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85

이집트 유혈사태, 외교협상이 실패한 이유

지난달 3일 이집트 군부가 ‘48시간의 최후통첩’ 뒤 무슬림형제단 소속의 모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전격 축출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군부 쿠데타인 이 사건을 미국은 ‘쿠데타’로 규정하길 꺼렸습니다. 지난 14일부터 며칠 째 계속되고 있는 이집트의 유혈사태는 이집트 군부(현 정부)와 무슬림형제단 간의 정치적 타협을 중재하는 데 실패한 미국의 ‘외교적 실패’라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미국은 왜 실패했으며, 이집트 정국을 둘러싸고 ‘막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7일 이집트 쿠데타 이후 벌어진 막후의 외교협상을 되짚어보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유럽연합 이집트 특사인 스페인 외교관 베르나르디노 레온과 미국의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이 2주 동안 수차례 이집트를 ..

스티븐 로런스와 조지 짐머먼 사건

미국의 흑백 인종차별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영국의 사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미국에 비해 들을 기회가 적었던 것 같습니다. 몇해 전 인종주의에 대한 책을 번역하다 스티븐 로런스 사건을 접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영국에서는 크게 논란거리가 됐고 정부 차원의 조사까지 벌어졌던 사건이더군요. 내용은... 많이 듣던 스토리입니다. 억울하게 살해된 흑인 소년, 하지만 백인 피의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는. 스티븐 로런스 Stephen Lawrence (아래 사진)는 18세의 흑인 학생이었는데, 1993년 4월 22일 저녁 런던 남부 엘덤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백인 젊은이 5명에게 흉기로 찔려 죽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들을 모두 붙잡아 놓고도 아무도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기소가 됐지만 2명은 증거불충분..

이집트 ‘최후통첩’ 지나... 군부 침묵 속 일촉즉발 긴장감

이집트 정국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최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군부의 압박에 밀린 무르시 정부가 연립정부 구성과 개헌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통령직 사퇴 요구는 계속 일축, 극도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은 3일 오후(현지시간) “연립정부가 정치적 교착상태를 풀 해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며 ‘국민적인 대화’를 제안했다. 무르시는 군부의 ‘최후통첩’ 시한이 지난 직후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무르시는 전날 발표한 정국 수습 ‘로드맵’에 들어 있던 연립정부 구성안을 다시 내놓으면서 이를 위한 ‘대화’를 할 것을 제시했다. 또 이슬람주의를 강조한데다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을 줘 ‘파라오 헌법’..

브라질 시위, 그리고 지우마 호세프라는 사람

브라질 전역에서 120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선데 이어, 22일에도 브라질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계속됐습니다. 집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사회인프라 개선계획을 내놓으며 ‘다독이기’에 나섰습니다. 전임자인 룰라 다 실바의 후광 속에 2011년 취임한 뒤 순탄한 길을 걸어온 호세프는 이번 시위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네요. 리우 시위, 시험대 오른 호세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발행되는 리우타임스는 호세프가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3가지 사회인프라 개선계획을 발표했다고 22일 보도했습니다. 호세프는 전날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이번 시위의 단초가 된 교통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또 석유수입을 투입해 교육인프라를 확충하고, 외국 의료인력을 수입해 보건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룰라 시절 형성된 브라질 신흥중산층, 대거 거리로....

25만명이 버스요금을 올린 데 항의하며 거리로 나서자, 브라질 정부는 시위대를 다독이며 19일 요금을 원상복구했습니다. 하지만 시위는 더 격화됐고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의 시위는 어찌 보면 예상됐던 일이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너무 오만하게, 자기 지지층만 믿고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리들을 무시하곤 해왔으니까요.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브라질의 시위 소식에는 좀 놀랐습니다. 룰라 이후 브라질은 정말 '잘 나가고' 있었으니까요. 저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이 점을 궁금하게 여겼던 모양입니다. 어제오늘 외신들을 보니 분석이 많이 나오네요. 브라질에서 룰라 다 실바의 노동자당(PT) 정권이 들어선 것은 2003년. 벌써 10년이 지났고, 그 사이 지우마 호..

