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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에서 기니만으로...서아프리카는 왜 해적 소굴이 되었나

딸기21 2019. 11. 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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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해군 특수부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군과 함께 기니만에서 해적 소탕 훈련을 하고 있다.  기니만 AF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베냉 해안에 정박해 있던 노르웨이 상선을 해적들이 공격해 필리핀인 선원 9명을 납치했다. 4일에는 토고 앞바다에서 그리스 유조선이 공격을 당했다. 필리핀과 그리스, 조지아 국적의 선원 4명이 끌려갔다. 앞서 7월에는 나이지리아 해안에서 터키 선원 10명이, 8월엔 카메룬 인근에서 독일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 8명이 납치됐다.

 

한동안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말리아 해적들이 한국을 포함한 국제 공동작전으로 많이 소탕됐으나 대륙 건너편 서아프리카의 기니만 쪽에서 최근 1~2년 새 해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쪽 앙골라에서 북쪽 세네갈까지 6000km에 걸친 해안선을 따라 20개국 위치하고 있는데 해적의 공격이 많이 일어나는 곳은 그중 가나, 토고, 베냉, 나이지리아, 카메룬 일대다.

 

동아프리카에서 해적들이 판치던 곳은 지중해-홍해-아덴만-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세계 물류의 중요한 길목이었다. 그래서 해적들이 기승을 부린 것이기도 하고, 그만큼 세계의 관심도 높아 국제적인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반면 기니만 일대는 나이지리아의 ‘니제르델타’ 유전지대를 빼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어선과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배들이 적지 않지만 서아프리카는 연안국들의 군사력이 약하고 세계의 관심이 적으니 해적들이 늘어난 것이다. ‘땅 위의 빈곤이 바다의 위험으로’ 이어진 셈이다. 소말리아 앞바다의 위험이 널리 알려지면서 선박들이 항로를 서아프리카 쪽으로 바꾼 것도 한 원인이라고 이코노미스트 등은 지적했다.

 

2011년 나이지리아와 베냉이 ‘번영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공동 소탕작전을 벌인 적이 있다. 공동대응이라기보다는 나이지리아군이 작전을 할 수 있도록 베냉이 영해를 열어주고 정보를 공유한 정도였다. 일시적으로 해적들이 줄어드는 성과가 있었지만 6개월만에 작전은 종료됐다. 2013년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서 관련국들이 ‘야운데 행동강령’을 만들고 모니터링과 소탕작전 등 공동대응을 선언했으나 강제력이 없었고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았다. 유럽연합(EU)이 2014년 야운데 행동강령을 돕겠다고 했고 국제해사기구(IMO)가 2017년 서아프리카 해상보안 강화전략을 내놨지만 ‘행동’이 없었다.

토고의 폴 냐싱베 대통령이 올 7월 런던에서 기니만 해적 대책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했으나 국제 공동대응은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초 인도가 자국 선원들이 기니만 일대 선박에서 일하지 못하게 금지한 것처럼 피해를 입은 나라들이 개별대응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서아프리카 해적들의 공격이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해적들은 주로 선박의 화물을 훔쳐 밀거래하는 게 목적이다. 반면 서아프리카 해적들은 과거부터 중무장을 하고 오일탱커 습격에 치중해왔다. 나이지리아의 유조선을 노리는 해적들을 가리키는 ‘페트로 해적(petro-piracy)’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14년 이후 저유가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이 지역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을 본뜬 인질 납치와 몸값 뜯어내기가 늘고 있다. 민간기구인 원어스퓨처의 올 7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니만 일대 해적사건은 112건에 이르렀고 납치된 사람이 200명에 육박했다. 피해자들 절반이 필리핀, 인도, 우크라이나, 나이지리아 국적 선원이었다. 선박 소유국, 선원들의 국적, 피해 발생국이 모두 다른 것도 집중 대응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따라 엄밀히 말하자면 한 국가의 영해에서 선박을 습격하는 것은 해적이 아닌 무장강도 사건이다. 해안선 12해리 밖 공해상에서 어느 나라의 사법제도에도 구속되지 않은 채 선박을 공격하는 것이 해적 행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통칭 바다 위의 선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모두 해적 피해로 분류한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 말라카 해협,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카리브해와 베네수엘라 앞바다가 해적 공격들로 악명 높다. 모두 물류의 길목이거나 석유수출항이 가까운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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