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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미국이 꺼내든 옵션, 홍콩 '특별무역지위’란

딸기21 2020. 5. 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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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홍콩 시위대가 24일 ‘광복(해방) 홍콩’이라 쓰인 깃발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펜타프레스·연합뉴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하면 미 국무부가 “홍콩이 충분한 자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없게 되며, 그렇게 되면 홍콩과 중국에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홍콩에 지금까지 부여했던 특별무역지위를 보류하는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미국은 홍콩의 중국 귀속을 5년 앞둔 1992년 홍콩정책법을 만들었다. 홍콩의 특별무역지위는 이 법에 따른 것이다. 현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이 입안한 홍콩정책법은 홍콩이 “충분한 자치”를 하고 있을 때에 특별무역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홍콩이 이를 통해 얻는 이득은 본토보다 낮은 대미 수출관세, 적은 규제, 그리고 기술 공유다. 미국 기업들이 ‘본토’에 넘길 수 없는 민감한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홍콩 기업들에는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교역뿐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이 부분에 민감하며, 동시에 중국을 겨냥한 지렛대로도 이용해왔다.

 

지난해 11월 미 의회의 대중 무역정책 자문기관인 미·중 무역안보검토위원회는 “중국 당국이 홍콩인들의 시위를 무력진압하면 홍콩 특별무역지위를 보류하도록 정부에 권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이 끝내 시위를 강경진압하자 미국은 홍콩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을 만들어 중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특별무역지위는 그대로 뒀다. 다만 홍콩정책법을 수정, 매년 특별무역지위를 심사하도록 했다.

 

올해가 심사를 하는 첫 해인데, 코로나19 책임 공방과 맞물리면서 미·중 갈등이 심해졌다. 지난 6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끝날 때까지 홍콩특별무역지위 연례 심사를 미루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 전인대에 홍콩보안법이 제출되면서 미국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24일 홍콩 도심에서 경찰 무장차량이 순찰을 하고 있다.  펜타프레스·연합뉴스

 

중국은 전인대 개막 첫날인 22일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활동을 금지·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보안법 초안을 공개했다. 법안은 전인대 폐막일인 28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매코널 의원은 “베이징의 (홍콩) 탄압이 심해지면 상원은 미·중 관계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 자치의 “종말(death knell)”이라고 표현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23일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홍콩사무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과 홍콩의 교역액은 669억달러다.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에 분노하지만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2018년 홍콩과의 교역에선 311억달러 흑자를 봤다. 미국의 홍콩 투자액은 825억달러이고, 홍콩의 미국 투자액은 169억달러다. 특별무역지위를 잃으면 홍콩에서 미국으로 가는 상품에도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보복관세 조치들이 적용된다. 미국 내 일부 대중 강경파들은 홍콩이 대중 무역 압박의 ‘구멍’이 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사실 미국과 홍콩 모두에게 교역액 비중이 크지는 않다. 홍콩 정부 공업무역서(산업·통상국) 자료에 따르면 홍콩 자체만으로는 미국의 21번째 교역상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홍콩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들어가는 통로이자 아시아 무역의 허브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은 1300곳에 이르며 그 중 290여개 기업은 아시아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또 중국 위안화는 당국이 환율을 공시하지만 홍콩은 달러 페그제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미국 금융시스템과 직접 연동되는 금융체제를 갖춘 곳이라고 경제전문지 포춘은 설명했다.

 

23일 홍콩 문제를 총괄하는 한정 중국 부총리(가운데)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회기 중 홍콩·마카오 대표단을 만나고 있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미국이 특별무역지위를 보류하면 최대 패자는 결국 홍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이미 광둥성 등 ‘본토’ 남부의 경제규모를 키워왔고 교역 중심도 상당부분 옮겨갔다. 지난해 홍콩 시위가 거세지자 중국은 광둥·홍콩·마카오를 묶는 거대 광역경제권 조성 프로젝트를 내놨다. 홍콩인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당근’을 주는 내용도 들어있지만, 뼈대는 경제 중심을 본토로 옮겨가는 것이다. 홍콩보안법이 시행되고 미국이 특별무역지위마저 박탈하면 홍콩은 무엇보다 세계 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된다.

 

하지만 특별무역지위 보류는 미국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직접’ 만들어서 자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입장에선 홍콩이라는 내부 문제에 미국이 직접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

 

포춘은 각국 기업들이 일단은 사태를 ‘관망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의회에선 중국을 압박할 다른 방법을 찾는 움직임도 있다. 공화당 패트 투미, 민주당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은 홍콩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중국 관리들과 기구를 제재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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