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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대통령 “이스라엘과의 협정 못 지키겠다” ...파탄난 오슬로협정  

딸기21 2015. 10. 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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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오슬로협정’은 양측의 오랜 분쟁을 끝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할 길을 닦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졌고, 두 사람은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했던 요르단강 서안지구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세워졌으며, 팔레스타인은 유엔의 옵서버국가가 됐다. 올해 유엔 총회에서는 처음으로 유엔본부 앞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걸렸다. 

 

하지만 이-팔 관계는 안정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이스라엘의 도발과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봉기)가 이어졌고, 이스라엘은 수차례 침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초토화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땅에 계속 유대인 점령촌을 만들었다. 결국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의 협정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오슬로협정은 완전히 파탄날 처지가 됐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이 30일 유엔본부 앞에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게양하기 앞서, 국기에 입을 맞추고 있다. 유엔본부/AP연합뉴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오슬로협정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맺은 상호협정에 더이상 묶여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측의 안보와 경제적 안정을 위해 지난 20년 동안 맺어왔던 상호협정들을 이스라엘이 “구조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면서 팔레스타인만이 협정에 매여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가 말한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위반사항은 점령촌 건설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팔레스타인 땅을 불법 점령했다가 오슬로협정 뒤 ‘명목상’ 되돌려줬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땅인 동예루살렘을 비롯해 여러 곳을 여전히 무력 점령하고 있고, 심지어는 콘크리트 분리장벽을 쌓아 멋대로 합의되지 않은 국경을 굳히고 있다. 

 

점령촌을 이스라엘은 단순히 ‘정착촌(settlement)’이라고 부르지만, 유대인 마을들은 팔레스타인 땅을 갈갈이 찢고 주민들을 몰아내는 도구다. 팔레스타인 땅 곳곳에 유대인 마을들을 만든 뒤 도로로 연결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지나다니지 못하게 하거나 수시로 검문, 위협한다. 또한 유대인 ‘정착민’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군대가 주둔하면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사살하곤 한다. 지난달 22일에도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의 총에 팔레스타인의 21세 청년 디야아 탈라메가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군은 “폭발물을 던지려고 하는 줄 알았다”며 ‘실수’라고 주장했다. 

 

유대인 정착민들은 마음대로 물을 끌어다 쓰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관정을 파는 것조차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정부는 점령촌을 짓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하면서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정착촌 확대에 반대해온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와 이스라엘 사이에도 금이 갔다.


 

일부 외신들은 압바스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폭탄선언’이라 표현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사기”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정작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는 압바스의 발언에 대해 시큰둥해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미 파탄난 지 오래된 협정을 이제 와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정치분석가 칼릴 시카키는 뉴욕타임스에 “실제로 이스라엘과 맞설 행동을 실현에 옮기지 않는다면, (압바스의 선언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압바스는 이스라엘과의 안보·민간분야 협력도 끊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실제로 그런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예루살렘에 있는 국제위기그룹 전문가 네이선 스롤은 압바스의 발언이 “진부한 수사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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