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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우주사령부 다시 띄우는 미국···미·러·중 '군구 체계'는?

딸기21 2019. 8.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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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의 부활인가.

 

미국이 1980년대에 만들었다가 2002년 폐지했던 ‘우주사령부’를 다시 만든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야심차게 출범 일정을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령부를 두고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등은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재정 문제로 대폭 줄였던 우주개발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지만, 경기후퇴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주전쟁 개념을 되살리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힘이 실릴 지는 불투명하다.

 

우주사령부와 ‘우주군’ 계획

 

펜스 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국방부 산하 우주사령부가 오는 29일 발족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디펜스뉴스 등에 따르면 제이 레이먼드 사령관이 이끌 우주사령부에는 87개 산하 조직단위가 만들어져 “미사일 경보, 인공위성 작동, 우주통제와 지원” 같은 임무를 하게 된다. 전략사령부에 소속됐던 인원 642명이 우주사령부로 옮겨갈 예정이다.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6월 의회에 보낸 서면증언에서 미국의 국방능력 상당부분이 위성 감시내용 등 우주에서 오는 정보들에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미래에 우리가 필요로할 인력과 능력을 키우는 데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 사령부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사령부를 다시 띄우는 것과 함께 공군 우주군을 신설하고 우주개발청도 만들겠다고 했다. 문제는 돈이다. 스페이스뉴스가 지난 3월 분석한 트럼프 정부 국방예산안을 보면 전체 7500억달러 가운데 우주 관련 예산은 14억달러다. 우주 예산이 전년보다 20% 늘어나긴 했으나 이중 대부분은 공군이 해온 기존 우주프로그램들에 들어간다. 우주사령부·우주군·우주개발청을 만드는 예산은 3억600만달러로 책정됐다.

 

미국은 옛소련과의 군비경쟁이 벌어지던 1985년 육·해·공군의 우주작전을 조율하는 우주사령부를 만들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스타워즈’ 개념이 통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뒤에는 실효성 없이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2001년 9·11 테러가 나면서 안보의 관심은 우주에서 땅으로 내려왔고,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국토안보부를 신설했다. 테러조직에 맞선 정보전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예산은 그쪽으로 몰렸고 우주사령부는 2002년 결국 폐지됐다. 국방부는 우주사령부와 전략사령부의 일부 기능을 통합시켜 그해 북부사령부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러시아와의 ‘신냉전’이 불거지고 중국과도 우주탐사 경쟁을 하게 되면서 우주사령부를 다시 열겠다는 구상이 힘을 받았다. 현재 공군 산하에 별도의 우주사령부(AFSPC)가 있지만, 1982년 만들어진 이 조직의 기본 임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미사일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다. 우주에서의 정보수집과 타격 능력 전반을 강화하고 ‘우주군’을 만들자는 구상이 나왔고, 트럼프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 재출범하는 우주사령부는 우주군 구상의 전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지구를 나눈 미군의 관할체계

 

미 국방부가 우주사령부를 띄우면 2009년 아프리카사령부 이래로 10년만에 새 사령부를 만드는 것이 된다. 미 국방부는 산하에 10개 통합전투사령부(UCC)를 두고 있다. 6개는 지역별, 4개는 기능별 사령부다. 세계의 패권국임을 과시하듯 사령부별 관할지역은 미국 본토가 아닌 ‘세계’를 무대로 나뉘어 있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년 뒤 설치된 인도-태평양사령부다. 이어 유럽사령부가 만들어졌고, 중·남미를 관할하는 남부사령부와 중동 작전을 맡는 중부사령부가 출범했다.

 

유럽과 아프리카사령부를 제외한 4개는 미국 내에 본부를 두고 있다. 아프리카사령부는 아프리카 대륙 내에 본부를 두려고 했지만 반미여론과 테러공격의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한 각국이 유치를 거부해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유럽사령부 옆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통합전투사령부 외에도 미 국방부는 대통령이나 장관의 결정에 따라 지정학적 필요성을 감안해 준통합사령부를 둘 수 있다. 북부사령부 산하의 알래스카사령부(ALCOM), 인도-태평양사령부 밑에 있는 한국사령부(USFK), 중부사령부 아래의 아프가니스탄사령부(USFOR-A) 같은 게 그런 예들이다.

