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7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코로나19 검사기준을 완화했다. 증상이 없는 사람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했더라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대응 책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및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내가 없는 사이에 내린 결정”이라고 폭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26일(현지시간) CNN방송 의학전문가 산제이 굽타와 인터뷰를 하면서 CDC 지침을 검토할 때 자신은 수술을 받고 있어서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CDC의 새 지침 때문에 “사람들이 무증상 감염은 위험하지 않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CDC는 24일 웹사이트에 새 검사지침을 올렸다. 여기에는 “감염자와 15분 이상 밀접하게 접촉했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고위험군이나 의료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라고 돼있다. 앞서 20일 백악관 TF가 이 지침을 검토했는데 파우치 소장은 그 회의에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발열이나 기침, 두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무증상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이전 바이러스들보다 한층 위협적이게 만든 중요한 변이 중의 하나다. 전체 감염자의 20~40%가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그런데 미국 내 600만명에 이른 상황에서 CDC는 진단 기준을 완화했다. 앞서 브렛 지로어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CDC의 새 검사지침을 ‘파우치 소장도 승인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백악관 TF에서 논의되기 전부터 모든 단계에서 모든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우치 박사의 말대로라면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백악관과 CDC가 파우치 소장이 없을 때를 골라 ‘도둑 지침’을 내린 꼴이 된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경고해온 파우치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줄곧 마찰을 빚었다. 입바른 소리로 대통령의 눈엣가시가 된 파우치 박사를 책임자 자리에서 몰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계속 나왔다.
CNN이 인터뷰한 연방정부의 한 보건 관리는 새 지침이 방역전문가들의 검토에 따라 나온 게 아니라 “위로부터 내려왔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를 너무 많이 해서 미국 감염자가 폭증한 것”이라며 검사를 줄여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지로어 차관보는 “새 지침은 검사를 줄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일선 의사들과 방역 전문가들은 결국 경각심을 줄이고 검사를 축소하게 만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수전 베일리 회장은 성명에서 “코로나19가 무증상 감염자를 통해서도 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당국에 지침을 바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새 지침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새 지침은 캘리포니아의 정책과 맞지 않으며 우리는 바뀐 지침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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