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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대만은 No? 네팔 지진 구호의 ‘숨은 정치’

딸기21 2015. 4. 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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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40억원, 미국 10억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에서 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두 나라 정부가 밝힌 긴급지원 액수다. 역시 북유럽의 인도주의 국가 노르웨이는 ‘긴급원조’의 대국이었다.

 

세계 어느 곳에선가 참사가 일어나면, 국제사회가 일제히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그 중에는 노르웨이의 네팔 지원처럼 인도주의적인 도움이 있는가 하면 중국과 인도의 ‘구호 경쟁’처럼 지정학적 배경이 깔린 행위들도 있다.


중국 구조팀이 27일 수색견을 이끌고 26일 네팔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도착해 배치를 기다리고 있다. 카트만두/신화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25일 지진 참사를 당한 네팔에 100만달러(약 1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 국제개발국(USAID)은 또 구호전문가들과 버지니아주 소방·구조국 소속 구조팀 등 54명을 카트만두에 급파하기로 했다. 미군도 파견해 구조를 돕는다.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도 긴급 원조를 약속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거액을 약속한 곳은 노르웨이였다. 노르웨이는 네팔에 노르웨이는 3000만크로네(약 41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26일 “네팔 정부에 위로 전문을 보내고 긴급 구호지원을 할 것을 검토중”이라며 “네팔 정부가 구호팀 파견을 요청해 오거나 우리가 파견 의사를 밝힌 것을 네팔 정부가 수용하는 형식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에야 1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밤 늦게 긴급대응팀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일단 2500만엔(약 2억2000만원) 어치 물품부터 네팔로 보냈다. 일본이 최대 돈줄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은 300만달러 지원 계획을 밝혔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27일 위기대응팀 9명을 보내기로. 반면 뉴질랜드는 네팔에 있는 자국 여행객 200여명의 안전이 모두 확인됐음에도, 그보다 4배인 37명의 구호팀을 보낸다. 


중국 후난성 헌양의 난화대학 학생들이 27일 지진 참사를 맞은 네팔 사람들을 위해 촛불을 켜놓고 안전을 기원하고 있다. 기도하고 있다. 헌양/AFP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번 네팔 구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네팔과 이웃한 두 ‘거인’, 인도와 중국의 원조 경쟁이다. 네팔 남쪽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도는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진이 나자마자 트위터에 “수실 코이랄라 네팔 총리에게 전화해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글을 올렸다. 

지진 당일 자정 무렵 이미 인도는 300명 규모의 재난대응팀을 파견했다. 이동식 치료소를 차릴 수 있는 의료용품과 설비를 실은 C-130 수송기 등 인도 항공기들이 연이어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지난해 5월 모디 총리 취임 뒤로 인도는 ‘지역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세우려 애쓰고 있다. 인도에서 국경을 넘어 네팔 카트만두를 지나 포카라까지 가는 민간 기구들의 ‘구호품 행진’도 계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트위터에 올린 글들.


중국은 26일 62명의 구조팀과 수색견, 의료장비를 보냈다. 중국 상무부는 천막과 발전기 등 2000만위안(약 35억원) 어치의 물품을 전세기로 보내기도 했다. 카트만두포스트 등 네팔 언론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네팔에 필요한 물품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위로를 보내왔다고 27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남아시아를 두고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경쟁이 이번 지진 뒤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 사이에 끼인 네팔을 두고, 서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 속에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네팔 어린이가 27일 카트만두의 대피용 천막 틈새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카트만두/EPA연합뉴스


중국은 네팔 투자를 늘리면서 최근 고속도로와 발전소 등 네팔 인프라 건설을 맡고 있다. 중국은 네팔과 맞닿은 티베트 자치지역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티베트인들이 네팔로 넘어가 분리주의 운동을 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오래전부터 네팔을 자국 영향력 아래에 있는 나라로 여겨왔다. 중국이 지난해 네팔 원조액을 1억2500만달러로 올리자 인도는 경쟁하듯 네팔에 10억달러 차관을 제의했다. 


네팔이 지원을 거절한 나라도 있다. 대만이다. 네팔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마잉주 대만 총통은 20명 규모의 구조팀과 수색견을 카트만두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불교 구호재단인 쯔치기금은 대만적십자사와 함께 네팔 돕기 100만달러 모금에 들어갔다. 


하지만 27일 앤드루 카오 대만 외교차관은 네팔 측이 구호팀 지원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카오는 “하지만 대만 정부는 여전히 네팔이 원한다면 의료 지원과 긴급구조팀 파견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27일 네팔 여성이 지진으로 무너진 카트만두의 인드라야니 힌두 사원에서 그나마 온전한 채로 남아있는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다. 카트만두/AP연합뉴스

 


대만은 1999년 9월 ‘921대지진’이라 불리는 강진을 겪었다. 2400여명이 희생된 당시 지진 때 대만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에 보답하듯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구호물품과 인력을 많이 보냈다. 그런데도 네팔이 굳이 대만의 도움을 거절한 것은 중국을 의식한 처사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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