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세째 주에 아지님, 서연, 서연엄마 은희님과 넷이서 타이중 여행을 다녀왔다.
대만은 5번째. 타이중에서만 7박을 한다는 얘기에 지인들은 의문을 표함.
뭐 볼 게 있냐고....
하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소~소~한~ 즐거움이 최대치로 증폭되는 역설.
우선 먹은 것부터 정리.
나랑 여행 다니면 마음껏 못 먹는다는 불만이 접수된 바 있었기에 이번엔 먹는 거 신경씀.
무엇보다 미식가이자 탁월한 음식평론가 서연이 있어서...
일단, 여러 방송과 유튜브에 소개된 펑지아 야시장은 정말 꽝이었다. 시장 자체도 작고 넘 비싸고 맛도 없음.
세컨드마켓이야말로 최고였다! 여기저기 한국 방송이나 유투브에 나온 집들보다 훨씬 좋았다. 넷이서 1만2000~1만5000₩에 한끼 식사, 가성비 최고.
첫날 도착해서는 저녁에 이주노동자들 가는 아시안 거리의 식당에서 급한대로 저녁을 해결했는데 그것도 즐거웠고.
둘째 날 아침에는 바로 옆에 있는 세컨드마켓의 대표 식당(제일 문앞에 있고 제일 큼)으로 보이는 샨허에 갔다.
반찬 골라서 사먹으면 되는데 채소들은 맛있었고, 심지어 나중에 다시 갔을 때 먹은 손바닥만한 생선구이조차 따끈따끈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이 집의 핵심 메뉴는, 아마도 타이중의 핵심 메뉴였을 루러우판(고기덮밥).
하지만 나는 먹을 것 찍는 데에는 관심 없는 사람인지라 엉엉엉 샨허 식당 음식 사진이 엄따.
점심은 세컨드마켓의 승기(중국어 발음 모름)에서 먹었다. 이 집 로우위안 (고기동글이)은 진짜 핵심적 결정적으로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지금도 그립다. 하지만 또 사진이 없네
저녁에는 미리 낮에 들러 예약해둔 친위안춘(沁園春)에 갔다. 본점에 갔는데 수리중이라 옆 건물로 잠시 옮겨가 있었다. 우와 여기는 나도 찜해놨고 또 무엇보다 서연픽이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미슐랭 빕구르망 리스트에 있는 집인데, 1인당 600NT 이상의 최소 주문액 규정이 있다. 우린 넷이지만 서연이가 꼬맹이라(미안;;) 3인 최소 1만8000대만달러 이상을 주문해야 했다.
딤섬은 내가 지금껏 먹어본 딤섬(뭐 별로 많지는 않지만) 중에 제일 맛있었다. 아지님은 이집 볶음밥에 넋을 잃음. 넷이서 맛난 거 배불리 먹고 10만원 정도 나왔으면 완전 성공. 나는 먹을 거에 그리 신중 or 엄격하기는커녕 관심도 별로 없고 진짜 싼 것들로만 먹는데 여기는 또 가고 싶었다. 예약+현금결제만 아니었다면 또 갔을텐데...
셋째날은 먹은 거 관련 특기할 것 없음. 펑지아 야시장 넘 맛 없었고 돈만 버렸고, 동네 돌아와 구글맵에서 평점 높고 새벽2시까지 영업하는 지에요우 우육면 갔는데 맛 없었음.
넷째날에는 르위에탄(일월담)과 가오메이 습지 다녀와서 매우매우 피곤하고(가오메이 습지에서 태풍급 바람 속에 넷이 진짜 겁나 미친 듯이 즐겁게 놀았거등요) 배가 고팠다.
실은 점심에 일월담 관광지 식당에서 대만식 고기완자 먹었는데, 여러 종류의 완자가 있지만 그 완자는 운동화 밑창을 씹어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두 그릇 시켰는데 한입 깨물고 우리 그릇은 아지님 주고, 서연이한테도 "먹지 말고 엄마 줘"라고 내가 미리 구해줘서 은희님 독박 씀.
그래서 저녁에 루로우판을 또 먹고 싶었지만 샨허는 아침에만 열고 오후 일찌감치 문을 닫는다. 투어 가이드한테 "루로우판 먹을거니까 숙소 말고 세컨드마켓에 내려주세요" 했더니 상호를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리하이 정말 맛있어요. 유명한 집입니다"라고 하더라. 이것이 진정 현지인 맛집인 것인가.
몰캉몰캉 사르르 녹는 돼지고기... 맛나맛나. 이번에도 음식 사진은 없습니다.
다섯째날 아침에는 역시 세컨드마켓 안에 있는 리웨이에 갔다. 그간 비건 지향 은희님 식성은 마구 무시한 채 셋이서 기름진 것들 먹으러 돌아다녔고 실은 이 날도 굳이 가벼이 먹을 계획은 없었는데, 그날따라 샨허조차 휴무일이었다. 두리번거리는 우리를 동네 아주머님이 이 집으로 인도하심. 은희님은 영어로, 아주머님은 중국으로 한마디도 못 알아들은 채 모든 것을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 신공...
