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일본 또 지진...후쿠시마, 지금은?

딸기21 2022. 3. 1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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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11시 36분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 지진 발생. 미야기현과 후쿠시마현 연안에 잠시 쓰나미 주의보가 발령됐으나 17일 오전 해제.

이 지진으로 4명 이상 숨지고 170여명 부상. 지진이 워낙 잦은 일본에서는 진앙지의 절대적인 파동의 크기인 리히터규모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나 건물에 미치는 강도인 진도로 표시.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진도 6강,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강도의 지진. 곳곳 정전에 단수. 후쿠시마 현은 17일 오전 자위대에 재해 파견을 요청, 육상자위대는 이에 따라 공립병원에 부대를 보내 급수.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은 이와테 현과 미야기 현 등에 있는 조립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정지하기도.

 

NHK


미야기현 자동차도로 갈라지고 토호쿠신칸센도 운행 중단. JR동일본이 운행중이던 신칸센 17량 가운데 16량이 탈선. 점검과 복구에 시간이 많이 걸릴 듯. 설비 점검을 도보로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탈선한 차량은 향후 국가운수안전위원회가 상황과 원인을 조사하고 이후 레일로 되돌리는 작업도 진행되기 때문에 당분간 현장에 놔둬야. 운행 당분간 재개하기 힘들 듯.

우리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원전 문제. 2011년 3.11 대지진 난지 벌써 11년. 하지만 방사능 걱정은 해소되지 않았지.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번 지진 뒤 후쿠시마 제1원전 계속 점검 중. 11년 전 지진 때 녹아내린 발전연료 폐기물을 보관 중인 1호기 격납용기의 압력이 이번 지진으로 낮아져서 원인 조사 중이라고. 내부 공기 누출 가능성. 다만 부지 내 방사능 측정치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NHK 등 보도. 20cm 정도 파도가 올라갔는데 원전 건물 부지 침수는 없었다고.

하지만 여기저기 원전에서 일시 냉각수 순환 중단 등 얘기가 나옴. 2호기에서도 17일 자정이 지나 사용후 핵연료 냉각수 탱크 수위가 낮아져 밸브를 닫았지만 7시간 여 지난 뒤 다시 밸브를 열어 순환을 재개시켰고 냉각에 문제는 없었다고 도쿄전력은 강조. 5호기도 마찬가지. 냉각펌프 잠시 자동정지했다가 복구. 5호기 6호기 사용후핵연료 냉각풀 주변에서 지진 때문에 넘쳐나온 웅덩이들 생겼으나 냉각에는 문제가 없다고.


제2원전 1호기와 3호기에서도 냉각수 순환펌프 정지됐다가 복구. 1호기 내부 압력패널에 잠깐 이상이 있었지만 방사성 물질 외부 방출 우려는 없다고. 또 제1원전 5호기의 터빈 건물과 후쿠시마 제2원전의 2호기, 3호기, 4호기에서는 화재 경보기가 작동했지만, 모두 화재가 아닌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 미야기현에 있는 토호쿠 전력의 오나가와 원전에서도 폐로가 결정된 1호기의 사용후 핵연료풀 펌프 일시 정지됐다가 가동 재개.

큰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긴 한데. 후쿠시마 원전 때문에 주변국까지 다 불안하자나. 지금 후쿠시마 원전 일대는 어떤 상태냐면.

11년 전 지진과 쓰나미로 1만8000명 이상 숨졌고 1986년 옛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래 최악 방사능 재앙이 일어났지. 후쿠시마 일대 16만명이 원전 사고 때문에 허둥지둥 대피해서 이재민 생활. 아베 정부 때 주민들 다시 마을로 복귀시켰는데, 비판이 적지 않았음. 방사능 오염이 여전한데 이재민들이 다른 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니라 안전하지도 않은 후쿠시마로 돌려보낸 거니까. 안전보다는 ‘복구’ ‘정상화’를 보여주는 것에 치중한 것이라는 비판.


후쿠시마 제1원전 있는 후타바 마을, 현 안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폐쇄됐던 곳인데 당국이 주민들 귀환을 허용할 거라고.

원전 바로 옆마을인데 과연 주민들이 돌아가려고 할까. 그간 몇 차례 주민들이 자기 집 방문했고, 1월 말부터는 시범적으로 하루씩 묵을 수 있게 해줬다고. 올해 말에 공식적으로 대피령 해제될 거라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오래 떠나있게 될 줄 모르고 소지품도 제대로 못 챙긴 채 대피를 했는데 이제야 돌아가게 됐으니. 전쟁 난민이 따로 없지. 귀향하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아. 재난 전에 7000명 살던 마을인데 복귀한 사람은 고령층 3명 뿐, 신청한 사람도 15명뿐. 당국 조사에서는 주민 10%만 복귀하고 싶다고 답했대. 일부는 다른 지역에서 이미 일자리를 구해 살고 있고. 세월이 10년이 넘으니.

인프라도 다 무너졌고. 학교도 가게도 식당도 병원도 공공서비도 모두 사라져서 다시 다 만들어야 하는데. 마을은 완전히 황무지가 됐고 멧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대. 아직은 수도도 연결돼 있지 않아서, 지난달에 돌아간 마을 사람이 화장실 쓰려고 기차역까지 차 몰고 가야 했다는 얘기도. 지금 복구한 3명도 외국 언론 인터뷰에서 도쿄전력 신뢰하기 힘들다고 말함. 고향 마을에서의 생활이 재해 이전으로 돌아갈 거라고는 생각지 않음.

