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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나라 없는 설움'

딸기21 2006. 1. 3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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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강경 이슬람조직 하마스가 서방으로부터 전방위 압력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하마스에 무장투쟁 포기를 요구한데 이어, 유엔마저 `원조 중단' 압력을 가하고 나섰다. `선거 혁명'을 일으킨 하마스도 생명줄인 원조를 끊겠다는 위협에는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원조 중단' 압력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앞으로 원조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조건 하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하마스가 반(反)이스라엘 무장투쟁을 포기하지 않으면 원조를 중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난 총장은 이날 발표된 성명에서 "미래의 팔레스타인 정부를 맡을 모든 구성원은 비폭력, 이스라엘 인정 등 중동평화 로드맵의 합의사항을 지켜야 한다" 강조했다. 이날 로드맵을 이끌어온 미국·러시아·유엔·유럽연합(EU)은 아난 총장의 성명이 나오기 직전 영국 런던에서 4자 회담을 가졌었다.




코피 아난과 콘돌리자 라이스가 30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아난 저러고 있을 때 참으로 바보스러워 보임;;)


EU는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하지 않으면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중동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의 입장을 이-팔 양측에 전달했다. EU 의장국인 오스트리아의 우르술러 플라스닉 외무장관은 "EU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의 분쟁을 평화로운 협상을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며 하마스에 무장투쟁 포기를 종용했다. 미국도 EU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걷는 세금을 자치정부 측에 이체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이것이 나라 없는 설움이다).


팔레스타인에는 원조가 `생명줄'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평화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서방에 지속적인 원조를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경제는 2000년 9월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봉기)가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의 봉쇄작전으로 사실상 붕괴됐다.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팔레스타인인들을 고용해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했으나 최근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고용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철저한 봉쇄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실업률은 5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치정부는 재정 대부분을 외국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자치정부는 지난해 유럽연합으로부터 6억 달러, 미국으로부터 4억 달러를 받았다. 하마스가 강경투쟁을 고집해 원조가 끊기면 독립국가는 고사하고 자치정부마저 무너질 판이다.

 

`절충안' 찾을까


영국 BBC 방송은 "미국과 유럽이 강력한 압력을 넣고는 있지만 `시간을 준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로드맵 4자는 원조의 조건을 달면서 `미래'를 강조했다"며 이는 하마스에 노선을 바꿀 시간을 주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상황에 대해 인도적 고려 우선시할 것"이라며 원조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우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원조가 중단될 경우 힘들게 연명해온 자치정부마저 붕괴되고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도 원조를 곧바로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끝난 가자시티. /AFP






“이겼다!”

라말라의 하마스 집회. 장난감 총을 든 소년도,

차도르를 쓴 여성도 하마스를 지지했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외국이 우리 노선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며 비타협 노선을 견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중동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하마스도 강경노선을 계속 고집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총선 최종 개표 결과 총 132석 중 하마스가 74석, 집권 파타가 45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마스가 과반(66석)을 넘겨 단독 집권이 가능하긴 하지만 서방의 압력을 의식, 파타와 공동정부를 꾸릴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파타 소속으로 지난해 선출된 압바스 수반은 "남은 3년의 임기를 다할 것"이라며 사퇴는 없다고 못박았다. 압바스 수반이 대외 교섭을 맡고, 하마스가 민생 등 내정을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이 나뉠 가능성도 있다.


하마스 지도자는 누구인가


팔레스타인에서 `선거 혁명'을 일으켜 세계를 놀라게 한 하마스의 지도부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하마스는 창설자 아흐마드 야신과 뒤를 이은 압둘 란티시가 2004년 잇달아 이스라엘에 암살된 뒤로 지도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총선에서 승리해 의회로 들어온 이상 하마스도 비밀주의를 고수할 수만은 없게 됐다. 외신들은 하마스의 `의회 지도자'가 될 이스마일 하니야(44)와 원로 지도자 마무드 자하르(61), 무장투쟁을 지도해온 칼레드 마샬(50) 등을 이 조직의 3대 지도자로 꼽고 있다.


하마스의 비례대표 후보명단에서 1순위로 등록된 이스마일 하니야는 지금도 이 조직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되는 야신의 측근이었던 인물. `하마스 정부'의 총리로 유력시된다. 총선 다음날인 지난 26일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정치적 파트너십'을 들면서 집권 파타와의 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BBC방송은 하니야를 "겉으로는 강성 노선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실용적, 합리적 정치 감각을 가졌다"고 평했다. 1962년 가자지구의 샤티 난민촌에서 태어난 그는 가자 이슬람대학에서 아랍문학을 전공했다. 1980년대 `1차 인티파다(봉기)'에 참여, 3차례 투옥됐었으며 1992년에는 란티시, 자하르 등과 함께 추방돼 레바논에서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 1993년 돌아와 모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1997년 야신의 보좌관으로 발탁됐다. 2003년 이스라엘의 암살공격을 가까스로 모면했다.


마무드 자하르는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책임자를 지내며 오래전부터 하마스 지도자로 인정받아왔다. 1987년 야신의 하마스 창설을 바로 옆에서 도왔고, 야신 사후의 `집단 지도체제'를 사실상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인 아버지와 이집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고향인 가자지구를 떠나 이집트 카이로의 아인 샴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하마스 창립 뒤 야신의 주치의로 있으면서 야신과 야세르 아라파트 전 수반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하니야와 마찬가지로 가자 이슬람대학 교수를 거친 인텔리이지만 하니야보다 강경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29일 미 CNN방송 회견에서 그는 이스라엘의 점령지 전면 철수와 모든 팔레스타인인 구속자 석방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협상이 불가능함을 재차 강조했다.


시리아에 망명 중인 칼레드 마샬은 국외에서 하마스의 무장 투쟁을 지도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이스라엘 정보기구 모사드의 암살기도에서 살아남아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에 있는 하마스의 `망명자 조직'을 이끄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라파트 시절 무능하고 부패한 자치정부 비판에 앞장섰던 그는 하마스의 선거 승리를 계기로 곧 귀국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존재를 거부해온 마샬의 귀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의 또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지도부는 모두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했었고, 하마스 지도자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암살 공격을 받은 적 있다. 저들이 이스라엘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성자가 아니겠는가? 사실 지금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마스더러 '폭력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니들 모두 간디가 되어라'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마스는 간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라크의 쿠르드족 대통령 잘랄 탈라바니가 지금 간디 노릇을 하고 있는데, 하마스에게는 그 이상의 정치력이 필요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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