에르도안과 호세프, 시위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그들은 약탈자일 뿐이다. 시위를 진압하는 게 내 의무다.” (에르도안)“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다.” (호세프)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몇주째 대규모 군중시위에 시달리고 있네요. 에르도안 총리는 그동안 많이 보도됐다시피 이스탄불의 유서깊은 공원 철거계획 때문에, 호세프 대통령은 버스요금 인상계획 때문에 시위대에 에워싸였습니다. 하지만 두 지도자의 반응은 사뭇 다르군요. 이 사람이 에르도안. 에르도안은 18일 집권 정의개발당(AK) 집회에서 연설하며 이스탄불 탁심광장에서 시작된 전국적인 반정부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력을 더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강경진압에 대한 비판을 일축하며 “경..

모런트 베이 폭동

1865년 10월 11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 동부의 모런트 베이에서 폴 보글(Paul Bogle)이 이끄는 흑인 남녀 200~300명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이 모런트 베이 폭동 Morant Bay rebellion 은 자메이카 역사의 분기점이 됐으며, 영국에서도 거센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영국에는 자메이카 등 카리브 지역에서 온 흑인들이 많지요. 얼마전 벌어진 '런던폭동'에도 자메이카계 이민자 가정 출신 젊은이들이 많이 가담했다고 합니다). 오늘날까지도 이 폭동의 성격은 논란거리로 남아 있으며 흑인노예사와 식민지 연구의 주제로 자주 인용됩니다. 폭동을 이해하려면 먼저 당시 자메이카 흑인들의 처지를 살펴봐야겠죠. 1834년 영국에서 노예해방법(Emancipation Act)이 통과됨에 따..

월가를 점령하라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스트리트에서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된 시위가 3주째를 맞으면서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초 이 시위는 애드버스트 등의 몇몇 소규모 시민단체들 주도 아래 지난달 17일 시작됐습니다. 월가의 탐욕스런 자본주의가 서민들, 특히 청년층을 생존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습니다. 당국의 강경진압 때문에 며칠 못 가 시위대는 몇백명 선으로 줄었고, 곧 사그라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주최측은 맨해튼에 2만명을 모으겠다고 처음에 밝혔는데, 한번에 모이는 시위대 규모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장기간 계속되면서 연 참가인원이 늘고 있고, 또 유명인들이 가세하면서 파급효과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월가를 점령하라 http://occupywa..

런던 소요, '마이너리티 충돌'로 가나

영국 소요사태가 벌써 엿새 째... 10일 새벽 버밍엄에서 상점을 약탈하려던 것으로 보이는 흑인 남성이, 경비를 서고 있던 파키스탄 청년 3명을 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만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버밍엄은 아시아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중 하나인데 소수민족 간 충돌과 복수극으로 자칫 비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유학생이 런던 북부 해크니에서 폭력배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라고 하면, 대개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계와 파키스탄계입니다. 이들은 영국 내에서 소수민족으로서 카리브·아프리카계(즉 흑인들)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차별 등에 맞서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1992년 로드니킹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흑인 소요 ..

영국 폭동, 문제는 '인종차별+실업난'

영국에서 폭동이 점점 격렬해지고 있네요.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청년들의 폭동이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런던 곳곳에서 6일부터 청년들의 폭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8일)는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런던 동부 해크니 메어스트리트에서 진압 경찰과 청년들이 대치했습니다. 경찰이 폭동이 확산되는 걸 막겠다며 불심검문을 하자 거기에 반발해 수십 명의 청년들이 몰려들면서 충돌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일부 청년들은 상점 창문을 부수고 집기와 물품을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차량과 쓰레기통 등에 불을 놓기도 했고요. 런던 동부 그리니치 부근 레위샴과 페컴 지역에서도 방화로 상가 건물이 전소됐고, 거리 곳곳에서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진압 경찰이 주요 도로들을 차단하고 경찰견을 동원해 해산작전에 나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