Futaba is the last of dozens of towns and villages to have ended their status as no-go zones. Photograph: Justin Mccurry/The Guardian


일본 정부는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안간힘. 2018년에는 후쿠시마 재해지를 견학하는 투어가 시작. 2020년 9월에는 후타바에 동일본 대지진·원자력 재해 기념관이 개관. 지방 당국은 앞으로 5년간 신규 거주자를 포함해 2000명을 유치하겠다고 말하고 있음. 오는 10월에는 새 공공주택 25가구 짓는다고 하고.

방사능 오염에 따른 건강 이상 우려는 정말 없는 걸까. 사건 직후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음. 학자들 모델링으로 봤을 때에 방사능 피폭에 따른 최대 예측 암 사망률은 10만명 당 1500명, 질병 피해는 1800명 정도로 예상했는데 유병률을 아무리 높게 잡아도 당초 예측보다는 훨씬 낮음.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대피한 지역 주민들이 적은 양의 방사능에 노출되었고 방사능으로 인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밝혔음. 영아 가운데 여자아이들의 갑상샘암 발병 위험은 0.75%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었음. 그럼에도 환경보건단체들은 방사선에 유발되는 암의 위험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음. 갑상샘암 뿐 아니라 모든 유형의 암에 걸릴 위험이 여아의 경우는 1% 높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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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perator of a wrecked Fukushima nuclear plant said on December 21, 2021, it has applied for safety authorities' approval to construct an undersea tunnel and other facility needed for a planned release of treated radioactive water from the plant to sea. Above, this Feb. 13, 2021, aerial file photo shows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in Okuma town, Fukushima prefecture, north of Tokyo. KYODO NEWS/AP PHOTO


실제로 사고 1년 후인 2012년 후쿠시마현이 사고 당시 18살 이하였던 사람들과 사고 뒤 1년 안에 태어난 아이 등 38만명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약 300명을 암 또는 의심 환자로 진단. 통상 소아 갑상샘암 발병 수는 연간 100만명당 12명 정도. 후쿠시마현 아동의 3분의 1(36%) 이상이 갑상선에 이상을 가지고 있었음. 하지만 후쿠시마현 전문가 회의는 갑상샘암과 원전 사고의 인과관계를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지. 계속 논란거리. 한국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8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붕괴되지 않아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지.

피해자들이 소송도 제기. 11년전 피폭으로 어린 나이에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피해자 6명이 도쿄전력 상대로 총 6억1600만엔, 약 6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이달 초에 냈지. 이들은 현재 17~27살. 갑상샘암 피해자들이 원전사고를 원인으로 지목해 소송에 나선 것은 처음.

A protestor holds a slogan during a rally against the Japanese government's decision to release treated water from the stricken Fukushima Daiichi nuclear plant into the sea, outside of the prime minister's office in Tokyo on April 13, 2021. YUKI IWAMURA/ AFP/GETTY IMAGES


6명 중 2명은 갑상선의 한쪽을 절제했고, 4명은 암이 재발해 적출한 상태다. 수술을 4번이나 한 사람도 있고 폐로 암이 전이된 사례도 있다. 치료와 수술 때문에 해고되거나 취업을 아예 못하고, 대학을 중퇴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고.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6명을 비롯해 후쿠시마 아이들에게 발견된 갑상샘암이 대부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확인된 갑상샘 유두암이기 때문에 피폭 이외의 원인은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

방사능 오염수 방출 문제도 우리로선 걱정거리. 사고 직후인 2011년 4월에 방사능 오염된 냉각수 문제가 제기됨. 지하수가 흘러들어가서 오염수와 섞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토양장벽 세우긴 했지만 지하수 유입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억제하는 것에 그쳤음.

여전히 100만 입방미터가 넘는 오염수 저장돼 있음. 일부는 당국의 규제 한도에 맞춰서 바다로 방출하고 나머지는 정화시스템으로 처리하는데. 2019년말까지 정화된 양은 30%가 못됐음. 그래서 일본 정부가 설치한 위원회는 오염된 물을 바다로 방출하거나 대기로 증발시켜야 한다고 결론지었음. 그러고 나서 지난해 4월 일본 정부는정화처리한 물을 단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라고 발표.

The IAEA task force supervised water sampling at Fukushima Daiichi (Image: Tepco)


그러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지원해달라고 요청. IAEA 직원들과 중국, 아르헨티나, 호주, 러시아, 한국, 미국을 포함한 11개국의 국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졌고. 지난달 위원들이 수질 방류계획과 방사능 환경 영향 평가 등의 문서를 검토하고 물 50리터 채취. 오스트리아와 모나코의 IAEA 연구소에서 분석할 예정.

핵연료 냉각수는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정화. 이 과정을 거치면 대부분의 방사능 오염은 제거되는데, 삼중수소는 정화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게 문제. 정화된 물은 되고 약 1000개의 탱크에 나눠서 저장될 예정인데 2020년대 중반에는 용량이 다 찰 거라서, 올 여름까지 저장탱크를 늘릴 계획임.

도쿄전력은 지난해 8월 처리수 방류를 위한 길이 약 1km의 해저터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방류는 내년 상반기 중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 전체 다 방류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음. IAEA는 물 속 삼중수소 수치가 "국가 규제 한계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식수 기준을 훨씬 밑돌 것"이라고 밝혔고, 특별 조사단의 검토내용을 주변국들과 시민들에게 제공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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