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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계사, 두번째 미래

딸기21 2021. 6. 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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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닥치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욕심인지 알고 있다. 더군다나 매일 눈을 뜨면 새로운 소식, 놀라운 뉴스, 혹은 비극적인 사건이 눈과 귀로 날아드는 시대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변화의 방향을 어설프게나마 짐작해 보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문제들이 불거질지,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누가 이 흐름에서 밀려날 것인지, 그 아픔을 줄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5년 《10년 후 세계사》에서 코앞으로 닥친 변화들 몇 가지를 짚었다. 정규직이 없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세계를 떠받치는 저임금 산업의 현실과 점점 커지는 격차 문제를 다뤘다. 달라지는 인구구조와 민주주의의 쟁점들, 무한경쟁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등을 소개했다.


《10년 후 세계사》를 내놓고 6년이 지나는 동안 세계의 비탈길은 더 가팔라졌다. ‘전염병의 세계화’를 언급하긴 했지만 전 세계가 팬데믹에 휩싸여 마비되는 사태가 그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몰랐다. 일하는 시간조차 정해져 있지 않은 ‘제로 아워zero hour’ 노동이 일반화될 것으로 봤지만 몇 년 사이에 플랫폼 노동이 이토록 일반화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상징되는 ‘맥잡Mc job’을 이야기했으나 이제 맥도날드에서는 맥잡조차 줄어들고 키오스크 kiosk로 주문하는 시대가 됐다.

 

새로 쓰는 10년 후 세계사

 

처음에는 개정판을 내려고 했다가 이런 변화의 깊이와 범위를 군데군데 손보는 것만으로는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해, 아예 의제들을 다시 선정하고 새로 썼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우리가 맞고 있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노동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플랫폼 노동과 긱 경제Gig Economy 등 새로운 노동형태, 일과 일자리의 변화를 가져오는 핵심적인 테크놀로지인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과정과 그것들이 가져올 사회 이슈들을 점검한다.


2부에서는 지구상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일으키고 있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이 겪어야 할 문제들을 설명한다. 첫 책이 나온 뒤 유전자를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기술이 생명공학의 황금열쇠로 떠올랐고,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아이가 태어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인간의 기술력과 그 뒤에 숨겨진 자신감 혹은 오만함이 초래한 글로벌 전염병과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3부에서는 이주, 격차, 민주주의라는 세계 공통의 사회적 난제들을 어떻게 볼 것이고 받아들일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첫 책에서 소개했었던 국제지정학적인 이슈들을 제외한 대신에 다른 어젠다들의 밀도를 조금 더 높였다.

 

우리가 만드는 것이기에 더 나은 미래는 가능하다

 

두 번째 작업을 하면서 우리의 마음은 갈수록 더 무거워졌다는 점을 숨길 수 없다. 기술 발전이 가져다줄 더 풍요로운 미래를 예찬하는 낙관적인 관측들을 보다 보면, 분홍빛 코끼리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코끼리에 밟혀 죽거나 다칠 것이다.

 

세상은 온통 경쟁으로 치닫고 있고, 기후재앙은 일상이 돼버렸고, 탈탄소는커녕 탈마스크조차 힘들어 보일 정도다. 경쟁을 공생으로 만들고, 사회와 자연 양측의 파괴를 보존과 공존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할까. 여러 자료를 읽으면서 무거워진 마음을 정리하면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가능하다.’ 모두 인간의 일, 우리의 일이며 우리가 결정해나갈 일들이기 때문이다. 어쭙잖은 어쭙잖은 전망서를 흉내 낸 이 책이 가까운 미래를 고민해보고 여러 갈등의 해법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1년 여름
구정은,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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