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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대행 주식회사- 우리가 고민할 또다른 주제

딸기21 2006. 4. 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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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대행 주식회사

피터 W 싱어. 유강은 옮김. 지식의풍경. 



아프리카에 가면서 들고 갔었다. 시에라리온 방문 때 몇몇 사람들이 “유엔이 주장하는대로 반군들은 정말로 모두 무기를 버렸는가”라는 질문들을 했었는데, 공식적으로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반군들을 무장해제시킨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행사’들이 들어와서 압도적인 무장력으로 전황을 ‘정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책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 때 설치던 군바리들이 아파르트헤이트 무너진 뒤에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라는 전쟁대행사를 만들었는데 이들이 들어와서 정부군을 대신해 반군들을 정리(어떻게 하는게 정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인 저자가 여러 자료와 ‘소문’들을 종합해 전쟁대행회사들 실태를 정리해보려 애썼는데, 이 책에서 제시된 ‘시각’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간에,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민간군사회사’ 따위로 불리는 전쟁대행사들이 전장을 주름잡고 작전 수립에 전투까지 ‘대행’하는 것이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전쟁 양상으로 굳어졌는데, 2003년 이라크전 때 여기에 관한 신문기사들이 좀 나오긴 했지만 아직은 거의 모든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저자는 냉전이 끝난 뒤 무기와 병력이 ‘시장’에 풀려나온 것과 전반적인 ‘민영화 바람’ 등등의 원인 때문에 전쟁까지 민영화되면서 ‘국제정치와 전쟁 규칙이 바뀌고 있다!’(책 겉표지에 시뻘겋게 써있는 문장이니 느낌표라도 하나 때려줘야 될 것 같은 기분)고 진단한다. 


물론 유사 이래 용병은 있었다지만 오늘날의 전쟁대행사들이 근대 이후 전쟁에 대한 상식의 틀을 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제정치 돌아가는 것이 어디 전쟁대행사들 때문 만이겠느냐마는, 어쨌건 국가 혹은 비국가행위자(반군이라든가 하는 정치세력들)들의 다이내믹한 에너지장 속에 대행사들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끼어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감춰진 부분이 워낙 많고 속성상 확인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저자가 인정하듯이 책은 사례들 모음과 ‘이제부터는 이런 부분도 좀 분석을 해보자’ 하는 제안들로 차 있다. 


저자는 전쟁대행사라는 실체들을 인정하고 이들을 포괄하는 새로운 전쟁론 전쟁학 전쟁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을 왜 인정하느냐'고 따져 묻기 전에, 전쟁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이런 책은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책이 좀 어설퍼보이는 면이 없잖아 있고 국제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생판 남의 일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남의 일은 분명 아니다. 


김선일이라는 사람이 선교하러 이라크 간다더니 어느 회사 하청일 하다가 납치돼 피살됐다고 했는데, 그때 뉴스 보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났더랬다. 켈로그브라운&루트(KBR)의 하청 일도 했었다고 하는데 이 KBR은 미국 핼리버튼(딕 체니 부통령 빽으로 정경유착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에너지-군수기업) 계열사인 대표적인 전쟁대행사로 '죽음의 기업'으로까지 불리는 업체다. 선의와 무지가 비극을 부른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남북한 화해가 이뤄지면 비무장 지대에 지뢰 제거해야 하는데 요즘 세상에 젊은 군인들 들여보내면 국민들이 가만있을리 없고 대행사들 들어갈 공산이 크다(지뢰 제거는 대행사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지뢰제거 뿐 아니라 '화해'의 와중에 저런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민영화'된 영역에서 일을 떠맡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이래저래 전쟁대행사들이라는 것이 남의 일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전쟁대행주식회사> 중에서


<앙골라>

군사용역을 제공하는 80여개 기업이 관여. 이 기업들의 직원은 세계 곳곳의 군인 출신.
앙골라에 첫번째로 진출한 민간 군사기업은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 1993년 앙골라 육군을 재훈련시키고 전투를 지휘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직접적인 교전과 군사훈련 이외에도 여러 기업이 공중정찰 및 첩보(에어스캔)나 지뢰 제거(론코와 DSL) 등 광범위한 군사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반군 역시 민간 회사들을 활용.

<콩고민주공화국>

1990년대 중반 모부투는 로랑 카빌라 반군에 맞서기 위해 MPRI와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를 상대로 교섭을 시작. 결국 제3의 회사인 지오링크가 정권을 지원했지만 결과는 실패. 모부투 정권은 붕괴했고, 들리는 말로는 벡텔의 지원을 받았다고 하는 카빌라가 권력을 넘겨받았다.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와 전쟁을 치르면서 수호이 사에서 제트 전투기 편대를 임차했는데, 전투기를 조종하는 조종사와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정비사, 공습 계획을 세우는 지휘관까지 일괄로 임차.

<수단>

에어스캔이 2개 이상의 다른 업체와 더불어 반군으로부터 유전을 보호하는데 조력.
다인코프는 수단의 반군 동맹에 병참 지원.

<라이베리아>

ICI와 PAE가 서아프리카평화유지군에 군용 비행기와 병참 지원을 제공.

<시에라리온>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가 반군에 맞서 정부군 지원.

<기타>

세네갈과 나미비아에서도 민간군사기업이 반군 지원. 부룬디에서는 후투 반군이 스푸어넷 등 남아공계 군사기업으로부터 무기와 훈련, 작전 계획 등을 지원받았다.

