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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어디로 가나

딸기21 2007. 9. 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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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강력 비판해왔던 반정부 정치인 나와즈 샤리프(58) 전총리가 오랜 망명생활 끝에 본국으로 돌아간다. 10일 샤리프의 귀국을 앞두고 이슬라마바드는 폭풍전야에 들어갔다. 정부는 반 무샤라프 시위가 예상되자 샤리프 지지세력들을 체포했으며, 도심은 계엄을 방불케하는 삼엄한 경계태세에 들어가 있다고 AP통신과 BBC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샤리프는 정치적 동반자이기도 한 동생 샤바즈와 함께 9일 망명지였던 영국 런던을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 예고했던대로 귀국 길에 올랐다. 그는 이날 출국 전 런던 히드로 공항에 모여든 파키스탄인 지지자들을 향해 "무샤라프 정권이 나를 붙잡아 또 추방시킬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갈 것이며 아무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고 시 자신이 이끌던 정당 파키스탄무슬림동맹은 샤바즈가 맡게 될 것이라면서 비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990년 한차례 총리를 지낸 바 있는 샤리프는 1997년 선거에서 이슬람세력의 지지 덕에 생애 두번째 총리직에 올랐다. 그러나 2년만에 무샤라프 측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실각했으며 2000년에는 무샤라프 정권과 협상을 통해 해외 망명에 들어갔다. 최근 무샤라프 대통령의 권력이 약화되자 파키스탄에서는 한동안 가라 앉았던 이슬람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샤리프 등 이슬람 정치인들의 활동 공간도 조금씩 열리고 있다.
샤리프는 당초 무샤라프 대통령과 약속했던 5년간의 망명 기한이 지나 7년이나 됐다면서 귀국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무샤라프 대통령은 "부패 혐의에 대한 수사를 면해주는 대신 10년간 귀국하지 않기로 약속해놓고 무슨 소리냐"며 반대하고 있다. 앞서 현 정권에 비판적인 대법원은 지난달 샤리프의 귀국을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샤리프 귀국을 앞둔 파키스탄 정국은 초긴장 상탱에 빠져들고 있다. 샤리프 측은 자신들의 정치기반인 펀자브주(州)에서만 나흘새 2000여명이 체포됐으며 이슬라마바드 공항에도 병력이 깔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국은 소요를 일으키려 한 반정부세력 700여명을 체포했다면서 정치적 탄압 의혹을 일축했다. 샤리프가 예정대로 귀국해 정치활동을 재개하고, 역시 런던에 망명 중인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까지 돌아올 경우 파키스탄 정국은 일대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2007.9.11

`세속주의 독재정권'이냐 `이슬람 민주정권'이냐.

군사쿠데타로 집권해 미국의 지원으로 정권을 유지해온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정치적 궁지에 몰리면서 미국이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반정부 망명정치인을 귀국시킬 것이냐를 놓고 무샤라프 대통령과 반대 세력들 간 싸움이 격화되면서 미국도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된 것.
무샤라프 정부는 10일 반정부 투쟁을 벌여온 나와즈 샤리프 전총리가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귀국하자 곧바로 체포한 뒤 사우디아라비아로 재추방했다. 샤리프는 1999년 무샤라프 대통령의 군사쿠데타로 실각한 뒤 7년에 걸쳐 영국 런던에서 망명생활을 해왔다. 앞서 두달전 반무샤라프 성향이 강한 대법원은 샤리프의 귀국을 허용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BBC방송은 샤리프를 다시 추방함으로써 무샤라프 대통령이 매우 어려운 정치적 선택을 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재추방은 대법원 판결을 거스른 것이므로 법적 정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이슬람 세력의 대대적인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국제사회 여론도 좋지 않다. 크리스티안 호프만 유럽연합(EU) 대변인은 즉시 파키스탄에 "대법원 판결을 존중, 샤리프의 귀국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미국은 "샤리프 건은 파키스탄 내부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다가오는 파키스탄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져야 하며 이를 위해 파키스탄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샤리프 귀국을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파키스탄인들이 다룰 문제"라고만 말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최근 들어 미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파키스탄 문제는 서구식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충돌이라는 이슬람권 전역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주고 있다.
오랜 군사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1990년대 집권한 베나지르 부토, 나와즈 샤리프 전총리는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된 민간 정권이라는 점에서 정통성을 갖고 있었지만 측근 비리와 부패, 이슬람 세력의 발흥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을 몰아낸 무샤라프 대통령은 서구식 입헌민주주의의 정착에 장애가 되는 이슬람주의의 득세를 견제하고 세속주의를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하며 국가 개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개혁은 지지부진했고 오히려 국민들이 이슬람주의에 더 호의를 갖게 만드는 결과만 가져왔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공격하자 미군을 지원, 기지를 내주는 대가로 거액의 원조를 받음으로써 무슬림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쿠데타로 집권했다는 `원죄'를 안은채 미국의 지원으로 생명줄을 유지해온 셈이다.

미국은 아프간 전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이유가 파키스탄 내 `알카에다ㆍ탈레반 지원세력'들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무샤라프 정권에 이슬람 세력을 더욱 강도높게 진압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지금 무샤라프 정권은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 때문에 미국 민주당 대선 유력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은 미군이 파키스탄에서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을 수행할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미국은 `무샤라프 카드'를 계속 손에 쥐고 있어야 할지, 이젠 버려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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