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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탈레반, 북부 주요도시 장악... 철군 앞둔 미군에 ‘타격’  

딸기21 2015. 9. 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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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개시 후 14년. 하지만 세계 최강대국이 ‘적’으로 규정하고 맹공격을 퍼부었음에도, 그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또다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은 아프간 무장조직 탈레반이 28일 북부 도시 쿤두즈를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의 주요 도시를 수중에 넣은 것은 2001년 10월 미국의 대테러전으로 정권을 빼앗긴 뒤 처음이다. 탈레반은 이날 새벽 무장전투원 수백 명을 동원,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250km 떨어진 쿤두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공격 감행 12시간 만에 시내 중심가의 광장을 점령했으며,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등의 사진을 찢어버리고 탈레반 깃발을 내걸었다. 또 교도소 문을 열고 탈레반 수감자 140명 등 600여명을 풀어줬다. 

 

아프간 정부는 쿤두즈가 탈레반에 장악됐음을 인정했으며 10여곳에서 비슷한 공격이 동시다발로 일어나 속수무책이었다고 주장했다. 옛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가 사망한 사실이 공식 확인된 뒤 최근 탈레반 지도자가 된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는 정부를 향해 “패배를 인정하라”는 성명을 냈다.


가니 대통령은 29일 TV 연설을 통해 “저들은 시민들을 인간방패로 쓰고 있으나 반드시 쿤두즈를 탈환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정부군은 관공서들을 탈환하기 위한 반격 작전에 들어갔다. 미군도 이날 새벽부터 아프간 정부군을 돕기 위해 공습을 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쿤두즈 경찰서와 교도소 일대에서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구호기구 ‘국경 없는 의사회’는 양측의 전투로 다친 사람 100여명을 치료하고 있으나 쿤두즈에 있는 자신들의 치료시설이 꽉 차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쿤두즈가 탈레반에 넘어간 것은 미국과 아프간 정부에는 뼈아픈 실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프간에서는 ‘민주 선거’가 치러졌고, 전후 줄곧 집권해온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뒤를 이어 가니 대통령이 취임했다. 하지만 가니 취임 1주년(9월 29일)을 하루 앞두고 탈레반이 주요 도시를 장악해버렸다. 

 

더군다나 쿤두즈는 북부의 교통 중심지로, 카불까지 곧바로 이어지는 요충지다. 탈레반은 지난 4월부터 쿤두즈를 공격해왔다. 그런데도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결국 도시를 빼앗김으로써 무능력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 됐다. 반면 탈레반은 새 지도자의 지휘 아래 도시 공략에 성공, 건재를 과시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첫 해부터 아프간에서 발을 빼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은 지난해 말 아프간에서의 ‘전투 임무’를 공식 종료하고 대부분 철군했다. 일부 남아 있는 미군과 나토 병력은 아프간 정부의 치안유지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치중해왔다. 미군은 아프간 치안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남아 있는 미군도 올해 말에는 철수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탈레반이 다시 세력을 키워 아프간 정부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완전 철군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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