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 국내에서 처음으로 꽃 피웠다

딸기21 2017. 8. 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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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는 작은 별을 파고들어가 결국은 산산조각나게 만드는 ‘무서운 씨앗’ 이야기가 나온다.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는다는 바오밥나무의 씨앗이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뿐,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의 한 종류일 뿐이다.

 

아프리카의 사바나 기후에서 주로 자라는 바오밥나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2012년부터 충남 서천의 ‘에코리움 지중해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바오밥나무가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화했다. 국립생태원은 “바오밥나무가 7월 22일부터 10cm 크기의 흰 꽃을 피웠다”고 1일 밝혔다. 바오밥나무는 국립생태원을 비롯해 포천 국립수목원, 제주 여미지식물원 등에 전시되어 있으나 국내에서 꽃을 피운 건 처음이라고 국립생태원은 설명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2012년부터 충남 서천의 ‘에코리움 지중해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바오밥나무가 7월 22일 처음으로 흰 꽃을 피웠다. 사진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의 바오밥나무에서 꽃봉오리 5개가 확인된 것은 지난달 17일이다. 그 중 하나가 22일 개화를 했다. 이 꽃은 이틀 뒤에 졌지만 다른 꽃봉오리 2개가 25일 개화했다. 역시 이틀 뒤에 낙화했고, 현재 꽃봉오리 2개가 남아 있다.


바오밥은 마다가스카르섬에 6종, 아프리카 대륙에 2종, 호주에 1종 등 세계에 9종이 분포한다. 국내에서 꽃을 피운 것은 그중 아프리카 바오밥(Adansonia digitata)이다. 현재 국립생태원은 아프리카 바오밥을 비롯해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수아레스 바오밥, 자 바오밥, 호주 바오밥 등 5종을 보유하고 있다. 

 

바오밥은 수십 년을 자라야 매년 여름에 꽃을 피운다. 국립생태원은 에코리움 지중해관에 아프리카 현지와 비슷한 기후조건을 만들고 겨울부터 봄까지 물 주는 횟수와 양을 주의깊게 조절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문적인 관리와 함께, 바오밥이 한국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꽃을 피운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의 토고에서 찍은 바오밥나무 사진입니다 ㅎㅎ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바오밥의 꽃은 향기가 강하고 꿀이 많다. 보통 저녁에 피는데, 야행성인 박쥐나 나방 등에 수정됐다가 2~3일 내 떨어지기 때문에 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 바오밥은 높이가 20m까지 자라는데, 2000년 가까이 살 수 있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것처럼 ‘무서운 씨앗’은 아니지만 땅 속으로 매우 깊게 뿌리를 내린다. 줄기에 수분을 저장, 건조한 기후에서도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다. 술통처럼 굵은 줄기와 옆으로 넓게 퍼진 가지의 모양이 특이해, 아프리카 몇몇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신이 실수로 거꾸로 심은 나무”라 부른다. 열매는 길이 10~20cm, 지름이 8-15cm 정도인데 보통 꽃 피고 서너달이 지나면 완전히 성숙한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바오밥나무는 꽃가루받이를 하는 박쥐나 나방이 없이 온실 안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에 열매를 맺기는 힘들 것이라고 국립생태원은 설명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 열매를 먹는 지역도 있고, 전통약재를 만들기도 한다. 

 

이희철 국립생태원장은 “아프리카에서 생명의 나무로 신성시되는 바오밥나무가 국내에서 꽃을 피운 것은 처음인데다, 마침 국립생태원에서는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와 사막여우를 모두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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