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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음모론 집단 '큐어넌' 계정 모두 없앤다"

딸기21 2020. 10. 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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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미국 매서추세츠주 보스턴의 주의회 앞에서 큐어넌 지지자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 


페이스북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퍼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큐어넌의 계정들을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은 6일(현지시간) “오늘부터 큐어넌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그룹, 인스타그램 계정들을 모두 제거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신고에 대응해 방어적으로 음모론 집단들의 계정을 닫거나 게시물을 삭제하던 방침에서 더 나아가 위험집단 관리 특별팀이 적극 나서서 큐어넌 관련 계정을 없앨 것이라면서 “이들의 계정을 모두 없애는 데에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4년 전 대선 때 러시아발 가짜뉴스들의 온상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페이스북은 이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페이지·그룹·게시물 대응에 고심해왔다. 특히 올들어 극우파 음모론 집단 큐어넌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세력으로 부상하자 경각심이 커졌다. 지난 8월 페이스북은 폭력을 선동하는 큐어넌 그룹들의 게시물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계정을 모두 삭제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의 관리방침이 매우 강경하게 변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스터리한 음모론자들의 부상…변방에서 주류로 나오는 큐어넌

큐어넌은 2017년 10월 백인 인종주의자들의 선전장으로 악명 높았던 인터넷커뮤니티 ‘4챈’에 ‘Q’라는 닉네임의 사용자가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 등을 겨냥한 온갖 음모론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인물의 주장에 동조하며 음모론을 퍼뜨리는 일군의 집단이 생겨났고 익명(anonymous)을 뜻하는 단어와 결합된 큐어넌이라는 그룹으로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로이터


이들은 미국이 클린턴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 등이 주도하는 ‘딥스테이트(Deep State)’라는 은밀한 엘리트 기득권 세력에 의해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딥스테이트가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 퍼뜨린 것이며, 5G 통신망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고, 백신을 접종받으면 딥스테이트의 조종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주장들도 이들을 통해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세력화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며, 큐어넌으로 분류되는 극우파 20여명은 공화당을 발판 삼아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하원 선거에 대거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7월 트위터는 큐어넌과 연관된 계정 수천 개를 금지시켰고, 큐어넌 관련 웹사이트로 이어지는 URL 주소를 적은 게시물도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이런 조치들이 음모론자들과 가짜뉴스 재생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큐어넌과 연관된 그룹·페이지나 계정들이 계속 이름을 바꾸며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사회적으로 분열되고 전통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음모론을 신봉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소셜미디어 업체의 관리만으로는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큐어넌이 이전에도 페이스북의 그룹·페이지 제한에 맞서 로컬포럼이나 인스타그램 링크로의 접속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우회로를 찾곤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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