지다가 어떻게 체포돼 국영TV에 출연하게 됐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 지나치게 침착한 태도로 범행 경위를 설명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테러전문가들 사이에는 이 여성의 발언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알카에다 내부 분열?


요르단 암만 연쇄폭탄테러를 계기로, 알카에다 지도부 내부에서 아프가니스탄 쪽 조직과 이라크 조직 간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암만 테러는 `테러의 지휘자(mastermind)'라 불리던 오사마 빈라덴보다 이라크 알카에다 지도자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영향력이 더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요르단 정보당국은 이라크에서 위조여권으로 잠입해온 알카에다 조직원 4명이 암만 연쇄테러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TV에 출연한 이라크 여성테러범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테러범들은 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알카에다 조직에서 훈련을 받고 요르단으로 넘어온 것이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 요르단인인 자르카위가 이미 몇년 전부터 자신의 고국에서 친미왕정을 무너뜨리려 시도했었다면서 "암만 테러는 자르카위 조직이 이라크를 넘어 주변국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정치분석가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이라크를 테러기지로 만드는데에 성공함으로써 자르카위는 빈라덴을 넘어선 영향력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빈라덴이 아프간에 숨어 지내는 동안 자르카위가 이라크를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 어느새 알카에다 내에서의 영향력이 빈라덴을 능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달말 자르카위 조직이 40개국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암만 테러가 그동안의 알카에다 테러와 다른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이를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알카에다는 일사불란한 조직체계 대신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며, 테러를 일으킬 때에는 현지의 좌절한 청년층이나 소규모 조직을 포섭해 범행에 동원하는 방법을 써왔다. 영국 런던 7.7 테러나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들이 모두 그런 방식이었다. 반면 암만테러는 이라크 알카에다가 직접 멤버들을 파견해 저질렀다는 점에서 매우 다르다.

지난달 초 미 국방부는 빈라덴의 최측근이자 알카에다 2인자로 알려진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이라크 알카에다 측에 인질 살해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발표했었다. 이런 정보들은 알카에다 지도부가 분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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