<코소보>

MPRI가 세운 군사훈련소들은 코소보 분쟁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소보 해방군(KLA) 사령관인 아짐 세쿠 장군은 크로아티아 육군에 소속되었을 당시 MPRI에서 훈련을 받았다.

<영국>

영국 군대는 군사 부문 아웃소싱이라는 현재의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 사기업이 영국 해군의 최신형 핵잠수함을 조종하고 유지, 보수를 담당.
2001년 영국 국방부는 '스폰서 예비군 시스템' 발표. 1998년 코소보 전쟁과 2001년 아프간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해군의 항공지원부대, 육군의 탱크 운송부대, 공군의 공중급유 비행대 등을 민간 회사에 완전히 이전.

<옛 소련>

베를린 장벽 붕괴와 더불어 민간 군사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 러시아 내 민간보안기업체들 직원 15만명 추산.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알파는 KGB 특전단 출신이 설립.
체첸에서는 용병들이 정규군과 함게 전투에 참여.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등에서도 전략시설 방어.

<이스라엘>

콩고에서 활동한 레브단, 앙골라에서 활동했다는 소문이 있는 앙고-세구, 콜롬비아에서 활약한 실버 섀도 같은 기업들은 이스라엘에 본부를 두고 있다.

<중동>

사우디아라비아는 민간 기업이 국가 정규군을 운영. 비넬사는 정권의 근위병 역할을 하는 사우디국가방위군에 훈련과 조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전략 지점을 보호하기도 한다. 대부분 미군 특수부대 요원 출신인 1400여명의 직원을 사우디에 배치해놓고 있는 이 기업은 8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계약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
그밖에 BDM은 사우디 육군과 공군에 병참, 훈련, 첩보 및 포괄적인 조언과 작전 계획을 제공하며 부즈-앨런 해밀턴은 군사 참모대학을 운영한다. SAIC는 해상 및 공중방위를 지원하며 오가라는 왕족을 보호하고 지역 보안대를 훈련시킨다. 케이블 앤드 와이어리스는 대테러작전과 시가전 훈련 담당.
쿠웨이트에서는 다인코프가 공군을 지원하고 MPRI가 훈련소를 운영.

<아시아>

1997년에 샌드라인이 파푸아뉴기니 분쟁에 개입해 현지 군대의 반란을 초래.
네팔 구르카 용병들은 구르카경비회사라는 민간기업 창설.
캄보디아에서는 프랑스 회사인 코프라스가 지뢰제거 용역 담당.
인도네시아는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 동원해 특종작전 벌이기도.
호주는 아예 군대의 신병 모집을 사영화, 미국계 임시직 인력파견 업체인 맨파워에 아웃소싱.

<아이티>

전직 군인들이 엘리트 가문들의 사병으로 근무. 아이티 보안대 훈련과 배치는 다인코프가 맡고 있고, 다인코프는 심지어 카스트로 사망이나 실각에 대비해 에스파냐어를 구사할 수 있는 '즉시 투입 가능한' 인원 명단을 갖고 있다고 자랑한다.

콜롬비아와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도 민간 군사기업 지원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미국은 민간 군사산업을 가장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국가. 1994~2002년 미 국방부는 미국에 본부를 둔 기업들과 3000건 이상의 게약을 체결. 총액은 3000억 달러를 상회.
지난 몇년 동안 미 국방부는 병참 및 기지 유지.보수에서 육군 공중훈련의 70%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아웃소싱. B2 스텔스 폭격기, F117 스텔스전투기, KC10 공중급유기, U2 정찰기 및 수많은 해군 전함등 전략무기들의 유지.보수와 관리가 모두 사영화되었다.
러시아 핵잠 쿠르스크호 폭발을 처음 목격한 것은 미군과 계약을 맺은 민간 정찰선이었다. 에어스캔은 미 공군과 NASA 발사시설 보호. BDM은 정보전, 특수전, 첩보전 훈련 담당하는 동시에 소말리아 아이티 보스니아 중앙아시아 페르시아만 등지에서 미군 군사작전 보조. 베텍은 미 특전사령부와 제휴, 세계 곳곳에서 비밀 작전 지원. MPRI는 미 육군 병력 관리와 교육사령부 교범 개발 담당. 220개 대학에서 학군단 프로그램 운영.

펜타곤은 또 대외 군사원조 프로그램 상당 부분을 외주로 돌렸다. 그 결과 MPRI, DFI 인터내셔널, 로지콘 등이 주역으로 등장. 최근 아프리카전략연구소 설립, 아프리카 각국 안보계획 및 국방예산 수립 등 지원. 이 기관의 교과과정 개발.시행은 MPRI가 담당.
결과적으로 미군이 가는 곳마다 하청업체들이 따라다니는 한편, 1990년대 이래 군사용역 대규모 아웃소싱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

코소보 군사작전 때에는 미군 공중정보 수집 기능을 외주로 돌리기도.
미 육군은 플로리다에 본부를 두고 있고 콜롬비아 앙골라 수단 등지에서 군사용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에어스캔과 계약을 맺었다.
미 공군 최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작동도 사기업이 담당.

<아프간>

전후 아프간 평화유지 활동에서도 민간 군사산업은 전쟁 당시 맡았던 기능을 계속 유지하면서 활동 영역을 더욱 넓혔다. 알카에다와 탈레반 포로들은 KB&R가 4500만달러를 받고 지은 관타나모 군 수용소에 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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