 

미국의 패권 밑에 엎드려 있던 러시아와 중국도 지난 10년 새 군사관할구역 체계를 정비하며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러시아는 2010년 대대적인 국방개혁을 마무리하면서 볼가-우랄·시베리아·극동 등 6개로 나뉘어 있던 군구를 조정해 서부·남부·중부·동부의 4개 군구로 만들었다. 육군 40%가 배치된 서부군구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스부르크 포함한 핵심지역이며 핵 전력을 총괄한다.

 

지도 글로벌시큐리티(www.globalsecurity.org)

 

남부군구에는 러시아 해군의 중심축들인 흑해함대와 카스피선단이 포함돼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 땅이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남부군구에 집어넣었는데,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이 바로 흑해함대의 모항이다. 중부군구는 중앙아시아 옛소련권 국가들과의 안보 조율을 주된 임무로 맡고 있다. 과거의 극동 군구와 시베리아 군구 일부가 합쳐진 동부군구는 관할 면적이 700만㎢에 이르며 태평양함대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구 개편

 

러시아의 군구 체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북극해 지역을 둘러싼 움직임이다. 민간 군사정보업체 글로벌시큐리티의 분석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예고한 대통령령에서 러시아군의 자랑인 북방함대를 어느 사령부의 통제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군사단위’로 만들어 북극해 일대를 군구로 삼는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북방함대의 권한을 강화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러시아는 중·동·서·남부군구와 별개로 북극권을 관할하는 북부합동사령부의 5개 군구를 갖게 됐다.

 

북방함대는 러시아제국의 북극선단과 백해선단을 모태로 1933년 소련이 공식 출범시켰다. 2차 대전 때 핀란드와의 ‘겨울전쟁’, 독일과의 ‘독-소 전쟁’에 주력부대로 참전했으며 러시아가 보유한 핵잠수함들이 북방함대에 소속돼 있다. 푸틴은 지난 5월 20여년을 ‘핵잠에서 살아온’ 알렉산드르 모이세예프 흑해함대 사령관을 북방함대의 새 사령관으로 앉혔다. 2011년 국가영웅 훈장을 받은 모이세예프는 푸틴의 신임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방의 군구를 새로 만들고 북방함대의 수장을 바꾼 크렘린의 의도는 분명하다. 북방항로와 지하자원을 놓고 미국·유럽과의 각축전이 한창인 북극해 일대의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5대 전구. 지도 글로벌시큐리티

 

중국은 2015년 군사개혁을 하면서 7개 전구를 통폐합했고 이듬해 2월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군사 관련 사항을 ‘공식 발표’하고 대규모 기념식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주목을 받았다. 정비된 전구는 중·동·남·서·북부의 5개로 돼 있다. 사령부는 각각 베이징, 난징, 광저우, 청두, 선양에 뒀다. 지상군 중심이던 인민해방군의 축을 이동시켜 해상·공중 작전능력을 강화한 것이 군사개혁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5대 전구의 사령관과 정치위원은 시 주석 취임 뒤 승진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 개편으로 신장위구르와 티베트를 관할하고 인도와 국경을 맞댄 서부전구의 덩치가 대폭 커졌다. 북한 국경은 러시아·몽골 국경과 함께 북부전구가 관할한다. 북부전구에는 칭다오·다롄·옌타이의 해군기지가 있다. 남부전구는 중국이 보유한 첫 항모 랴오닝호를 운용한다. 지난해 인민해방군은 육군 출신이 사령관을 맡던 관례를 깨고 남부전구 사령관에 해군 출신을 임명,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활동 강화를 예고했다. 대만과 접하는 해역은 동부전구에서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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