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지구의 그늘

딸기21 2007. 6. 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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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성장한 중국과 인도. 그러나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수억명에 이르는 두 나라 빈민들의 고단한 삶이 숨어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관광객들의 시야에서 빈민들의 모습을 지우기 위한 사업을 펼쳐 150만명 가량을 베이징(北京) 밖으로 내몬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뭄바이 시 당국이 대대적인 슬럼가 제거작전에 들어갔다. 국제구호단체들은 쫓겨나는 대도시 빈민들의 비참한 삶에 눈을 돌려줄 것을 양국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올림픽 앞둔 베이징의 `빈민 없애기'

최근 베이징에서는 왕바오관이라는 남성이 시 당국의 빈민가 철거에 항의하며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왕은 당국이 생계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고 불도저로 빈민가를 밀어버려 살길이 막막해지게 됐다며 몸에 불을 붙이고 시위를 벌이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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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빈민가


200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왕과 같은 도시빈민 150만명을 슬럼가에서 강제퇴거시켰거나 퇴거시킬 예정이라는 비정부기구(NGO)의 주장이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 구호단체 `주택권리와 강제퇴거 센터(COHRE)'는 중국 정부와 베이징 시 당국이 지금까지 125만명 가량을 베이징 밖으로 내쫓았으며, 내년까지 쫓겨나는 빈민 수가 150만명에 이를 것이라 주장했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지난해 4월 왕치산(王岐山) 베이징 시장은 "올림픽에 앞서 슬럼가를 정비, 도시 외관을 가꿔야 한다"며 슬럼가 폐쇄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COHRE 측은 시 당국이 이주비용 등의 보상금을 준 경우는 6000가구에 불과하며,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 대책없이 밀려나고 있다고 밝혔다. COHRE의 장 뒤 플레시 사무국장은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72만명을 서울 밖으로 내쫓은 이래 최대의 `올림픽 철거작전'이 되고 있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반면 중국 측은 2002년 이래 6037명이 거주지를 옮겼을 뿐이라며 대규모 강제퇴거 조치를 부인하고 있다. 황해의 항구인 중국의 수도권 관문 톈진(天津)에서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지역에는 농촌에서 올라와 도시빈민이 된 슬럼가 주민 300만명이 살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베이징과 인근 허베이(河北)성 일대에 빈민가 4000곳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COHRE는 오는 14∼15일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고 중국의 `올림픽 철거' 실태를 고발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공식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중국과의 외교 마찰 조짐까지 일고 있다. COHRE는 중국 뿐 아니라 서울, 애틀랜타(미국), 바르셀로나(스페인), 시드니(호주), 런던(영국) 등 지난 20년간 올림픽을 열었거나 열 예정인 도시들의 사례를 모두 조사해 강제퇴거 실태를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뭄바이의 슬럼가 재개발

인도 뭄바이 시 당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슬럼 중의 하나인 뭄바이 슬럼가 `다라비(Dharavi)' 지역을 아파트촌으로 재개발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인도 언론들은 뭄바이 슬럼재건청(SRA)이 다라비 지구 슬럼가 무허가 주택들을 부수고 아파트와 현대식 상가가 들어선 신도시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SRA는 사업 계획서에서 "도시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겠지만 일단 시행되면 주민들에게도 막대한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뭄바이 국제공항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외곽 지역에 자리한 다라비에는 뭄바이 1800만명 인구의 절반 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뭄바이와 외곽 연결 철도 사이에 길게 분포한 이 일대는 과거엔 조용한 어촌이었지만 수십년 전부터 뭄바이로 찾아들어온 농촌 출신 빈민들의 임시 주거지가 형성되면서 슬럼가가 돼버렸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인도의 경제개발붐과 때를 같이 해 뭄바이가 `경제 수도'로 성장하면서 빈민 집결지가 됐다.
SRA가 개발대상으로 삼은 좁은 구역에만 5만7000여채 판잣집에 60만명이 살고 있을 정도로 인구가 밀집돼 있어, 환경 오염과 식수난, 위생난이 심각하다. 주민들은 갖가지 짝퉁 물건들과 수공예품 따위를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가면 최고급 호텔 포시즌스와 다국적 금융회사들의 오피스빌딩이 늘어서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재벌2세 무케시 암바니의 27층 신축아파트도 근처에 지어지고 있다.
당국은 뭄바이 공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 눈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 슬럼가를 없애기 위해 총 23억달러(약 2조원)를 투입, 144만㎡에 이르는 다라비를 5개 개발구역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재개발하기로 했다. SRA는 이곳에 6∼8개의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적격자'에게 입주권을 주고, 나머지 지역은 상업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뭄바이는 슬럼 재개발 계획에 도박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빈민들은 "외지에 사는 땅 주인들 배만 불리는 짓"이라며 당국의 `도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도슬럼주민연맹(INSDF)의 조킨 아르푸탐 대표는 "투명성 없는 사업"이라 비판하면서 "누가 입주 `적격자'인지 어떻게 판단할 것이며 적격자가 아닌 사람은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빈민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며 당국이 철거를 강행하려 할 경우 대규모 파업 등으로 맞설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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