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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일본 총리' 정해졌지만...진짜 '스가 색깔'은?

딸기21 2020. 9. 1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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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14일 자민당 양원 총회에서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71)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은 14일 오후 도쿄도의 한 호텔에서 중·참의원 양원 총회를 열고 차기 총재로 스가 장관을 선출했다. 스가 신임 총재는 이날 양원 의원과 전국 자민당 지부연합회 대표 등 535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70% 이상의 지지를 얻어 압승을 거뒀다.

스가 신임 총재는 투표 결과가 나온 뒤 먼저 아베 총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코로나19 국난 속에서 정치 공백은 용납할 수 없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아베 총리의 대책을 계승할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스가 총재는 “내가 목표로 하는 사회상은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 그리고 유대(絆)”라면서 “관청의 종적관계, 기득권익, 나쁜 전례주의를 타파하고 규제개혁을 진행시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스가 총재는 15일 간사장과 정조회장 등 당 인사를 발표한 뒤 16일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된다. 그날 곧바로 신임 내각이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 언론들은 스가 장관이 근 30년만의 ‘무(無)파벌, 비(非)세습’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스가 총재가 양원 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선출됨에 따라, 이르면 연내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급변은 없을 것으로 보였던 한일관계 등 일본의 대외정책에도 변화가 올 지 주목된다.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자민당 총재가 14일 의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교도·로이터

 

“(장관을) 그만두고 싶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일본 차기 총리로 사실상 확정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4일 오전에도 도쿄 시내 총리관저에서 일본 정부 대변인으로서 정례 기자회견을 했다. 7년9개월 동안 휴일을 빼고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총 3213번째 회견이었다. 2012년 말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출범한 이래 아베 총리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온 그다. 아베 총리가 ‘전후 최장수 총리’가 되는 동안 그도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 타이틀을 얻었다.
“(장관을) 그만두고 싶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이날 오전 마지막 회견에서 ‘관방장관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몇 번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야당과 시민들 반대가 심했던 ‘안보법제’ 국회 심의 때에는 힘들어서 “잠이 안 왔다”고 했다. 회견을 마치고 국회의 사무실에 들른 그는 다시 기자들을 만났다. “(오늘을) 평상심으로 맞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정국을 봐서나 그 개인에게나, 평범한 날은 아니었다. 이날 오후 자민당은 중·참의원 양원 총회를 열고 그를 총재로 선출했다. 장관조차 그만두고 싶었다던 스가 총재는 16일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8월 말 물러나겠다고 한 직후부터 스가 신임 총재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됐다.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무효표를 빼고 534표 가운데 377표(70.5%)를 얻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89표를 득표했다. 최대 패자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다. 겨우 68표로 세 후보 중 꼴찌였다.

 

스가 총재가 47세에 처음으로 중의원 의원이 됐을 때 그가 훗날 총리가 될 걸로 본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일본 정부의 입’으로 국민들의 인지도는 높지만, 그는 늘 아베의 분신 혹은 아베의 그림자로 여겨져왔다. 경제정책에서는 아베노믹스를 이어갈 것으로, 대외관계에서는 미·일동맹 중심으로 역시 아베 정부의 외교노선을 답습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보름 새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30년 만에 ‘무파벌, 비세습’ 자민당 총재가 탄생했다고 강조한 보도들이 눈에 띈다. 게다가 스가 총재는 일본 정치권에서 배제돼온 도호쿠 지방 출신이다. 당초 그는 아베 총리의 남은 임기 1년을 이어받아 차기 총선 때까지 자민당의 관리자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총재 선거를 준비하면서 당내 주요 파벌들을 모조리 아우르며 압승을 거뒀다.

 

 

문제는 과연 ‘스가 색깔’이라는 게 있느냐다. 그 역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지만 아베 총리 같은 극우 성향인지는 불확실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무색무취에 가까웠다. 정국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변화의 ‘방향’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런 스타일 때문이다. 자민당 주요 당직과 새 내각 인선을 놓고 스가 총재는 파벌보다 ‘일하는 내각’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자신을 도와준 파벌들에 보답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약식 투표로 뽑힌 총리가 권력을 굳히려면 제 힘으로 집권하는 수밖에 없다. 자민당 지지율은 2주 새 훌쩍 뛰었다. 스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중의원 해산에 대해 “코로나19 수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장악력을 과시한 만큼, 방역이 부담이긴 하지만 조기총선의 정치적 위험은 많이 덜었다. 징검다리 총리를 넘어서기 위해 결국 총선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그의 진짜 면모는 그 후 명실상부한 스가 내각이 출범한 뒤에야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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