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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딸기21 2006. 4. 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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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삶이 되고 영혼이 되어주는 나무들이 있다. 지난 5일은 식목일이었지만, 국가가 `나무 심는 날'을 정해놓지 않더라도 나무는 인간에게 휴식처가 되고 때로는 집이 되고 식량이 되고 희망이 된다. 중·근동 지중해지방의 올리브나무와 아프리카·인도의 망고나무, 열대 해안에서 자라는 동남아시아의 망그로브 같은 나무들은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이다.

올리브나무

미국 뉴욕타임스의 유명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일본산 렉서스 자동차가 상징하는 글로벌리즘에 올리브라는 표상을 대비시켰다. 미국식 글로벌리즘을 예찬한 프리드먼에게는 올리브가 전근대와 토착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21세기가 되어도 중동과 지중해 사람들에게 올리브는 여전히 `생명의 나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올리브 열매를 팔아 생계를 잇고, 자식들을 가르친다. 그들에게 올리브는 삶 그 자체다.

최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근교의 시카 마을에서는 농민들이 재배하던 올리브나무 100여 그루가 뿌리째 뽑혀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주민들의 목숨줄이 달린 올리브농장을 파괴한 것은 이웃을 점령한 유대인 정착민들이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은 격렬하게 항의했고, 결국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가 사건 수사에 나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 이스라엘 점령군의 묵인·방조 아래 유대인들이 저지른 일임이 드러났다. 유대인 정착민들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탄압하고 내쫓기 위해 종종 써먹는 `올리브 자르기'는 역설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올리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과거 우리 농촌에서 소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내던 부모들은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불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대학은 우골탑이 아닌 `올리브탑'이다. "올리브 나무 한 그루가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삶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농촌에서 소 한 마리가 가난한 농가의 전재산이었듯, 올리브나무는 중·근동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밑천이다. 올리브나무는 그들의 삶이자 생명이다.

재작년 숨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은 1974년 유엔 총회에서 "나는 한 손에 총을, 한 손에는 올리브 가지를 들고 있다"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올리브나무는 `평화의 상징'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지금은 `분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

망고 나무

중부 아프리카의 내륙 마을에는 어귀마다 커다란 망고나무들이 있다. 망고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휴식처이자 삶의 동반자다. 20∼30m씩 훌쩍 자라는 망고나무는 열대의 마을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고, 새콤달콤한 열매를 선사해준다. 분홍색 꽃이 필 무렵이면 짙은 향기가 대지를 감싼다. "아프리카에선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마당에 망고 없는 집이 없다"고 한다. 망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망고의 원산지는 인도다. 고대 인도 바라나시의 설화 중에 망고 이야기가 있다. 오랜 옛날 현명한 원숭이 왕은 망고를 인간들 눈에서 감추기 위해 애를 썼으나 무리의 원숭이가 그만 열매 하나를 강물에 떨어뜨렸고, 그 때문에 원숭이 8만4000마리가 인간 군대로부터 멀리 피신을 해야 했다. 그때 원숭이 왕이 제 몸을 다리 삼아 부하들을 벼랑에서 건네주는 것을 본 인간의 왕이 감동하여 원숭이들을 살려주고 자신도 선정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어릴적 계몽사 50권 동화집 속 인도이야기에는 ‘브라흐마다다 왕이 비나레스를 다스릴 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 2편이 있었다. 그 중 하나, 이 원숭이 왕 이야기를 기억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망그로브

망그로브는 동남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의 열대·아열대 지방 해안가에서 자라는 관목을 말한다. 따뜻한 바닷가에 숲을 이루는 망그로브는 특히 최근 들어 `환경 방파제'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열대지방 해안가 주민들은 망그로브 뿌리에서 고기를 잡고, 망그로브 덕에 바닷바람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리조트 건설이다 양식장 확대다 해서 망그로브 숲이 많이 망가지면서 환경파괴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04년 말의 동남아시아 쓰나미(지진해일) 참사 때 최악의 피해를 입은 지역들은 환경파괴로 망그로브 숲이 피폐화된 곳들이었다.