그리고 아주머님은 홀연히 가던 길을 가셨고, 우리는 들어가서 국수와 종합탕(모듬탕)을 먹었다. 여기서 먹은 모든 것들도 진짜 맛있었으며 역시나 사진은 없다. 아우 진짜 좀 찍을 걸.
여섯째날 점심에는 넘나 맛났던 승기의 고기동글이를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먹으려고 '타이중 로우위안'이라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서연 매우 실망함.
젠장 별로 맛이 없었던 이집 로우위안만 사진이 있네
일곱째날 아침에도, 짧은 기간 동안 루틴이 돼버린 세컨드마켓으로. 반찬 중심으로, 채소 중심(?)으로 먹었던 소식 식당. 냠냠. 채소 볶음들 정말정말 맛있었고 은희님이 특히 좋아함.
그러나 타이중에 왔으니 족발을 빼놓으면 안 된다. 어느 방송에 나와서 한국인들 많이 찾아간다는 푸딩왕은 돌아다니며 두어번 지나쳤지만 가지 않았다. 와서 보니 국내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왔던 곳들만 여행 만족도가(먹을 거 말고 관광 사이트들) 꽝이더라고. 그래서 돌아다니다가 맛집 검색해서 갔던 푸장위안 족발집.
하루종일 걷고 돌아오는 길에 엽샤오룽바오(엽은 어떻게 읽느니 모름). 가게는 이뻤는데 맛은 그저 그랬음.
마지막 날, 서연에게 뭐를 먹고 싶으냐고 하니 맛있는 그집 고기동글이 먹고 싶다고 해서, 승기에 다시 갔다.
그리고 드디어 먹었다! 사진이 매우 잘 안 나왔지만 왼쪽 위에 있는 게 로우위안탕이다. 그리고 아래쪽에 있는 거는 아지님이 시킨 고기국수였다. 나쁘진 않았지만 로우위안이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아 그리고 사진은 못 찍었는데... 민셩베이루(민생북로) 모퉁이 메이촨 가로공원 옆에 있는 Ponpai 주스가게의 패션프루트주스는 우리의 힐링쿨링 음료였다! 사장님 겁나 쾌활하고 다정하고 이쁘심. 폰파이 주스들 팩에 담긴 것 이것저것 사오고 싶었는데 뚜벅이들이 들고다니기 힘들어 포기한 거 아쉽다.
* 기타
참고로 미야하라 아이스크림가게(미야하라 본점은 초콜릿 가게이고 아이스크림 매장은 개울 건너 제4신용합작소 리모델링한 건물에 있는데 좀 비싸지만 맛있음. 여기서도 서연의 촉은 최고였고, 서연이 고른 패션프루트와 라임 셔벗이 진짜 맛있었다. 죄송 사진 또 없어요.
밀크티를 발명했다는 춘수당은 테이크아웃으로 두 잔만 사들고 나왔는데 그거 산다고 쌀쌀한 저녁바람 속에 넷이서 20분 넘게 오들오들... 맛은 있었지만 추천하지 않음.
서연이 꼭 가야한다고 백번이나 얘기했고 나도 가준다고 약속했던 디저트가게 미니멀에도 갔었다. 아 진짜 여기 가기 전에백번의 해프닝이 있었고, 서연을 위해 무려 오픈런을 했는데 알고 보니 테이크아웃 아이스크림 가게. 심지어 서연이 그토록 오매불망한 곳이었건만 으른들을 위한 몸에 좋은 맛. ㅎㅎㅎ
"어머 저기 홍루이젠 같이 생겼다"는 은희님의 말을 듣고 지도 찾아보니 진짜 홍루이젠 본점. 한국 홍루이젠 샌드위치 먹었을 때 맛이 없었지만 여기 지나가면서 냄새가 좀 좋았고, 마지막날 공항 가기 전 짬 났을 때 홍루이젠 가서 빵 하나씩 사들고 나왔는데 진짜 맛 없었다. 내 인생 가장 무미에 가까운 슈크림이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 여행을 떠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동유럽 여행] 보스니아에서 먹은 것들 (0) | 2025.01.03 |
---|---|
[2023 동유럽 여행] 모스타르, 유서 깊은 다리와 아픔의 도시 (0) | 2025.01.03 |
[2023 동유럽 여행] 보스니아, 학살의 현장 스레브레니차에 가다 (1) | 2025.01.02 |
[2023 동유럽 여행] 사라예보, 묘지와 슬픔의 도시 (0) | 2025.01.02 |
[2023 동유럽 여행] 세상에, 사라예보! (0) | 2025.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