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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에 관한 책들

딸기21 2018. 10. 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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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아프리카에 이어, 이번엔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들 중에 제가 재미있게 읽은 것 몇 권을 추천해봅니다. 사실 중남미에 관한 책을 적잖게 읽기는 했는데 너무 오래전에 나와 절판된 것들이 많고... 최근 책들은 많이 들춰보지는 못했어요. 이 지역 전문가들이 보시면 비웃으실지도. ㅠㅠ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은 것은 박정훈의 <역설과 반전의 대륙>(개마고원)입니다. 국내 저자가 쓴 책들 중에 손꼽고 싶은 책. 대륙 전체의 역사는 아니고, 최근 일들을 중심으로 나라마다 테마를 잡아 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정리했어요. 대체 중남미에선 요즘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한 분들에게는 강추. 

 

남미 대륙 전체의 역사를 다룬 개론서로 국내에 출간된 것들 중에는 까치에서 나온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가 눈에 띄는데, 읽어보진 못했고요. 지금 살까말까 고민중입니다. 그린비에서 나온 상·하권으로 나온 벤자민 킨과 키스 헤인즈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도 있네요. 두 책 모두 듬직해보이긴 합니다. 

 

제 책꽂이에는 역시 그린비에서 나온 존 H. 엘리엇의 <대서양의 두 제국>이라는 것이 꽂혀 있는데 이것 또한 두께가 장난이 아니어서 아직 펼쳐보지도 못한 채 대기시켜놨습니다. ㅋ 더 오래된 역사를 보시려면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오애리 옮김. 이후)도 좋은 참고도서가 될 것 같습니다. 

 

옮긴이가 저와 각별한 사이라는 인연으로 특별히 이 책 표지를 올려요

 

 

이상 '안 읽은' 책 몇 권이었고, '읽어본' 것들 중에서 매우매우 두꺼우면서 충실하고 재미있었던 것을 꼽자면 존 헤밍의 <아마존 -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최파일 옮김. 미지북스)이예요.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탐험가'인 저자가 아마존 강의 일대기처럼 그 주변 생태와 지리와 사람들 얘기를 소개합니다. 비슷한 종류(?)로 <내 마음의 팜파스>(윌리엄 헨리 허드슨. 이한음 옮김. 그린비)라는 책도 있어요. <아마존>은 두께에서부터 압도하는 데 반해, <팜파스>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팜파스 목동들의 풍경을 전해줍니다. 

 

국내 저자가 지은 책들 중에서 오래 전 읽었던 <라틴아메리카 - 마야,잉카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문화>(우덕룡 외. 송산출판사)라는 책도 있는데 쓰인 시기가 2000년이라서 지금 권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고요. 라틴아메리카에 관한 국내 대표적인 저술가였던 이성형 선생님의 <라틴 아메리카, 영원한 위기의 정치경제>(역사비평사)>은 글이 훌륭하고 재미있었지만 역시 시의성이 많이 떨어지겠네요.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이성형. 창비)도 나름 유명한 책이었지요.

 

[스크랩] 탱고를 통해 본 아르헨티나 사회 

 

<남미인권기행>(하영식. 레디앙)은 몇 해 전 매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남미부터 터키 쿠르드족 지역까지 세계를 돌며 글을 쓰는 분의 책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아무래도 가장 관심을 많이 끄는 곳은 쿠바라고 볼 수 있겠죠.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읽었던 것들 중에 <쿠바식 민주주의>(아널드 오거스트. 정진상 옮김. 삼천리)라는 책이 있는데 이 출판사의 책들은 대략 2~20% 빈틈이 있는지라. 쿠바식 민주주의를 '참여민주주의 vs 대의민주주의'라는 도식으로 설명하는데 동어반복이 많고 말 그대로 '도식적'입니다. 그래도 쿠바의 정치운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굳이 들여다볼 분이 있다면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쿠바 사람은 아니지만 쿠바 혁명의 대명사처럼 된 체 게바라의 책들은 뭘 봐도 대략 감동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산하 시인이 옮긴 <먼 저편>(문화산책)이라는 시집은 오래도록 아끼며 간직하고 있습니다. 

 

피델 카스트로의 법정진술 제목을 그대로 타이틀로 붙인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저 엮음. 김준서 외 옮김. 이매진)라는 것도 책꽂이에서 먼지를 모으고 있는 것이 어언 몇 년...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와는 상관 없이 세계의 유명한 스피치를 모아놓은 거예요. 카스트로의 저 연설문은 영어본을 번역해 이 블로그에 올려놨습니다. 

 

피델 카스트로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 

 

칠레의 현대사는 빼놓을 수 없죠. 우선, 이 책을 권해봅니다. <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칠레, 또 다른 9·11>(서해문집). '살바도르 아옌데, 파블로 네루다 외 지음'이라고 돼 있는데 사실 원래 책을 엮은 사람은 아리엘 도르프만이예요. 국내에선 도르프만의 이름으론 약하다고 생각해서 아옌데와 네루다를 붙였나보다, 라고 했더니 이 책의 편집자님께서 시인(?)하셨다는. 

 

하지만 도르프만도 남미를 대표하는 지식인 중의 한 명이죠. <도널드덕>(김성오 옮김. 새물결)이라는 얇지만 묵직한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도르프만의 고국 칠레에서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뒤 이 책은 곧바로 판매금지됐었답니다.

