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두 얼굴의 두바이

딸기21 2007. 11. 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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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개발과 성장을 통해 21세기형 도시로 각광받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이 두바이에서 지난 여름 한 프랑스 소년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마침 소년의 어머니가 프랑스 유명 방송국 정치담당 PD였던 탓에, 이 사건은 엘리제궁에 곧바로 전달됐고, UAE와 프랑스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됐습니다.
시사주간 타임 보도에 따르면 호텔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와 두바이에서 지내고 있던 15세 프랑스 소년 알렉상드르 로베르는 지난 7월14일 밤 친구와 함께 아랍인 남성의 차를 얻어탔다가 사막으로 끌려갔습니다. 차를 몰고 있던 운전사 등 성인 남성 3명은 친구를 차에 가두고 로베르를 성폭행한 뒤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협박했습니다.

로베르는 파리에서 카날플뤼TV방송국 정치담당 프로듀서로 일하는 어머니 베로니크에게 전화를 했고, 베로니크는 인맥을 동원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까지 이 사건을 알려 해결을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 엘리제궁을 찾은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에게 범인들을 잡아 처벌할 것을 촉구했고요. 베로니크는 `보이콧 두바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만들어서 두바이 당국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소년이 번호판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범인들은 곧 잡혔습니다. 범인들은 동성애 강요(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성폭행이 아닌 이런 혐의를 적용), 협박, 유괴 혐의로 기소돼 8일 두바이에서 재판을 받습니다.



이 사건이 전례없는 관심을 끈 것은, 사건이 일어난 곳이 다름 아닌 두바이였기 때문입니다. 초고층빌딩들이 운집한 사막의 현대도시 두바이에서는 최근 급속한 개발과 함께 투기와 향락, 범죄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고유가 덕에 현금이 많아진 걸프 독재국가의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자유롭고 서구화된 두바이로 나와 향락을 즐기고 부동산과 증시 등에 투자를 한다는군요. 알자지라 방송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의 부자들과, 남성들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하는 중동 여성들도 두바이에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과거 걸프 부자들은 향락을 찾아 이집트 등지로 나갔지만 지금은 두바이가 최대 유흥지가 되고 있다는 거죠.
로베르 사건의 경우 범인들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이슬람지역인 중동은 전세계에서 에이즈 감염자가 가장 적은 지역이어서, 에이즈 논란은 세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두바이에 투자인지 뭐시긴지 암튼 관계가 있는 샤론 스톤은 다음달에 에이즈 구호 기금마련 행사까지 두바이에서 할 계획이라는군요.

범죄도 범죄이지만, 세상이 번쩍번쩍한 두바이의 겉모습에만 홀려있는 동안 두바이에서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남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의 파업과 추방이 반복되는 등 개발의 그늘도 짙게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어느 사이트에서 따온 건데, 설명이 "UAE의 사업가와 남아시아 노동자들"이라 돼있군요.



새우잠을 자는 두바이 노동자들이라고 하네요.


지난달 말에도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온 노동자들이 월급을 올려주고 노동조건을 개선해달라며 파업을 벌였습니다. 두바이에서는 최근 몇년새 수시로 이런 파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올초엔 건설노동자 수백명이 두바이 시내 중앙도로를 막고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국은 노동자들을 추방한 뒤 남아시아에서 다시 새로운 인력을 수입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 두바이의 노동 문제를 다룬 사이트들

http://inpursuitofjustice.wordpress.com/category/dubai
http://www.qatarliving.com/node/1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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