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집권 1년 모디, ‘메이크 인 인디아’ 내세워 아시아 순방  

딸기21 2015. 5. 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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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만들라(Make in India).” 


중국을 잇는 세계의 생산기지를 자처하고 나선 인도의 구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4일부터 중국·몽골·한국을 연달아 방문하며 대대적인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이달 말 취임 1년을 맞는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모디는 14일 중국의 역사 도시 시안(西安)에 도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환대를 받았다. 시안이 있는 산시성은 시 주석의 고향이다. 중국 지도자가 베이징이 아닌 곳에서 외국 정상을 맞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 주석은 “외국 정상을 제 고향에서 맞는 것은 처음”이라며 반겼다. 모디는 트위터에 “시안은 현장법사의 인도 여행과도 관련 깊은 곳”이라는 글을 올렸고, 병마용을 둘러본 뒤 이날 밤 베이징으로 향했다.


다녀오겠소! 중국으로 떠나는 모디 총리. (Xinhua/Ding Haitao)


중국 언론들은 시안이 실크로드의 기점이었음을 들며, 시 주석이 최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를 홍보하기 위해 시안을 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과 인도는 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잠재적 경쟁자이며 근래에는 남아시아 바다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두 나라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한다. 특히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계획에는 인도의 협력이 절실하다.


인도 또한 성장을 재촉하기 위해 중국에 기대야 한다. 모디는 방중에 앞서 중국 CCTV와의 회견에서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의 번영’을 강조했다. 수도 대신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초빙한 것도 모디가 먼저였다.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인도에 갔을 때 모디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자 마하트마 간디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에서 회담을 했다. 이번 방문에서 모디는 껄끄러운 국경분쟁 같은 이슈보다는 경제 교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넌 누구냐. 병마용에 간 모디. (Xinhua/Ding Haitao)

넌 또 누구냐. (Xinhua/Ding Haitao)


오는 26일 집권 1년이 되는 모디는 이번 순방에서 ‘메이크 인 인디아’ 홍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를 생산기지로 삼으라며 모디가 세계에 내세운 구호다. 실제로 모디 방중을 앞두고 중국 스마트폰 회사 샤오미가 인도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중국 기업들이 인도를 생산기지로 삼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해 인도의 최대 교역상대국이었으며 두 나라 간 교역규모는 710억달러(약 77조원)에 달했다.


전임 만모한 싱 총리가 ‘조용히’ 인도 경제의 덩치를 키웠다면, 모디는 ‘강한 인도’를 내세우며 확연히 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총리 취임식에 숙적인 파키스탄 총리를 초대했고, 부탄과 네팔을 잇달아 찾아 남아시아의 맹주임을 과시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때에는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 인도계 이민자들을 결집시키고 록스타를 방불케하는 호응을 이끌어내 ‘매디슨 매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면서도 인도 최대 전함 비크라마디티야를 진수시키고 중국·파키스탄과의 국경분쟁에 강경 대응했다. 경제적으론 실리를 챙기되 정치적으론 대결도 불사할 것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India's Prime Minister Narendra Modi (L) and China's President Xi Jinping shake hands before they hold a meeting in Xian, in China's Shaanxi province, on May 14, 2015. /AFP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집권 1년 행보


2014.5.26 총리 취임

     5.27 취임 기념식에 참석한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악수

     6.14 인도 최대 전함 비크라마디티야 진수식

     6.15 부탄 방문(취임 뒤 첫 외국 방문)

     7.14 브라질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 중·러 정상과 첫 만남

     8.3 네팔 방문

     8.15 독립기념일 연설, 여성교육 강조

     8.28 전 가구가 은행 계좌를 갖도록 하는 ‘잔 단 요자나’ 프로그램 도입

     9.28 유엔 총회 참석 및 미국 방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회담

     11.12 미얀마 아세안·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

2015.1.26 인도 공화국의날 기념식에 오바마 부부 참석

     4.17 기업인들 이끌고 프랑스·독일·캐나다 순방

     4.25 네팔 지진 참사, 대규모 지원 약속

     5.14 중국 시안 도착, 중국·몽골·한국 순방 시작


자료: 인디안익스프레스


힌두민족주의를 앞세운 모디의 국내정책에는 비판이 적지 않으나 적어도 1년 간의 경제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두자릿수였던 물가상승률은 5%로 떨어졌고,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4%로 중국을 넘어섰다. 연료보조금을 줄이는 등의 재정개혁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9%에서 1% 수준으로 재정적자를 확 낮췄다. 외환보유고는 12% 늘었다. “사업가와 빈민 모두의 벗이 되겠다”며 모든 가구가 은행 계좌를 갖게 하고, 반부패·반빈곤·경제성장을 위한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온갖 구호에 비해 실적은 기대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1년 새 경제지표가 호전된 것도 저유가 덕이 컸다. 확실한 성과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모디 정부는 중국 등 각국에 구애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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