 

아옌데의 고별연설

 

"공포를 노래할 수밖에 없을 때 노래란 얼마나 괴로운 것인가." 이 구절이 얼마나 마음아프던지. 책 읽다가 눈물은 필수. 연관지어서 읽어볼 만한 책은 아옌데라는 인물의 삶을 다룬 <살바도르 아옌데: 혁명적 민주주의자>(빅터 피게로아 클라크 지음. 정인환 옮김. 서해문집)입니다.

 

칠레의 '좀 더 최근' 이야기를 보려면 이 그림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2000년대 이후 칠레에서 좌파정부가 집권했을 때 왜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젊은이들, 학생들은 그토록 거리로 나섰을까요. 맨 처음에 언급한 <역설과 반전의 대륙>을 읽고 나서 이 만화 <알라메다의 남쪽>(돌베개)을 보시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또 하나, 읽다가 눈시울이 시큰해졌던 책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입니다. 세풀베다는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으로 유명한 소설가죠. 이 책 '개 이야기'는 유럽에서 온 침략자들이 원주민 사회를 어떻게 말살했는지를 개의 눈으로 보여주는 우화입니다. 

 

국내에선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이티라는 카리브해 섬나라는 세계 역사에서, 흑인 노예 문제와 제3세계 혁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미국이 영국과 싸워 독립을 했다는 것만 알지, 아이티가 최초로 반식민 혁명을 일으켜 '흑인 공화국'을 세웠다는 것은 잘 모르지만요. 로런트 듀보이스의 <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박윤덕 옮김. 삼천리)은 두께가 만만찮지만 정말이지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검은 스파르타쿠스’가 세운 나라, 아이티 

아이티와 미국, 악연과 곡절의 역사

[로그인] 아이티와 네팔, 재난의 미래  

 

근래 인기를 끌었던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대통령'의 평전 격인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마우리시오 라부페티, 박채연 옮김, 부키)은 주인공인 무히카 자체도 흥미롭지만 잘 알지 못했던 우루과이의 역사를 들여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재미있었고요. <콜롬비아의 딸, 잉그리드 베탄쿠르>(잉그리드 베탄쿠르. 이은진 옮김. 뿌리와이파리)는 진짜 영화같은 스토리로 웬만한 소설보다 훨씬 흥미진진했습니다.

 

조돈문 교수님의 <브라질에서 진보의 길을 묻다>는 룰라 정권을 탄생시킨 브라질 노동운동과 노동자협동조합 등의 실험을 조망하고 있는 책인데요. 국내 학자의 외국 관련 저작으로는 보기 드물게 학술적인 가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 브라질의 상황은... 엉엉

 

중남미만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세계사 속의 라틴아메리카'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책들도 몇 권 적어봅니다. 인도 학자 비자이 프라샤드의 <갈색의 세계사-새로 쓴 제3세계 인민의 역사>(박소현 옮김. 뿌리와이파리)도 색다른 세계사 책으로 읽어볼만합니다. 

 

유엔 고위관료를 지낸 뒤 저개발국들을 위한 '활동가'가 된 장 지글러의 <빼앗긴 대지의 꿈>에서는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의 원주민 정치와와 '21세기 사회주의' 실험에 대한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특히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정권의 탄생을 둘러싼 스케치와 평가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E. 벤저민 스키너의 <보이지 않는 사람들-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유강은 옮김. 난장이)은 현대판 노예제를 다루는데, 앞부분에 아이티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세계적인 보건학자 폴 파머의 <권력의 병리학>은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인데(일전에 후마니타스 출판사에 물으니 절판됐다는 안타까운 소식;;) 쿠바와 아이티 부분이 상세하게 실려 있고요.  

 

21세기 들어 중남미는 세계 진보진영의 시험장이자 기대주였죠. 냉전 시절의 권위주의적 공산국가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사회주의 실험, 혹은 고삐 풀린 세계화에 맞선 진보주의자들의 잔치가 그동안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를 비롯해 중남미 여러 곳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21세기 사회주의>(배리 캐넌·피다 커비 엮음, 정진상 옮김. 삼천리)는 그런 실험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핑크타이드'라는 식의 우파 반격이 이어지면서 좀 퇴색했지만 이 지역의 소중한 실험들이 싹을 틔워서 여러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국제포럼. 이주명 옮김. 필맥)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 맞선 세계사회포럼 등에서 제시된 온갖 아이디어들을 망라한 가이드북입니다. 

 

가비오타스 에코빌리지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는 여기에

 

제게 더 재미있었던 것은 <가비오따쓰>(앨런 와이즈먼. 월간 말)라는 책입니다. 읽은 지 좀 많이 오래됐는데 ^^;; 콜롬비아 가비오따쓰 지역의 생태공동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관한 서적은 아니지만 권하고 싶은 책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입니다. 갈레아노는 우루과이가 태생의 세계적인 작가이자 저술가인데 저는 그의 대표작은 못 읽었고, 소소한 다른 책들을 좀 좋(많이많이) 좋아했어요. 이 책은 신랄하게 세상을 풍자한 것이고요. <시간의 목소리>는 갈레아노의 짧은 글들로 이뤄져 있는데 제가 진짜진짜 좋아하는 책입니다. 중남미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단면들을 툭툭 잘라 던져주는데 한편한편이 모두 멋져요. 

 

마지막으로 스크랩 하나 올려놓습니다. 

 

오랫동안 찾아헤맸던 곳, 루이스 보르헤스의 <아스테리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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