유네스코에서는 사라져가는 망그로브 숲을 보호하기 위해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망그로브 다시 심기 프로젝트' 등을 벌이고 있으며 민간 환경기구들도 `글로벌 망그로브 액션' 등으로 숲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 나무 소개


올리브나무

용담목 물푸레나무과의 상록수로, 키는 10m에 이른다. 원산지가 지중해 동부 소아시아라는 설과 아프리카 북부 사하라 사막이라는 설이 있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팔레스타인 등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자란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서도 가지와 잎이 출토됐을 정도로 오랜 재배 역사를 갖고 있다. 열매는 절임 등으로 가공해 먹거나 기름을 짜는 데에 쓴다.

올리브기름은 식용과 약용은 물론이고 윤활유나 비누로도 사용한다. 나무는 목재용, 조각용으로 쓰인다. 구약성서에서는 노아의 방주에서 비둘기가 잎을 물고 오는 것으로 등장하며 로마에서는 미네르바 여신의 상징으로 알려졌다. 고대부터 올리브기름은 제사 등 의식용으로 사용됐으며, 주요 무역 물품이기도 했다.



망고나무

옻나무과의 상록수로, 30m 높이까지 자란다. 열매는 종류에 따라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에 2㎏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한데, 짙은맛과 향기가 있어 날것으로 먹거나 주스, 잼, 젤리, 술 등으로 가공한다.

씨는 약재로 쓰거나 가루로 만들어 먹고, 나무는 뗏목 같은 가벼운 구조물을 만들 때 목재로 쓴다.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진액은 고무로 쓰기도 한다. 인도 북부에서 말레이 반도에 걸친 지역을 원산지로 하며, 인도와 아프리카 등 열대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망그로브

열대·아열대 지방의 해안이나 강 하구에 숲을 이루고 사는 관목. 민물과 짠물 모두를 흡수하며, 망그로브 숲을 `홍수림(洪水林)'이라 부르기도 한다. 칸델리아, 브루기에라, 리조포라 같은 종류들이 한데 뒤섞여 망그로브 숲을 형성한다.

큰 줄기 밑에 곁줄기와 뿌리가 달려 파도에 잘 견디며, 짠물을 뱉어내기 위한 염분 배출조직을 갖고 있는 종류도 있다. 망그로브는 바닷바람을 막아주면서 개펄이 파도에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목질이 단단해 목재로도 쓰인다.



나무를 살린 사람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무가 인간에게 `아낌없이 주는' 존재라면, 나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아낌없이 바친 사람들도 있다.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아마존의 천사'라고 불리던 도로시 스탱 수녀다. 74세의 스탱 수녀는 지난해 2월12일 브라질 아마존 인근 파라주 에스파란차에서 2명의 살인청부업자에게 6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1966년 노트르담 수녀회 소속으로 브라질 땅을 밟은 지 39년만이었다.

암살범의 배후는 벌목을 위해 농민을 쫓아내려고 거주지에 방화를 일삼던 농장주와 벌목꾼들이었다. 1931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스탱 수녀는 숲에서 채소와 카카오, 후추, 커피 등을 재배해 살아가는 원주민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해 인권단체 `패스토럴 랜드 커미션(CPT)'에서 활동해오며 개발론자들을 비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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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고무나무 보호를 위해 활동을 펼치던 치코 멘데스 또 다른 희생자였다. 고무나무 수액채취 노동자 출신이었던 멘데스는 1960년대 고무 가격이 폭락하면서 환경운동에 눈을 뜬 뒤 고무채취 노동조합을 결성, 맨몸으로 개발론자들에 맞섰다. 사회주의 노선의 노동자당을 창당하기도 한 멘데스 역시 1988년12월22일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해됐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 `불타는 계절(Burning Season)'로 세계에 알려졌다. "처음에는 고무나무를 위해, 밀림을 위해 싸웠지만 지금은 인간성을 위해 싸운다"는 그의 발언은 아직도 환경보호론자들에게 격언으로 남아있다. 아마존지역에서는 지난 20년간 밀림을 둘러싼 토지분쟁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1200여건에 달한다.

필리핀에서도 지난해 3월 농촌에서 농약 사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농림부 공무원의 농약기금 횡령사실을 기사화한 주간지 `미드랜드 리뷰'의 여기자 마를린 가르시아 에스페라트가 2명의 무장괴한이 쏜 총알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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