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화산 탐보라 TAMBORA: The Eruption that Changed the World
길런 다시 우드. 류형식 옮김. 소와당
신문 북리뷰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보기는 했는데, 이미 비슷한 종류의 책인 사이먼 윈체스터의 <크라카토아>를 읽었기 때문에 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말레이 제도>를 읽다 보니 탐보라 이야기가 나와서, 빌려 읽었다.
후다닥 읽었다. 호주 출신인 저자는 환경/과학과 문학을 연결지은 '환경문학'을 강의하는 학자라고 한다. 책은 <프랑켄슈타인>을 비롯해 메리 셸리의 글들과 바이런 어쩌구 등등을 줄곧 인용하는데, 그런 책들이나 글들에 무지한데다 별반 관심도 없어서 몽땅 건너뛰다 보니 사실상 듬성듬성 읽은 꼴이 됐다.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을 말하자면, 확대해석과 과장이 너무 심하다. "1815년 오늘날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이 폭발해 지구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주제인데, 이 화산이 폭발할 당시의 상황을 담은 기록은 매우 적으며 화산 폭발로 인한 영향을 담은 글이나 연구는 더더욱 없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 화산이 크라카토아보다 더 셌어! 훨씬 셌어!"라고 말하려니 이것저것 다 가져다 붙인 꼴이 됐다.
한마디로 1815~1817년 지구상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탐보라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우스운 꼴이 됐달까.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벵골의 콜레라와 아일랜드의 기근(그나마 가장 유명한 아일랜드 기근은 19세기 중반의 것이라 탐보라와는 큰 상관 없다. 그래서 저자는 굳이 '탐보라 때문에 일어난 1816년 기근도 아마 1840년대 기근과 비슷했을 것이다'라는 친절한?? 추측을 덧붙여놨다)과 중국 운남성 기근(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아편 재배와 아편전쟁 -_-)과 알프스 빙하댐의 붕괴와 영국의 '북극탐험' 열기 등등이 모두 '탐보라 위기'와 관련있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건, 저자의 의도다. 탐보라 화산 폭발이 아마도 이러저러한 영향을 미쳤을 거야, 라고 상상해보는 건 기후변화 혹은 막연한 기후재앙이 지구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지구 사람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들지 예측하는 도구가 되리라는 것. 저 모든 사건들이 탐보라와 관련 있든 아니든 간에, 1815년의 지구를 쭉 둘러보는 것만 해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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