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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복권 1등 당첨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의 '인생역전'

딸기21 2015. 12. 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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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남부 바닷가 마을 로케타스데마르에서 ‘엘 고르도 로또’ 복권 1등 당첨자 1600명이 나와 화제가 됐다. 한 상점에서 산 1600명이 동시에 1등에 당첨되면서 각각 40만유로(약 5억1286만원)를 받게 된 것이다. 


모든 당첨자들이 행복을 맛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쁜 사람은 세네갈에서 온 이주자 응가녜(35)다. 응가녜는 2007년 다른 아프리카인들 60여명과 나무 보트에 몸을 싣고 스페인행을 택했다.

그는 로케타스데마르에 정착한 뒤 농장에서 과일 따는 일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일자리를 잃어 허드렛일로 연명하고 있고, 하루 5유로조차 벌지 못하는 날도 많다. 하지만 복권 덕에 인생역전을 경험하게 됐다. 그는 스페인 일간 라보스데알메리아에 “바다를 떠돌던 나를 구해준 스페인 정부와 스페인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페인 엘 고르도 로또 복권에 당첨돼 40만 유로를 받게 된 해안마을 로케타스데마르의 세네갈 출신 이주자 응가녜가 지난 22일 현지 방송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EPA


또 다른 1등 당첨자 이마네스 나아마네도 모로코 출신 이민자다. 이마네스는 당첨 번호인 ‘79140’을 쓴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행운을 자축했다. 올해 18살인 이마네스는 4살 때 부모와 함께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이주해왔다. 그는 “살림이 정말 어려웠는데 이제 우리가 사고 싶은 것들을 살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관련기사] 한 마을 1600명 일제히 ‘로또 1등’ 당첨

로케타스데마르는 바다를 건너온 세네갈·모로코 등 이주자들의 주요 기착지다. 북·서부 아프리카에서 온 가난한 이주자들은 배를 타고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에 먼저 착륙한 뒤 로케타스데마르로 이동한다. 응가녜도 카나리아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테네리페를 거쳐 이 마을로 왔다. 열악한 불법 이민선을 타는 것은 목숨을 건 모험이다. 숱한 이들이 배가 부서져 고기밥이 되곤 한다. 

무사히 스페인에 들어간다 해도 이주지에서의 삶이 쉽지는 않다. 로케타스데마르는 실업률이 31%로, 스페인 전체 실업률 21%보다도 훨씬 높다. 이주자들은 대부분 채소·과일농장에서 저임금 이주노동자로 일하기 때문에 소득이 적다. 이번 복권 당첨자들 중 이주자들이 상당수이지만 당첨금을 어떻게 받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 복권판매업체 직원이 은행에 데려가 절차를 설명해주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여적] 스페인의 ‘뚱보 복권’

엘 고르도는 스페인 최대의 복권 행사로 매년 크리스마스 전에 발표된다. 복권 한 장의 가격은 20유로(약 2만5640원)다. 다른 나라의 주요 복권들과 달리 한 두 명이 천문학적인 거액을 받는 게 아니라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총 당첨액은 22억유로(약 2조8207억원)이지만 여러 명이 나눠 받는 까닭에 1등 상금액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스페인인들은 복권 여러 장을 사서 친구, 가족들과 나누며 한 해를 마무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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