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영국 시골마을, 30년 걸친 오염과의 싸움

딸기21 2007. 2. 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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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시골마을이 30여년전부터 유독물질에 오염돼 소들이 죽고 지하수와 토질이 더럽혀지기 시작했다. 당국이 조사를 벌였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2003년 채석장 폭발사고가 일어나면서 사태의 윤곽이 잡혔다. 누군가가 생태계와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미치는 독극물들을 불법으로 묻어놓았던 것. 당국은 30년에 걸친 조사 끝에 세계 최대의 생명공학기업 몬샌토가 유독물질들을 폐기해낸 사실을 밝혀냈다고 가디언이 12일 보도했다.

웨일스 남부 카디프 근처에 있는 그로스파인 마을에서 소 9마리가 독극물에 중독돼 숨진 것은 1972년. 농민들은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소들이 폴리염화비페닐(PCBs)이라는 물질에 중독됐다는 사실 외에는 더 알아낼 수가 없었다. 전기설비의 절연제로 쓰였던 PCBs는 사람은 물론 자연계 먹이사슬에 단계별로 축적돼 암과 면역기능 장애 등을 유발하는 유독물질이어서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로스파인 일대는 그후로 30여년에 걸쳐 영국에서도 환경오염이 가장 심한 지역으로 변모해갔지만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2003년 그로스파인의 채석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땅 속에 묻혀있던 유독물질들이 악취를 내면서 터져나온 것.
알미늄 캔과 드럼통 따위에 담겨진채 버려졌던 유독물질은 베트남전에서 쓰인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 원료와 다이옥신 같은 맹독성 물질을 포함해 67종류나 됐다. 당국은 1960∼70년대 이 근방에 몬샌토의 전신인 파마시아의 비료-화학물질 생산시설이 있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미국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들을 추적했다. 이 회사는 PCBs 등의 인체 유해성이 문제가 돼 미국 환경당국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추적 결과 회사 측은 미국내 PCBs 공장을 1971년 폐쇄하면서 영국에선 1977년까지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환경국은 집요한 조사 끝에 몬샌토가 1977년 공장 문을 닫으면서 불법 폐기업자들에 유독물질을 떠넘기며 돈을 지불한 사실을 알아냈다. 몬샌토도 결국은 잘못을 인정하고 "웨일스 측의 오염 제거작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환경국은 오염물질을 없애는데 1억 파운드(약 182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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