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역사와 중국의 21세기
황런위. 이재정 옮김. 이산. 1/7
1991년에 나온 책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효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던 1980년대 말까지의 상황을 바라보고 쓴 것이라 지금 읽으니 너무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이미 그 후에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저자 황런위(Ray Huang)은 1918년생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한 중국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다. 서방에서 나름 '제대로 공부한' 그 시대의 몇 안 되는 중국 학자로서,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을 역사적으로 개괄해보고 중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조망하는.......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내실은 별로 없었다. 조반니 아리기, 재닛 아부-루고드, 혹은 안드레 군더프랑크 등등의 책에서 익히 보았던 내용, 페르낭 브로델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를 중국 학자가 고스란히 되풀이한 것에 가깝다.
원저의 제목은 그냥 '자본주의와 21세기(資本主義與二十一世紀 Capitalism and the Twentieth Century)'인데 한국어판에는 '중국의 21세기'라는 코드를 하나 더 붙였다. 그 때문에 좀 과한 기대감이 있었고, 더군다나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라 기대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중국의 21세기'에 대한 내용은 글 중간중간 저자가 한두마디 덧붙인 것들 뿐이라 의외로 밑줄 그어가며 읽을 내용이 없었다. 그마저도 시대에 한참 뒤쳐진 것이 되어버렸으니...
국내에서 나온 것도 2001년이라 이미 한참 된 것을 내가 뒤늦게 읽으니 늦고+늦고+늦어져서 소득이 영 없었다. 자본주의에 몰입해가는 중국의 미래를 아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 정도가 눈에 띄었다.
레이 황이라는 이름으로 이 저자의 책이 국내에 이 책 말고도 여러 권 출간돼 있는데, 주로 중국사를 짚어보는 책들이다. 그런 것들은 좀 더 읽고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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