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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코로나19로 20만명 숨질 수도" 경고한 날, 트럼프는 "서울 인구 3800만명" 억지 주장

딸기21 2020. 3. 3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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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 EPA연합뉴스

 

미국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20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 최악의 경우 감염자 전체가 아닌 사망자만 2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백악관으로부터도 나왔다. 이대로라면 4월 중순에는 하루 사망자가 2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30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내 감염자 수는 16만명을 넘어섰다. 그 전 24시간 동안에만 2만명 가까운 이들이 확진을 받았다. 사망자도 560여명이 추가돼 3000명을 훌쩍 넘었다. 미국인 3명 중 2명은 이동금지령에 발이 묶여 집에 머물고 있으나 확산세가 꺾이려면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의 감염자는 하루 새 6000여명이 늘어나 7만명에 육박한다. 관광명소였던 센트럴파크에는 임시병원이 지어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시 앞바다에는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가 도착해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환 환자들의 치료를 분담하기 시작했다. 존스홉킨스대 통계로 보면 뉴욕주뿐 아니라 뉴저지 1만3000여명, 캘리포니아 6300여명 등 감염자가 1000명이 넘는 곳이 50개 주의 절반에 가까운 23개 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경고에 “완벽히 준비돼 있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지금 백악관은 사태를 수습하지 못해 연일 자국민을 상대로 경고음만 내고 있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은 이날 NBC방송에 나와 “취약한 집단에 감염증이 퍼진 뒤에야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가곤 한다”며 도시뿐 아니라 농촌 지역사회도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벅스 조정관은 이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만 최대 20만명이 이 감염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전날 미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러지·전염병연구소장은 “미국에서 수백만명이 감염되고 10만~20만명이 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앞서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은 미국인 사망자가 22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었다.

파우치 소장의 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벅스 조정관은 “160만~2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확산을 막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모두가 거의 완벽하게 대응한다면 사망자 범위는 10만~2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최선의 경우’에 그만한 이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백악관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벅스 조정관은 “모든 미국인이 서로를 보호하려고 일치된 대응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물리적 거리 두기를 소홀히 하는 시민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벅스 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물리적 거리 두기의 가이드라인을 4월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설명하며 워싱턴대 보건분석평가연구소의 보고서를 거론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다음달 중순에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4월 15일 하루에만 사망자가 2271명에 이를 것이고, 앞으로 넉 달 사이에 8만여명이 숨질 것으로 예측했다.

백악관의 뒤늦은 대응 탓에 감염증이 속수무책으로 퍼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정부 대응을 옹호하는 억지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TF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넓은 농지가 있고, 광대한 지역에 문제가 없다. 어떤 경우엔 아무 문제도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비율이 한국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에 그는 “한국은 아주 빽빽하다. 서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있는지 아느냐. 3800만명이다”라고 주장했다. “나는 누구보다 한국을 더 잘 안다”면서 서울의 인구를 4배로 부풀려 말한 것이다. 미국은 땅이 넓어 괜찮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디어는 항상 한국 이야기를 좋아한다”면서 미국에선 100만명이 진단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구 대비가 아닌 단순 검사건수라는 지적이 나오자, 질문을 한 기자를 비판하면서 “나라면 비난 대신에 이런 일(진단 검사)를 환상적으로 해낸 사람들을 치하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만명 검사를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주장하면서, 물리적 거리 두기 지침의 적용기간인 다음달 말까지의 한 달을 “아주 중요한 30일”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적 자택대피령(이동금지령)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마스크 부족에 대해선 식품의약국(FDA)이 N95 마스크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한 소독기계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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