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구정은의 세상] 김정은과 샤갈

딸기21 2018. 6. 1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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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 앞날이 어떻게 흘러갈 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는 '에어포스원'을 타고 미국으로 떠났고, 김 위원장도 한밤중 창이공항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정은은 싱가포르의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묵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굉장히 비싼 방일 것은 분명하다. 


세상 일은 참 재미있다. 싱가포르의 세인트레지스 호텔. 원래 이 호텔은 존 제이콥 아스토르4세(John Jacob Jack Astor IV)라는 미국 기업가가 창업한 호텔 체인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 호텔은 뒤에 스타우드로 들어갔고. 스타우드는 2016년 매리어트에 인수됐다. 당시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스타우드를 사들이느냐 마느냐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세계에서 전방위로 인수합병전을 펼치던 안방보험은 '덩샤오핑의 외손녀사위'인 우샤오후이가 경영을 했는데 이 사람이 갑자기 적폐청산 시진핑의 부패와의 전쟁에 맞물려 기소되고 징역 18년형을 받으면서 곡절을 겪은 회사다. 한국에서도 동양생명을 먹어서 차지해서 뉴스에 많이 등장했었다.


아무튼 매리어트는 안방보험을 제치고 스타우드 호텔&리조트를 인수했고. 무려 1904년 창업됐다는 세인트레지스는 스타우드를 거쳐 매리어트 소유가 됐다. 여담이지만, 애당초 세인트레지스를 창업한 아스토르4세는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다가 1912년 4월 15일 배가 침몰하면서 목숨을 잃었다. 당시 타이타닉에 탔던 탑승객 중에 최고 부자였는데, 그 시절 이 사람의 재산이 8700만 달러(2017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무려 22억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무튼... 그런 럭셔리한 호텔의 럭셔리한 방에 내가 묵을 일은 없겠지만(일설에 따르면 이 방의 하루 숙박비가 9000~만2000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세인트레지스 호텔의 바(bar) 이름이 '아스토르 바'라고 한다. -_-


갑자기 구글을 뒤져가며 마르크 샤갈을 검색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극도로 말초적인 호기심. 김정은 위원장이 묵었다는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는 샤갈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바로 아래 그림이다.


St. Regis Hotel Singapore 웹사이트


좀 더 확대해서 보면



이 그림 제목은 모르겠다. 샤갈의 작품 중에 그리 유명한 편은 아닌지 이미지 검색을 해봐도 딱 나오지 않는다. 


샤갈. 러시아 사람이지만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했고 세간에선 프랑스인인지 러시아인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든 곡절 많은 인생을 살았던 사람. 붕붕 떠다니는, 불안정하고 모호하며 때로는 몽환적이고 어딘가 가냘프면서 색채 하나는 끝내주는. 훗날 그림값 하나는 무지 비싸게 매겨졌지만 살아 생전에 불운을 달고 다닌 것으로 기억되는 사람. 


세인트레지스 호텔의 프레지덴셜 수트. _ St. Regis Hotel Singapore 웹사이트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은 컬렉션으로도 유명한 호텔인 모양이다. 샤갈뿐 아니라 파블로 피카소, 후안 미로, 심지어 페르난도 보테로(여기에 '심지어'를 붙인 것은 그저 내가 보테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의 그림들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뒤져보기 시작하면 세상 모든 일들은 참 재미있다. 김 위원장은 샤갈의 그림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샤갈의 그림을 과연 눈여겨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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