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교황님 왜 이러시나

딸기21 2006. 9. 1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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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16세가 이슬람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교황은 지난 12일 고국인 독일의 레겐스부르크를 찾아 야외미사를 집전하면서 이슬람의 지하드(성전·聖戰)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교황은 14세기 비잔틴제국의 황제와 페르시아(이란) 지식인의 대화를 담은 옛 문헌을 인용해 "무하마드(마호메트)가 갖고온 것은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 뿐"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는 이슬람 지하드, 즉 성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문제의 구절을 수차례 강조해 읽었다.






이슬람권 격앙된 반응


교황의 발언에 이슬람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집트 이슬람조직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모하마드 마디 아케프는 14일 "가톨릭교회의 수장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서방이 이슬람에 적대적이라는 무슬림들의 인식을 강화해 갈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57개 이슬람국가들의 연합체인 이슬람회의기구(OIC)도 성명을 내 "교황의 발언이 이슬람에 대한 바티칸의 정책이 바뀌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히고 이슬람에 대한 바티칸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기독교 성인인 토마스 아퀴나스가 "무슬림은 한손에 칼, 한손에 코란(이슬람 경전)을 들고 있다"고 쓴 이래 기독교권에서는 이슬람의 지하드가 폭력성과 야만성을 보여준다며 비판해왔다. 그러나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버나드 루이스 교수 등 현대의 구미권 이슬람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이 기독교권의 일방적인 비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교황청은 파문이 커지자 "이슬람 신자들의 감정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면서 불끄기에 나섰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교황은 이슬람을 포함해 다른 종교, 문화들 간 대화를 중시하는 입장이며 문제의 언급은 폭력이 신의 뜻에 위배되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슬람 일각에서는 교황이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화해' 흐름 막힐까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일 뿐 아니라 낙태, 생명공학, 동성애 등의 문제에 극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온 베네딕토16세가 즉위했을 때부터 가톨릭 안팎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들이 많았었다. 교황은 지난해 4월 즉위 이래 1년여 동안 그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다른 종교를 바라보는 교황의 인식에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종교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교황의 발언은 전임 요한바오로2세가 이뤄놓은 종교간 화해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요한바오로2세는 1990년대 초부터 역사상 가톨릭의 잘못을 바로잡고 종교간 화해를 모색하기 위해 애썼다. 1992년에는 가톨릭 선교과정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사죄했고 이듬해에는 바티칸과 이스라엘의 외교관계를 수립, 2000년간 적대적이었던 기독교-유대교의 화해를 추진했다. 러시아 정교회, 성공회, 루터교회 등 기독교의 다른 갈래들과도 화해에 나섰다. 2000년에는 십자군전쟁과 중세 종교재판에 대해서도 참회했으며 2001년에는 시리아의 이슬람사원을 찾아 화합과 대화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반면 현 교황의 이번 발언은 요한바오로2세와는 인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화해 분위기를 퇴색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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